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핵융합

  • Fusion Story
  • 핵융합
핵융합의 다른 글

201708.09

핵융합에서 시나리오가 중요한 이유

이하나   
https://fusionnow.nfri.re.kr/post/nuclear-fusion/711

 스릴러 영화의 고전  사이코 등을 연출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이런 말을 남겼다. “좋은 영화를 만드는 데는 딱 3가지가 필요하다. 좋은 시나리오, 좋은 시나리오, 좋은 시나리오다.”

 

 시나리오(scenario)는 영화나 드라마 제작에 필요한 대본이다. 시나리오라는 단어는 영화나 연극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 즉 하나의 장면 장면을 가리키는 신(scene)에서 유래되었다. 이런 개별적인 신과 신을 엮어 하나의 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구조적 뼈대를 시나리오라고 한다. 평면의 백지 위에서 3차원의 건축물을 창조해내는 설계도와 마찬가지다.

 

 핵융합 연구에서도 시나리오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 용어다. 여기서 말하는 시나리오란 초전도코일의 운전과 연료주입, 가열과 유지, 정지와 같은 핵융합실험장치의 작동절차와 운전조건을 실험의 목표에 맞춰 미리 꼼꼼하게 설계해 놓는 것이다. 실제로 이 시나리오는 플라즈마 발생실험의 성공률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 1월에 개최된 KSTAR 국제자문위원회 미팅.

세계 곳곳의 핵융합연구자들이 함께 모여 지난해 달성한 KSTAR의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운영 계획에 필요한 자문을 얻는 자리이다.


 

최상의 실험결과를 위한 설계도

 

 케이스타(이하 ‘KSTAR’)는 매년 일정 기간의 캠페인 기간을 통해 많게는 2천 회 가까운 수많은 플라즈마 발생 실험들을 소화한다. 국내외 연구자들의 다양한 실험주제들과 함께 고성능 장시간 플라즈마 발생을 위한 KSTAR 장치성능 향상 실험들이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대략 15분씩 매일 35~40차례 그물망처럼 촘촘히 이어진다.

  

 KSTAR는 정해진 운전 기간과 예산 안에서 가동되기 때문에 이 모든 플라즈마 발생 실험들은 캠페인 시작 몇 개월 전부터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준비과정을 거치게 된다. 특히 캠페인에 참여하는 국내외 핵융합 연구자들은 KSTAR의 분야별 태스크포스 팀과 국제적으로 저명한 핵융합 과학자 자문단(International Advisory Committee) 등 여러 단계의 선정 과정을 통해 어렵게 실험 기회를 얻은 이들이다.

 

 따라서 자신에게 부여된 제한된 플라즈마 발생 실험 단위들 안에서 최상의 실험결과를 얻어야 하는 만큼, 연구자들과 KSTAR 장치운영자들은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며 최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작동절차와 운전조건 즉 시나리오를 구성한다.

 

매년 실험시작 전 진행되는 KSTAR 리서치 포럼 현장.

내외부 연구자들은 실험 제안서를 발표하고, 경쟁을 통해 선정된 제안서만이 실제 실험으로 진행된다.

 

이상과 현실의 조화

 

 국내외 연구자들과 KSTAR 장치운영자들이 실험별로 시나리오를 완성해가는 과정은 이상론자와 현실론자가 서로의 다른 견해와 시각차를 이해해가는 과정과 비슷하다. 4의 물질 플라즈마의 비밀이 궁금한 연구자들은 종종 무리라고 할 만한 조건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KSTAR가 세계적으로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고 있는 만큼, 더 강도 높은 조건에 대한 기대치 또한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KSTAR를 포함한 세계의 여러 토카막들은 어느 것이나 자신만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장치운전자들은 오랜 시간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토카막 고유의 특성에 맞는 최적의 운전조건을 파악해 왔다. 자기장 세기, 가열파워, 플라즈마의 전류와 압력, 밀도, 더불어 이를 둘러싸고 정확한 타이밍에 동기화되어야 할 수많은 장치와 시스템의 여러 가지 복잡한 제어조건들 속에서 언제 핵융합장치가 안정적으로 좋은 성능을 발휘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던 높은 열과 온도를 다루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들, 특히 복잡한 불안정성을 다루는 데서도 상당한 지식과 세밀한 제어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따라서 캠페인에 참여하는 국내외 연구자와 KSTAR 장치운전자들은 기존의 표준화된 시나리오들, 이와 관련한 이론적 배경과 발생 가능한 예측모델들을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고 각자의 차이를 좁히고 더욱 완성도 높은 실험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모색한다. 이런 시나리오 미세조정은 캠페인 수개월 전부터 시작돼 최소 본 실험 2주 전, 필요에 따라서는 당일 아침까지도 이어진다.

 

실험이 진행 중인 KSTAR 제어실.

실험에 참여 중인 연구자들은 정해진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수시로 의견을 나누며 최고의 성과를 보여주기 위하여 노력한다. 

 

 영화나 드라마는 미리 꼼꼼하게 준비된 시나리오에 따라 촬영과 편집이 진행된다. 하지만 시나리오는 정지해 있는 피사체라기보다 살아 움직이는 생물에 가깝다. 실제 촬영에 들어가면 현장여건이나 배우의 컨디션 같은 돌발변수들이 반드시 발생하기 마련이다. 능력 있는 연출자들은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들까지 수렴하며 시나리오를 진화·발전시키곤 한다. 임기응변의 애드립이 뜻밖의 명장면을 탄생시키거나,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조연배우가 독특한 개성의 신스틸러(scene stealer)로 거듭나 더욱 풍성한 화제를 만들어내는 것도 그러하다.

 

 핵융합 연구의 시나리오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꼼꼼한 시나리오라도 시나리오는 말 그대로 이론에 기반을 둔 가설이다. 따라서 실제에서는 종종 기대 못한 결과나 의외의 소득이 나오기도 한다. 핵융합 연구자와 장치운영자들이 오랜 시간 정교하게 다듬은 시나리오에 따라 플라즈마 발생실험을 진행하면서도 카운트다운 직전까지 분석과 토론을 멈추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  좋아요 bg
    3
    좋아요 bg
  •  카카오스토리 공유 bg
    0
    카카오스토리 공유 bg
  •  카카오톡 공유 bg
    0
    카카오톡 공유 bg

댓글 0

정보에 대해 만족하십니까?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