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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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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9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으로 일한다" - ITER 섹터부조립장비 제작 맡은 태경중공업

이하나   
https://fusionnow.nfri.re.kr/post/iter/668

ITER “한국에서 만든 장비 언제 도착하나요?”    
5월 프랑스 까다라쉬 현지로 떠나는 ‘ITER 섹터부조립장비(SSAT)’
제작·이송·설치 맡은 태경중공업㈜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으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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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용기는 토카막 핵융합장치의 가장 핵심적인 부품 가운데 하나입니다. 플라즈마의 생성과 가둠에 필요한 초고진공 상태를 제공하는 구조물인데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진공용기와 다른 부품을 조립하는 장비를 한국에서 제작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십니까?

  

 

ITER 섹터 부조립장비(SSAT, Sector Sub-Assembly Tool)’로 불리는데요. SSAT는 무게 900t에 높이는 아파트 9층과 맞먹는 23m에 달합니다. 이 거대한 장비가 완성돼 조만간 ITER 건설 현장인 프랑스 까다라쉬로 이송될 예정입니다. SSAT 1호기를 완성하고 출발에 앞서 마지막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경남 창원의 태경중공업㈜을 찾았습니다. 

  

 

 <최종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SSAT, 무게 900t에 높이 23m의 위용을 자랑한다.>

 

  

◇무게 900t 높이 23m의 구조물…오차는 1mm 이내

 

  

“ITER에서 이 장비가 도착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태경중공업㈜ 김정건 이사(생산관리팀)의 일성이었다. 김 이사의 표정에는 그만큼 중요한 장비를 완성했다는 자신감과 자부심이 가득했다. 해양플랜트에 들어가는 크고 작은 장치와 부품을 생산하면서 쌓은 기술적 노하우는 충분했지만, 핵융합장치와 관련된 사업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전 정신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자긍심과 책임감으로 SSAT 제작에 임했다”는 것이 김 이사의 설명이다.  

 

실제 만개한 벚꽃 너머로 SSAT 1호기 생산 현장에 걸려있는 커다란 플래카드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ITER와 국가핵융합연구소(NFRI),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는 에스에프에이(SFA)와 태경중공업㈜의 이름 위로 태극기가 걸려 있다. 김 이사의 표현대로 ‘국가대표라는 자긍심과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현장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태경중공업 SSAT 제조 현장. 사업 참여 기관과 업체 이름 위로 태극기가 걸려 있다.>

 

 

ITER에서 수주받은 물량은 SSAT 두 대. 2015년 9월부터 제작에 착수한 SSAT 1호기는 1년여 만에 완성돼 현재 최종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5월 초부터 분리 및 이송 작업이 시작되고, 이송이 마무리되면 2호기 제작이 착수한다. 태경중공업(주)은 당초 SFA를 통해 SSAT 두 대를 제작하는 일만 맡았다. 하지만 제작 과정에서 보여준 높은 기술력과 신뢰도를 바탕으로 핵융합(연)과 함께 ITER로부터 직접 ‘SSAT 현지 공사 및 테스트’ 사업까지 수주했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습니다. 크기도 크기지만, 고도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장비거든요. ITER에서 가장 강조한 것도 정밀도입니다. 공차(설계 도면상의 치수와 실제 제작 치수의 허용 오차)가 2mm 이내인데, 이 정도 크기의 구조물에서는 사실상 ‘0(제로)’를 요구한 셈이죠. 실제 작동 시에는 허용 오차가 1mm 이내입니다. 그래야 이 장비를 통해 진공용기와 다른 부품을 정확하게 조립할 수 있고, 핵융합장치의 핵심인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생성할 수 있으니까요.” 

 

 

◇ITER 장치 핵심 부품 우리 기술로 조립·설치

  

그렇다면 이렇게 높은 정밀도를 요구하고, ITER가 도착할 날만 학수고대하고 있다는 SSAT는 어떤 장비일까?  

 

<진공용기 섹터를 매달아 놓은 채 열차폐체와 TF 코일 등을 연결하게 된다. 사진 출처=ITER 홈페이지>

 

토카막 핵융합장치는 플라즈마의 생성과 가둠에 필요한 초고진공 상태를 제공하는 진공용기가 필요하다. 핵융합 반응을 위해 생성된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가두고 각종 물질을 차단하는 1차 방호벽 역할을 한다. 동시에 1억℃ 이상의 초고온, 초고진공 상태를 견뎌야 한다.

   

ITER의 토카막 주장치는 이러한 진공용기를 비롯해 TF 코일, 열차폐체 등을 모두 9개(40° 단위) 섹터로 나눠 조립한 이후 총조립에 들어간다. 1개 섹터에 들어가는 진공용기의 무게만 440t에 달하고 TF 코일도 300t이 넘는다. 각 섹터 조립에만 5~6개월이 소요되는데, 전체 조립 일정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각 단위 섹터를 조립하는 장비가 필요하다. SSAT가 바로 그것이다.

