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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4

핵융합은 왜 어려울까?- 플라즈마 난류

이하나   
https://fusionnow.nfri.re.kr/post/nuclear-fusion/618

 

 

 핵융합에너지가 꿈의 에너지라 불리는 이유는 자원의 풍부함, 대용량 발전, 안정성, 친환경성 등 인류가 원하는 에너지의 특성을 모두 지닌 핵융합에너지의 장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상용화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랜 기간 과학자들이 핵융합에너지를 얻기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남아있는 숙제들이 있다. 왜 핵융합은 어려운지, 핵융합 상용화를 위해 해결해야하는 남은 과제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해 하는 독자들을 위해 이를 주제별로 나누어 알아보는 시리즈를 준비했다.

 

 

플라즈마 난류 

 

 ‘난류(亂流)’는 21세기 고전역학이 풀어야 할 가장 큰 도전과제 가운데 하나다. 불규칙, 교란, 혼란, 비평형·비선형 복잡계 등으로 설명되는 난류는 공중으로 흩어지는 담배연기나 수중에서 발생하는 와류(소용돌이)처럼 유체의 각 부분이 시간적·공간적으로 불규칙한 운동을 하면서 흘러가는 현상을 말한다. 비행 중에 발생하는 타뷸런스(turbulance)도 대표적인 난류 현상이다. 대기는 지상 1km 이하에서 지표면과의 마찰로 매우 복잡하고 불규칙적인 흐름을 나타낸다. 대기나 해양뿐만 아니라 자연계 어디에서나 발생하는 난류는 우주의 99%를 이루고 있는 플라즈마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고전역학의 마지막 도전과제


 플라즈마 상태인 태양은 자신의 성분 중에 가장 많은 수소로 끊임없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며 우주공간을 향해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한다. 핵융합 발전은 이런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의 원리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고자 하는 것이다. 핵융합은 지금껏 인류가 알아낸 반응 중에 가장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법이다. 또한 핵융합의 연료인 수소를 지구 표면의 대부분을 덮고 있는 물에서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태양과 같은 핵융합 반응을 지구상에서 재현하려면 극한의 조건들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수소 원자핵들이 융합할 수 있도록 태양의 중심보다 뜨거운 섭씨 1억 도 이상의 플라즈마를 만들어야 한다. 물질은 온도가 높아지면 고체→액체→기체의 순으로 결합력이 약해진다. 제4의 물질인 플라즈마는 이런 결합상태가 완전히 깨져서 원자핵과 전자들이 뒤죽박죽 제멋대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상태다. 이렇게 수소의 원자핵과 원자핵이 고속으로 움직이며 충돌할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이 갖춰졌다면, 다음은 이 초고온 상태의 플라즈마가 꺼지지 않게 핵융합로 안에 가둬놓을 수 있어야 한다. 플라즈마를 가둬두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핵융합 반응의 가능성이 그만큼 더 커지기 때문이다.

 

 플라즈마를 구성하는 입자는 전기적 성질을 띄기 때문에 자기장의 영향을 받는다. 즉 초고온의 플라즈마에 자기장을 걸어주면, 자기장을 따라 움직이게 되어 핵융합로 안에 가두어 둘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자기장을 이용한 핵융합장치 토카막의 원리이다.

 


플라즈마 길들이기

 

 플라즈마가 핵융합로 안에서 자기장을 따라 고대로 움직이기만 한다면, 플라즈마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핵융합 발전을 이루기는 쉬울 것이다. 하지만 플라즈마는 그렇게 얌전히 있지 않는다.

 

 우선 플라즈마가 만들어지는 핵융합로 내부는 엄청난 온도차가 존재하는 공간이다. 1억도에 가까운 초고온 플라즈마와 이 플라즈마의 가장자리에 해당하는 경계면 사이에는 아찔한 온도차가 발생한다. 자연은 이런 온도차를 그냥 두지 않는다. 지구상에 없는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만들고 한정된 공간에 가두어 두려는 것은 근본적으로 자연의 질서에 반하는 일이다. 뜨거운물과 차가운물을 함께 놓으면 섞여서 미지근하게 되 듯, 자연은 열평형 상태를 만들려한다. 플라즈마 역시 인공적으로 조성된 핵융합로 내부의 큰 온도와 밀도차를 끊임없이 원래의 상태로 되돌려놓으려고 한다.   

 

 이처럼 인간의 제어에서 벗어나 열평형의 상태로 돌아가려는 플라즈마는 스스로 난류를 일으킨다. 이런 난류는 애써 만들어 가둬 둔 플라즈마 입자와 열을 핵융합로 바깥으로 빠져나가 버리게 만든다. 마치 야생마처럼 어렵고 복잡하며, 통제하기 어려운 플라즈마 난류를 막기 위해서는 그 복잡한 움직임을 이해하고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무작위인 듯 보이는 복잡한 난류의 모습 안에 숨겨져 있는 일정한 규칙을 발견하고, 그 공식을 만드는 것이다.  핵융합연구자들은 불규칙한 플라즈마 난류의 움직임 속에서 수학적 규칙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KSTAR를 비롯한 전 세계 핵융합장치들의 실험 결과를 분석하고 있다.

 

 

혼돈 속 감춰진 규칙의 실마리 찾아야


 플라즈마 난류 해석을 위해서는 먼저 핵융합로 속에서 벌어지는 플라즈마의 실제 움직임에 관해 방대한 자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뜨거운 플라즈마 안쪽 깊은 곳으로는 고체로 된 어떤 측정기구도 넣을 수 없다. 따라서 외부에서 간접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자기장, 방사선, 빛 등의 정보를 통해 플라즈마 난류의 양상들을 수학적으로 예측하고 이를 다시 실제 운전에서 물리적으로 확인하는 반복과정을 통해 이해를 높여가고 있다.

 

 플라즈마 난류에서 수학적 규칙을 찾아내는 데는 자기장 주변에서 무한정 회전운동을 하고 있는 플라즈마 입자 모두의 운동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또한 개별적으로 움직이면서도 끊임없이 벌어지는 상호작용의 연립방정식까지 한꺼번에 풀어야 하는 극도로 까다로운 과정이다.

 

 플라즈마 난류는 핵융합로의 크기와 종류에 따라서도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인다. KSTAR에서도 역시 특징적인 양상이 나타난다. 국가핵융합연구소 연구자들이 발견한 플라즈마 난류의 ‘자기조직화’ 현상이 대표적이다. 보통의 난류는 구조가 생겼다가도 곧 다시 흩어진다. 하지만 케이스타와 같은 강한 자기장의 통제 아래서는 플라즈마가 오히려 스스로 만든 특정 구조의 난류 안에 스스로를 가둬 거꾸로 효율을 높이는 현상을 밝혀내 세계 핵융합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플라즈마 난류의 완벽한 제어를 위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플라즈마 난류에 대한 이해 없이는 고성능 장시간 운전과 핵융합 상용화 역시 불가능하다. 인공태양 실현의 마지막 퍼즐이 될 ‘플라즈마 난류’의 비밀을 찾아 핵융합 연구자들은 오늘도 인류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고차원의 방정식을 풀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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