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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13

실험실 '작은 태양'으로 인류 인공태양 밝힌다 - 서울대 '핵융합로공학선행연구센터'

이하나   
https://fusionnow.nfri.re.kr/post/nuclear-fusion/547

세계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초전도 토카막 KSTAR를 중심으로 하는 국내 핵융합 연구의 국제적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금의 KSTAR가 존재할 수 있도록 핵융합 연구의 초석을 다지고, 많은 사람들이 ‘너무 먼 얘기다’라고 말할 때, ‘곧 핵융합의 시대가 온다’며 미래를 준비한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는 우리나라 핵융합 연구의 초석을 다진 곳이자 KSTAR의 건설과 운영의 핵심 인재들을 배출해 온 산실이기도 하다. 지금도 핵융합 기초연구와 인력양성에 주력하며 국내 핵융합의 미래를 키우고 있는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의 ‘핵융합로공학선행연구센터’에서 그 주인공들을 만나봤다. 

 

 

 

<사진1>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의 구형 토카막 VEST와 핵융합로공학선행연구센터 연구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가 있는 공과대학 31동 건물. 이곳 1층 복도 끝 실험실 문을 열면 각종 기기와 배선, 파이프 등이 복잡하게 연결된 실험 장치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일명 ‘베스트(VEST. Versatile Experiment Spherical Tours)’로 불리는 구형(求刑) 토카막이다.

 

VEST는 지난 2008년 핵융합로공학선행연구센터(센터장 황용석 교수·이하 핵융합로연구센터)가 선도연구센터(ERC)로 지정된 후 3년여에 걸쳐 교수와 학생들이 직접 설계·제작을 통해 완성한 국내 대학 유일의 핵융합 기초연구장치다. KSTAR(차세대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가 ‘한국의 태양’이라면, VEST는 ‘실험실의 작은 태양’인 셈이다.

 

 

◇국내 대학 유일의 핵융합 기초연구장치 운영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주축으로 구성된 핵융합로연구센터는 이 기초연구장치를 통해 그동안 핵융합로 시스템 통합 및 노심 제어 기반기술, 핵융합로 경계 플라즈마 핵심 기초기술, 핵융합 에너지 변환계통 선행기술, 핵융합 플라즈마 파생 산업기술 등의 연구를 수행했다.

 

“KSTAR가 완공된 이후 안정적인 운영과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성공적인 건설을 위해서는 선행 기초연구를 진행할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이 같은 선행 연구와 인력양성에 대한 필요성은 있었지만, KSTAR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했던 만큼 모든 역량이 KSTAR에 집중됐죠. 대학 실험실 수준에서 핵융합 에너지 개발에 필요한 기초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보자고 뜻을 모았고 이렇게 해서 VEST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사진2>핵융합로공학선행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황용석 교수. 

 

 

KSTAR 구축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황용석 교수는 VEST와 KSTAR를 상호보완적 관계라고 설명했다. 실제 얼마 전 VEST에서 플라즈마 전류를 높이는 데 한계에 도달했다. 심각한 이상이 발생했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 이때 국가핵융합연구소의 연구진이 KSTAR 가동 경험을 바탕으로 토카막 내부의 불순물 때문이라고 진단을 해줬다. 이러한 진단을 받아들여 불순을 처리하자 다시 VEST의 전류가 크게 높아졌다.

 

“우리 실험 결과가 KSTAR에 반영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VEST와 KSTAR는 기본적인 원리는 같지만, 플라즈마를 가둬두는 토카막의 모양이나 크기가 달라 플라즈마를 발생시키는 데 여러 가지 차이가 있죠. 저희는 기본적으로 저비용 고효율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데 실험 과정에서 발견된 고효율의 안정적인 기동 방식을 KSTAR에 적용해보기도 했습니다.”

 

 

◇정부 지원 끝났지만 연구·인력양성 활동 지속

 

핵융합로연구센터는 이러한 선행 연구의 저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대학으로는 유일하게 ITER 국제기구의 기술용역 과제를 수주하기도 했다. 당시 용역 과제는 중성자 진단장치의 현장 교정 작업을 위해 요구되는 ‘고강도·고집속 중성자원(Neutron Generator)’을 개발하기 위한 예비 연구과제로 기술적 난이도가 매우 높아 세계 유수의 대학과 연구소도 쉽게 도전하지 못했다. 핵융합로연구센터가 이 과제를 통해 많은 지원금을 받지는 못했지만, 우리나라 대학도 기술적 역량을 갖추면 ITER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ERC로서의 핵융합로연구센터 활동과 임무는 지난 2014년까지 정부 지원을 끝으로 공식 종료됐다. 하지만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는 앞으로 핵융합에 필요한 기초연구와 인력양성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자체적으로 핵융합로연구센터를 가동 중이다. 또 정부의 핵융합 기초연구 및 인력양성지원사업과 연계해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VEST는 단순히 이론만이 아니라 실제 토카막 장치를 운영하고 여기에서 나온 결과물로 논문까지 작성하는 실전 위주의 경쟁력 있는 인력양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사진3>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양정훈 씨. VEST를 통해 토카막 플라즈마의 성능과 안정성을 높이는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이곳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양정훈 씨(박사 3년 차)는 “직접 토카막 장치를 운전하고, 여기서 나오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문제가 생기면 진단과 수리까지 직접 하면서 실제 핵융합 장치에 필요한 이론과 실무를 익히고 있다”면서 “VEST를 통해 고차원의 물리실험이 가능한지를 시도해보고 있는데 곧 실험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양 씨는 “핵융합이라는 분야가 당면 과제만 해결하는 게 아니라 더 진보하고 새로운 결과를 보여줘야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며 “그것은 결국 토카막 플라즈마의 성능을 더 높이고 상용화에 가깝게 만드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진4>대학원생들이 VEST 장치를 점검하고 있다.