  

900t의 강철로 제작된 23m 높이의 SSAT는 덩치와 달리 매우 정교한 작업을 수행한다. 단위 섹터에 들어가는 진공용기를 고정한 상태에서 각각의 부품을 적절한 위치로 이동하고 정렬시킨다. 날개 부분의 회전 모터를 통해 진공용기와 TF 코일, 열차폐체를 적절한 위치에 설치한다. 이 상태에서 진단장치, 연결 구조물, 냉각 파이프 설치 등의 나머지 작업을 수행해 1개 섹터를 완성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9개의 섹터를 연결하면 토카막이 완성된다. 한국의 초전도핵융합장치 KSTAR는 총 3개의 섹터로 만들어졌다.

 

 

<SSAT 모형 및 각 부위별 부품>

 

“현재 여러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SSAT가 도착하면 본격적인 ITER 장치의 조립 단계에 돌입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수행하고 있는 각종 부품과 장치에 대한 속도도 낼 수 있고요. 그래서 ITER 입장에서는 다소 일정이 지연됐지만, 한국의 SSAT 도착을 ITER 프로젝트의 정상적인 진행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그렇고요.”

 

창원 현장에 내려와 최종 테스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는 핵융합(연) 남경오 박사(ITER 한국사업단 토카막기술부 조립장비기술팀)은 SSAT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현재 ITER 장치는 한국을 비롯해 EU,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인도 등 7개 참여 회원국이 필요한 장치와 부품을 나누어 개별 제작하고 있다. 완성된 장치와 부품을 프랑스 까다라쉬에서 조립·설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SSAT가 도착해야 ITER 장치의 핵심 부품이 조립되고 완성된다. “ITER가 SSAT의 도착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핵융합(연) 연구진, 발로 뛰며 영업하고 문제 해결까지

 

태경중공업㈜에는 현재 남경오 박사를 비롯해 ITER 한국사업단 토카막기술부 박수현 조립장비기술팀장, 정시군 감독 등 3명이 상주하며 SSAT의 최종 테스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태경중공업㈜과 핵융합(연)은 테스트뿐 아니라 초기 사업 수주부터 장비 조립 등 전 과정을 함께 했다. 태경중공업㈜ 기술진이 설계도면에 따라 장비를 만들면, 핵융합(연) 연구진은 장비의 부품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의 기술적 자문을 맡았다.

 

김정건 이사는 “국가핵융합연구소가 있어 우리가 도전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기술적 자문에만 그치지 않고요. ITER를 대상으로 직접 발로 뛰며 영업도 하고, 난관에 부딪혔을 때는 ‘기술 해결사’ 역할도 해주었죠. 핵융합 장치와 관련해 처음 일을 하면서도 저희가 ITER의 요구 조건과 납기일을 맞출 수 있었던 것은 국가핵융합연구소 연구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핵융합(연) 남경오 박사, 태경중공업 이동원 대리, 핵융합(연) 정시군 감독(왼쪽부터)>

 

 

<태경중공업(주)은 이 SSAT 제작에 이어 프랑스 현지까지 이송하고 설치하는 일까지 책임지게 된다>

 

핵융합(연) 관계자들은 ITER를 수차례 방문해 태경중공업㈜이 SSAT 제작에 이어 현지 설치공사 및 테스트 사업을 수주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 핵융합(연) 연구진은 SSAT의 유압시스템 납품이 늦어지자 네덜란드의 제작사를 두 번이나 찾아가 설계상의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이러한 ‘지원사격’에 힘입어 태경중공업㈜ 임직원 역시 불굴의 투혼을 발휘했다. ITER는 조립 과정에서도 테스트를 요청했다. 테스트를 위해서는 1,500t의 하중을 견디는 지반이 필요했다. 고민 끝에 태경중공업㈜은 땅을 파서 이 정도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지반을 아예 만들기로 한다. 한쪽에서는 SSAT를 만들고, 다른 한쪽에서는 8m의 깊이로 땅을 파 기초를 다지는 토목공사가 진행됐다. 하필이면 공사 시기가 지난해 장마철이었고, 경남지역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500t의 고인 물을 펌프로 퍼내면서 공사가 진행됐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 SSAT는 ITER의 까다로운 요구와 납기에 맞춰 5월 초 프랑스로 향한다. ITER 토카막 장치의 핵심 부품이 한국에 제작된 장비와 한국의 기술진에 의해 조립·설치되는 것이다. 입사 1년차의 태경중공업㈜ 이동원 대리는 SSAT와 함께 프랑스 현지로 떠난다. 그의 밝은 목소리와 굳은 의지에는 전 세계 핵융합에너지의 미래를 선도하는 한국 기술진의 포부가 담겨 있다.

 

“저희가 만든 장비로 ITER 장치가 조립되고 설치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가슴이 뜨겁게 달아올라요. SSAT를 만들 때처럼 한국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핵융합로가 건설된다면 여기에도 꼭 참여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기술이 꼭 필요할 테니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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