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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30

동북아 핵융합 트로이카, 제주에서 “핵융합 기술개발 협력” 합창

이하나   
https://fusionnow.nfri.re.kr/post/nuclear-fusion/614

“우리는 여기까지 왔는데 너희는?” 연구개발 성과·정보 교류
“때로는 경쟁·때로는 협력”…핵융합 상용화 기술 동반 성장
◇제10차 한·중·일 핵융합 공동워크숍(A3 Foresight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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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차 한·중·일 핵융합 공동워크숍(10th A3 Foresight Program. 이하 A3)’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행사 시작을 알리는 국가핵융합연구소 오영국 박사(KSTAR 연구센터 부센터장)의 오프닝 발표가 진행되자 행사장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오 박사의 발표 자료 화면에는 제주도 특산품인 귤을 비롯해 낚시, 현무암, 무희들의 카니발 사진이 차례로 등장했다. 이것이 핵융합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동그랗고 노란 귤은 태양, 낚시는 정교한 손기술과 끈기,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은 플라즈마 경계면의 불안정성, 무희는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플라즈마를 각각 상징한다. 이것은 핵융합 에너지를 상용화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네 가지 과학적 주제를 의미한다. 첫째 지속적인 플라즈마 발생, 둘째 플라즈마 불순물 제어, 셋째 플라즈마 불안정성 제어, 넷째 고에너지 제어. 대용량 미래 에너지원인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 기술 개발을 위해 한국과 중국, 일본 3개국 연구진이 풀어야 할 공통된 숙제이기도 하다.

 

 

◇핵융합 핵심 연구 분야·기술적 난제 논의

 

 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 제주에 한·중·일 핵융합 전문가들이 모였다. 11월 22일부터 25일까지 제주 그라벨 호텔에서 열린 ‘제10차 한·중·일 핵융합 공동워크숍(10th A3 Foresight Program. 이하 A3)’.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라는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개국이 협력할 수 있는 연구 분야와 공동의 실험 이슈에 관해 정보 및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로, 지난 2012년부터 매년 2~3차례씩 한국과 중국, 일본을 돌아가며 순차적으로 열리고 있다.

 


  <A3에서는 50여 명의 한·중·일 3개국 핵융합 전문가들이 참석해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를 위한 그동안의 연구 성과와 과제를 발표하고 토론을 벌였다.>

 

 이번 A3에서는 한국의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 중국의 EAST(Experimental Advanced Superconducting Tokamak), 일본의 LHD(Large Helical Device) 등 3개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초전도 핵융합장치를 통해 진행하고 있는 실험 결과와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의견을 교환했다. 역시 A3의 핵심 이슈는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를 위해 장치마다 어떤 실험에 주력하고 있으며, 현재 어느 수준까지 도달했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기술적 난제는 무엇인지 등이다.   

 

 “한국, 중국, 일본이 모두 핵융합 장치를 운영하고 있는데 비슷한 점도 있고 분명히 다른 점도 있어요. 특히 한국과 중국은 비슷한 방식의 핵융합 장치를 가동하고 있지만, 일본은 차이가 좀 있습니다. 하지만 같으면 같은 데로 서로의 연구 성과나 실험 결과에서 도움을 얻고, 또 다르면 다른 데로 자기들이 하지 못하는 실험을 배우곤 하는데, 이것이 A3에서 얻는 가장 큰 성과이자 의미가 아닌가 싶어요.”

 

 오 박사의 설명처럼 이번 A3에서도 3개국 연구진은 각자 운영하고 있는 핵융합 장치에서 달성한 성과와 앞으로의 목표에 관한 분야별 발표가 이루어졌다. 한·중·일 3개국은 핵융합 장치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 외에도 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 국제핵융합실험로) 참여국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자신들의 실험과 연구 결과가 ITER 가동은 물론, 미래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에 적용될 수 있도록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 오 박사는 A3가 그동안 활발하게 운영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경쟁’과 ‘협력’을 꼽았다.

 

 “기본적으로 핵융합 연구의 특성상 국제협력을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나라 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 우리가 어떤 분야를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데, 중국이나 일본이 먼저 했다고 하면 힘이 빠질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경쟁할 부분은 경쟁하고,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면서 한·중·일 3개국이 나란히 기술 수준을 높일 수 있었다고 봅니다.”

 


  <다른 나라의 핵융합 연구 성과를 주의 깊게 듣고 있는 참석자들.>

 

 

◇중국·일본의 고민…한국의 우수성과에 주목

 

 이번 A3에서 발표된 내용을 중심으로 국가별 핵융합 에너지 연구 진척 상황을 보면, 우선 중국의 경우 초전도 핵융합장치 EAST의 토카막 내부를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와 동일하게 텅스텐 금속을 입히고, 많은 가열장치를 붙여 고성능 플라즈마 운전(H-모드) 시간을 늘리는 데 주력했다. 중국 역시 최근에 H-모드 60초를 달성했지만, 플라즈마 효율은 우리보다 떨어진다. 30MW급으로 KSTAR보다 출력과 크기는 거의 3배에 달하는데도 실험에서 나타나는 성능은 아직까지는 KSTAR에 비해 절반 정도 수준에 그치고 있다. 중국은 H-모드 시간을 늘리면서도 플라즈마 성능과 효율을 높이는 것이 최대 관건이다.

