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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7

핵융합은 왜 어려울까? - 슈퍼컴과 핵융합

이하나   
https://fusionnow.nfri.re.kr/post/nuclear-fusion/681

 혼돈과 동의어처럼 사용되는 카오스(chaos)는 본래 '캄캄한 텅 빈 공간'이라는 단어다. 고대에  카오스는 예측 불가능하고 무질서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21세기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카오스는 원리적으로 매 단계 완전히 예측 가능한 인과관계를 가진 사건들이 연결고리를 갖고 합해지면서 결과적으로 복잡해 보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카오스 안에도 질서가 있다는 것이다. 
 


감자칩에서 기초과학까지…21세기 슈퍼컴퓨터의 맹활약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는 것은 태양과 같은 원리로 거의 무한대의 청정에너지를 얻고자 하는 핵융합 연구자들에게도 아주 중요한 화두다.

 

 

 과학자들은 핵융합로 내에서 복잡한 플라즈마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불안정을 제어할 수 있는 규칙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울타리 속 야생마처럼 때때로 종잡기 어려운 플라즈마 입자들의 동선을 추적하고 각각의 열전달 방법을 이론적으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자그마치 100억 개(약 1019~1020)가 넘는 플라즈마 입자들을 일일이 계산하고 예측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초고속의 대용량 슈퍼컴퓨터이다. 

 

 슈퍼컴퓨터의 발전은 기초과학이 속도를 내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슈퍼컴퓨터 덕분에 노벨상을 탔다”는 2015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가지타 타카아키의 말처럼 슈퍼컴퓨터는 중성미자, 블랙홀, 은하충돌 등 거대한 우주환경의 설계와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137억 년 우주역사의 진화와 변천 과정을 설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심지어 김치냉장고의 제작이나 프링글스 같은 과자의 모양을 설계하는 데도 슈퍼컴퓨터가 이용된다. 김치냉장고는 모든 부분의 온도가 항상 일정해야 하는 게 핵심기술인데, 초창기의 김치냉장고는 지금만큼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온도를 유지하기 쉬웠다. 하지만 점점 용량이 커지면서 온도유지 기술은 한계를 맞았다.

 

 결국 제조사들은 슈퍼컴퓨터로 열과 공기의 흐름을 분석한 끝에 증발관과 단열판을 새로 설계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원래 칼로 썬 듯 납작했던 감자칩들이 지금의 공기역학적 모양을 갖게 된 것 역시 조립라인에서 자꾸 날아가 버리는 원인을 슈퍼컴퓨터로 분석하고 나서부터다.

 

 

“우리는 찰떡궁합” 하드파워 KSTAR와 소프트파워 슈퍼컴

 

 한 번의 플라즈마 실험 과정에서도 수없이 많은 데이터가 쏟아지는 핵융합 연구에서도 슈퍼컴퓨터는 필수적이다.

 

 KSTAR 장치는 가동되는 기간 동안 다양한 플라즈마의 행동패턴과 상호작용들을 보여주는 수많은 데이터를 생산하고 분석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고성능 플라즈마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 가운데 이론 모델을 세우고,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해 이론 모델과 실제 실험 데이터를 비교 분석하게 된다. 보다 근접하고 물리적으로 합당한 이론모델을 세우기 위해 이러한 노력을 끊임없이 반복하게 된다.

 

 이를 좀 더 전문적인 용어로는 ‘핵융합 이론 및 모델링’이라 한다. 핵융합 이론 및 모델링은 크게 복잡한 핵융합 플라즈마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물리학 방정식, 이를 구현하기 위한 수학적 모델링, 그리고 대용량 시뮬레이션 도구로 구성된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지난 2011년 슈퍼컴퓨터를 구축해 플라즈마 난류와 불안정성 등 핵융합 플라즈마의 여러 난제들을 연구하고 있다. 60 테라플롭스(Tera-flops) 규모의 이 슈퍼컴퓨터는 1초에 60조 번 연산이 가능하다. 이러한 고성능의 슈퍼컴퓨터의 도입 덕분에 KSTAR는 보다 정밀하게 플라즈마 움직임을 예측하고 관찰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국내 핵융합 이론 및 모델링 연구에 비약적 발전을 가져왔다.

 

 우리나라가 짧은 시간 만에 세계 최고 수준의 핵융합 연구로 주목받게 된 것은 KSTAR라는 훌륭한 하드웨어와 혼신을 다하는 핵융합 연구자들 덕분이다. 더불어 쏟아지는 데이터를 해석하며 물리이론을 개발하고 이를 모델링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와 같은 소프트파워가 더해졌기 때문이었다.

 

 

더욱 강력해지는 소프트파워 “ITER마저 주도하라”

 

 핵융합연구에서도 슈퍼컴퓨터와 같은 소프트 파워 중심의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장치 자체의 우수함과 함께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대용량 시뮬레이션과 고도의 이론 해석 역량 덕분에 ‘세계 최고의 토카막 장치’라는 가치를 더해 온 KSTAR 역시 계속해서 세계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소프트 파워를 업그레이드해야 할 시점을 맞고 있다.

 

 특히 2025년 첫 번째 실험을 시작하게 될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는 운전단계에서 기본적 실험 데이터만 제공할 뿐, 운전단계에서 플라즈마 연구는 참여국들 각자의 기술적 능력에 맡길 예정이다. 또한 ITER 장치 운전을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기에, 장치를 이용한 실험에 앞서 참여국들에게 정밀한 플라즈마 시뮬레이션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핵융합로에서 직접 실험하여 이론과 현실의 차이를 직접 검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대형 연구시설을 운영하기 위해 감내해야 할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막대하다. ITER 장치를 가동하기 전에 미리 슈퍼컴퓨터로 더 많은 변수를 적용해 시뮬레이션해보고 결과 치를 비교분석하는 과정이 실제 실험에서 더 높은 성공률을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일이다. 다시 말해 핵융합 플라즈마의 움직임을 버츄얼 머신(Virtual Machine)을 이용해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치면 핵융합로 연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핵융합 상용화에 보다 근접하게 될 ITER 실험을 우리나라가 주도하기 위해서는 국내의 핵융합 이론 및 모델링 역량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핵융합연구소는 핵융합 연구에 특화된 1페타플롭스(테라플롭스 연산속도의 1,000배) 급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갖출 예정이다. 여기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도입 예정인 28페타플롭스 슈퍼컴퓨터를 추가 활용해 명실상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에서 세계의 핵융합 연구를 선도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 중이다.   

 

 미노스의 미궁 같은 핵융합 플라즈마의 거대한 혼돈 속에서 창조의 질서를 찾아가는 국가핵융합연구소 과학자들에게 더욱 강력한 모습으로 돌아올 제2의 소프트 파워가 또 어떤 중요한 실마리 역할을 하게 될지 사뭇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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