 

 

◇“KSTAR·ITER 이후의 핵융합로 준비해야”

 

핵융합로연구센터 역시 이러한 인력양성과 함께 현재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KSTAR와 ITER 이후 핵융합로의 성능과 효율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지금처럼 핵융합로와 관련된 기초연구를 진행하되 실험로 단계를 거쳐 실증로(데모)로 진행될 때를 미리 대비하자는 것이 황 센터장의 생각이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실험로인 ITER 가동을 통해 운전 기술을 확보한 후에 실증로를 만들어 전력 생산과 삼중 수소 연료의 자급을 실증하고 핵융합로의 상용화를 준비하겠다는 것인데요. 이를 위해 토카막 플라즈마에 대한 연구만이 아니라 재료, 기계 등 관련 공학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실제 EU나 일본은 이미 이런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고요. 우리도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에 뒤처지지 않고, 때로는 선도하려면 이런 점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핵융합 발전소 건설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속 운전이 가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태양 표면 온도와 같은 1억도 이상 고온의 플라즈마를 오랫동안 안전하게 유지하는 물리적 제어가 가능해야 한다. 핵융합로에 필요한 다양한 형태의 특수재료 개발도 필요하다. 핵융합의 원료가 되는 삼중수소도 만들어 공급하는 기술도 있어야 한다.

 

KSTAR와 ITER 운영과 핵융합로 공학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이러한 기술을 확보하게 되면 ‘데모’라고 불리는 핵융합 실증로에 적용돼 최종적으로 핵융합 발전 가능성을 확인하게 된다.

 

“그렇다고 무조건 실증로 단계로 가자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국제적으로 핵융합 분야의 당면한 과제는 ITER의 성공적인 가동입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ITER에 참여하는 개별적 국가의  핵융합 개발은 ITER의 사업 속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고요. 우선 ITER 사업이 순항할 수 있도록 우리가 모두 힘을 합쳐야죠.”

 

 


<사진5>구형 토카막 내부 장치.

 

 

◇기초연구·인력양성으로 핵융합 불모지를 옥토로

 

90년대 중반 우리나라가 핵융합 연구에 도전장을 던지자 국내외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일각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이미 40~50년 전부터 핵융합 연구에 뛰어든 관련 분야의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도전장을 던진 지 십 여년이 지난 후 2007년 KSTAR를 완공했으며, 이듬해 종합 시운전과 플라즈마 발생에 성공하고, 2011년에는 세계 최초로 고성능 플라즈마 밀폐 상태인  H-모드(Hi-confinement Mode)를 달성했다. 우려의 시선은 기대의 눈빛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단기간에 선진국의 기술 수준에 도달하고 이제는 오히려 국제무대에서 기술을 주도할 수 있었던 힘은 끊임없는 기초연구와 인력양성에서 나왔다. ‘핵융합 불모지’에서 잠재력 있는 미래 에너지의 ‘옥토(沃土)’로 바뀐 것이다.

 

국내에서 핵융합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었던 1979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와 학생들은 국내 최초의 핵융합 실험장치(SNUT-79)를 직접 조립했다. 당시 교수와 학생들은 청계천 등을 뒤지며 부품 제작에 필요한 고철을 구했다고 한다. ‘SNUT-79’를 조립했던 학생들은 이후 KSTAR를 만드는 과정에서 핵심 멤버로 활약한다.

 

그로부터 40년 가까이 시간이 세월이 흘렀다. 핵융합 연구를 둘러싼 환경과 패러다임이 많이 변했다. 핵융합 에너지가 ‘정말 가능하냐’에서 ‘언제 가능하냐’로 질문도 바뀌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결국 연구자의 몫이다. 핵융합로연구센터의 교수와 학생들이 오늘도 밤늦게까지 연구실과 실험실 불을 밝히는 이유다. 
  
“이제는 핵융합 연구 초기처럼 핵융합 에너지의 가능성 자체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시간이 문제인 거죠. 제가 답을 주지 못하면 제자들이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해야죠. 핵융합 연구, 인력양성은 이런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봅니다. 할 일이 너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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