 

 한때 중국에서 역동적이고 활발한 핵융합 에너지 연구가 이루어지자 미국 등 일부 국가는 중국을 국제협력 연구과제 수행의 파트너로 삼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조금씩 분위기가 바뀌어 가고 있다. 중국 장치에 비해 가열장치 출력이 낮지만 새로운 연구 성과들이 나오는 한국과 공동연구 과제를 진행하고 싶다는 의사를 타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본의 핵융합 에너지 연구는 주로 일본 원자력연구개발기구(QST, 전 JAEA)와 국립핵융합과학연구소(NIFS)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재 일본은 국립핵융합과학연구소(NIFS)에서 토카막 장치와 달리 자기장 형성을 위해 플라즈마 대신 외부 코일만을 사용하는 초전도 자석으로 제작된 헬리컬 핵융합연구장치 LHD(스텔러레이터 타입)를 우리보다 10년 빠른 1998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이 장치를 통해 지난 20년 동안 수행하지 못했던 중수소 실험을 재개한다는 방침이지만, 그동안 KSTAR를 비롯해 다른 초전도 핵융합 장치에서 얻는 연구 성과 이상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일본 원자력연구개발기구(QST, JAEA)가 주도하면서 ITER 유치에 많은 공을 들였다. 하지만 ITER 건설이 유럽으로 결정되면서 그동안 별도의 초전도 핵융합 장치를 운영하지 못했다.

 

 일본 원자력연구개발기구(QST, JAEA)가 운영했던 토카막 핵융합 장치인 JT-60U은 지난 2008년부터 가동을 중단하고 KSTAR와 같이 초전도 자석을 갖춘 40MW 규모의 핵융합 장치(JT-60SA)로 전환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장치는 일본과 유럽이 공동 건설하여 2019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가핵융합연구소 김기만 소장이 환영사를 통해 핵융합 상용화를 위한 한·중·일 3개국 협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번 A3에서 참석자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끈 것은 역시 한국이 KSTAR를 통해 내는 핵융합 연구 결과물이었다. 특히 KSTAR는 2016년 세계 핵융합계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잇달아 도출했다. 우선 KSTAR는 지난해 실험에서는 플라즈마 제어 성능과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H-모드를 55초 이상 유지하는 데 성공해 역대 핵융합 장치 가운데 역대 최장 운전 기록을 경신했다. 또한 핵융합 상용화의 대표적 난제로 꼽혔던 ‘플라즈마 경계면 불안정 현상(ELM)을 2011년에 세계 최초로 완벽하게 제어하는 데 성공하고, 이어 지난 9월에는 자기장에 의해 만들어지는 난류가 ELM에 의한 플라즈마 붕괴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처럼 KSTAR가 해외의 다른 초전도 핵융합 장치에 비해 시기적으로 늦고 크기도 작지만, 더 우수한 결과를 낼 수 있는 것은 핵융합 장치 본체의 완성도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장치기술의 차이가 플라즈마를 비롯해 성능의 차이를 좌우하는 거죠. 다른 나라에서는 핵융합 장치가 가지고 있는 높은 자기장 오차가 성능을 제한하기에 추가적으로 많은 코일들을 장착하여 보상해야만 했으나, 우리는 KSTAR는 이러한 보상 코일 가동없이 본체만으로도 더 좋은 결과를 얻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 나라 연구진이 많이 부러워하죠.”

 


  <한국의 핵융합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있는 오영국 박사.>

 

 

◇3개국 국제협력으로 미국·유럽 추월 기대

 

 이처럼 한국, 중국, 일본 3개국 핵융합 연구진은 서로의 장·단점을 공유하고, 다른 나라의 실험 과정과 연구 결과를 벤치마킹하면서 전 세계 핵융합 에너지 연구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 또 A3를 통해 그동안 유럽과 미국에서 내놓은 핵융합 원천기술을 열심히 쫓아가던 입장에서, 이제 핵융합 분야에서만큼은 아시아 3개국이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고 있다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국가핵융합연구소가 A3를 통해 얻고자 하는 또 다른 효과는 젊은 학생이나 연구자들의 시야 확대와 다양한 네트워크 구축이다. 이를 위해 국가핵융합연구소는 매번 A3 행사 때마다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원생이나 박사후연수원의 참여를 지원하고 있다. 이번 열 번째 A3에도 대학원생 및 박사후연수원 등 3명이 함께 참석했다. POSTECH(포스텍)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UNIST(울산과학기술대)에서 박사후연수원 과정을 밟고 있는 이재현 박사는 A3에서 보고 들은 경험이 연구활동의 큰 자극제가 된다고 참석 소감을 전했다.

 

“A3에 두 번째로 참석했는데 다른 나라의 핵융합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의 전문가들과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였습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을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또 우리가 안 하는 것을 다른 나라 연구원들은 어떻게 연구하고 있는지 알 수도 있고요. 여기서 보고 들은 아이디어와 해외 연구진과의 파트너십을 살려서 더 좋은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가핵융합연구소 김기만 소장은 환영사를 통해 한·중·일 3개국의 국제협력 네트워크가 지속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한국과 중국, 일본은 미래 꿈의 에너지원으로 불리는 핵융합 에너지 개발과 관련해 유럽과 미국의 기술을 추격하는 위치에서 벗어나 이제 전 세계 핵융합 에너지 연구개발을 선도하고 있다”며 “이 핵융합 공동워크숍 프로그램이 내년으로 종료되더라도 핵융합 장치 운영기관 간의 긴밀한 협력을 지속적으로 도모해 한·중·일 3개국이 핵융합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의 바람은 차가웠다. 호텔 길 건너로 보이는 제주의 바다는 태양이라도 집어삼킬 기세로 너울거렸다. 하지만 이러한 차가운 바람과 파도도 인류의 미래 에너지원인 ‘인공태양’을 실현하겠다는 한국과 중국, 일본 3개국 연구자들의 열기는 식히지 못했다. 또 핵융합 상용화 기술 개발을 위한 ‘동북아 핵융합 트로이카’의 합창은 제주에 이어 차기 개최지 일본에서도 울려 퍼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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