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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6

전기저항 사라지는 기적의 초전도현상 그리고 초전도체와 핵융합 연구

이하나   
https://fusionnow.nfri.re.kr/post/nuclear-fusion/724

1911년 네덜란드의 저온 물리학의 개척자로 불리는 물리학 교수 카멜링 온네스(Heike Kamerlingh-Onnes, 1853~1926)는 극저온에서 온도계를 사용할 목적으로 온도에 따른 수은의 저항 변화를 측정하는 실험을 수행 중이었다. 그런데 -269(4.2K)에 도달하자 갑자기 저항이 사라지는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원하던 실험 결과가 아니었던 만큼 이것은 어쩌면 실패한 실험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대한 과학적 발견의 상당수는 이렇게 실패한 실험, 혹은 우연한 과정을 통해 탄생한다. 절대온도 0K(-273)에 가까워질 때 전기의 저항이 완전히 사라지는 초전도 현상은 이렇게 발견되었다.  

 

 

 카멜링 온네스(Heike Kamerlingh-Onnes, 1853~1926) 

 

 

그리고 10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초전도 현상은 최초 발견 당시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분야에서 기술적 진보를 이루어 가고 있다. 그것도 다른 곳이 아닌 바로 한국에서 말이다.

 

한국의 초전도 핵융합 연구 장치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초전도(Superconducting)’가 가장 중요한 구성 장치이다. KSTAR가 다른 나라의 핵융합 장치보다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고,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에서 KSTAR의 연구 성과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도 초전도를 기반으로 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전도와 핵융합, KSTAR는 어떤 관련이 있고,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초전도 현상과 초전도체의 발견

 

과학기술자들이 초전도체에 관심을 쏟는 가장 큰 이유는 무궁무진한 응용성 때문이다. 때로는 불가능한 일을 가능한 일로 만드는데 핵융합도 그중의 하나다.

 

우선 물질은 전기가 잘 통하는 도체,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 도체와 부도체의 성질을 동시에 지닌 반도체로 나뉜다. 도체에 전기가 잘 통하는 이유는 내부에 자유전자가 많기 때문인데, 어떤 도체이든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저항이 존재한다. 일상에서 휴대전화나 노트북을 오래 사용하다 보면 기기에서 열이 발생하는 것도 바로 저항 때문이다. 저항은 이처럼 발열은 물론 전류의 손실이나 신호 감소 등을 유발한다.

 

전기를 발명한 인류는 또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전기저항이 없는 도체, 다시 말해 완전도체는 없을까? 카멜링 온네스가 수은의 전기저항을 측정하는 실험을 하다가 초전도 현상을 발견하면서 인류는 이 질문의 답을 얻게 된다. 그는 이 공로로 191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는다.

 

이후 초전도체가 전기저항 제로(0)의 성질을 갖는 이유도 밝혀졌다. 도체의 결정격자 구조는 이온의 진동이나 구조 결함, 불순물 등으로 불완전한 형태를 띠기 때문에 전자가 곧바로 진행하지 못하고 충돌을 반복하게 된다. 이러한 충돌로 열이 발생하면서 도체 내에 전기저항이 생긴다. 반면 초전도체는 모든 전자가 둘씩 쌍을 이루어 결정격자 속을 진행하면서 한 개의 전자가 격자의 진동이나 불순물 등에 충돌하더라도, 또 다른 한 개의 전자가 조정기관 같은 역할을 하게 됨으로서 전기저항이 발생하지 않게 된다.

 

1957년 이러한 초전도체의 성질을 규명한 바딘(Bardeen), 쿠퍼(Cooper), 슈리퍼(Schriefer)의 이름 첫 글자를 따서 ‘BCS 이론이라고 부르게 되었으며 이들은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다만 BCS 이론은 고온 초전도체(30K 이상에서 초전도성이 나타나는 물질)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새로운 초전도 이론을 찾아내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초전도 케이블·자기부상열차·MRI에서 핵융합까지

 

그렇다면 초전도체는 어디에 활용될까? 초전도체는 글자 그대로 전기저항이 없는(0) 물질로, 다양한 곳에 활용된다. 우선 초전도체를 전선으로 사용하면 전력 손실이 생기지 않아 그만큼 전송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가령 지금의 구리 전선을 초전도체로 대체할 경우 전선은 20배 이상 가늘어질 수 있어서 구리 전선보다 동일한 굵기에서 약 400배 이상 전류를 더 흘릴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장치의 소형·경량화 및 저비용화가 가능하여 다양한 응용에 적용될 수 있다.

 

또한 초전도체로 전자석을 만들면 전기저항이 없어 일반 자속보다 수천 배 강한 자기력을 갖는다.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연구가 진행 중인 초전도 자기부상열차도 이러한 초전도체의 성질을 이용한 것으로 지상에서 약 5cm 정도 뜬 채 시속 500km 이상의 속력으로 달릴 수 있다.

 

의료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자기공명영상(MRI) 역시 초전도체의 특성을 이용한 결과물이다. 초전도체 사이에 부도체를 놓아도 전류가 흐르는 현상을 통해 미세한 자기장도 감지할 수 있는데, 이를 이용해 인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물 분자의 자기적 성질과 농도를 측정해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MRI 장치이다. 이와 함께 반도체 대신 초전도체를 이용해 아주 적은 전력으로 초고속 처리가 가능한 전자회로 개발에 나서는 등 초전도체는 응용 분야를 확대하면서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일을 가능한 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실제 KSTAR 초전도 자석의 단면

 

 

 

 

초전도체를 이용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가장 극적인 장면이 핵융합 에너지 분야에서 펼쳐졌다. 과학자들은 에너지 문제에 눈을 돌리면서 매일 마주하는 태양을 주목했다. 초고온의 플라즈마 상태인 태양은 수소 원자핵이 융합해 헬륨 원자핵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러한 핵융합 에너지를 지상에서 인공적으로 만들려면 1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가둬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관건인데, 과학자들은 토카막(Tokamak)’이라는 장치를 고안했다.

 

토카막은 도넛 형태의 진공용기 내부에 고온의 플라즈마를 가두는 장치로, 높은 자기장을 장시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기술이다. 이처럼 강한 자기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자석에 매우 큰 전류를 흘려주어야 한다. 현재 가동 중인 미국과 유럽 등의 토카막은 구리선으로 감은 코일을 사용해 전자석을 만들었는데 큰 전류가 흐를 때 전기저항으로 엄청난 열이 발생해 장시간 운전이 불가능했다. 이러한 상전도 토카막과 달리 초전도 토카막은 특정 온도 이하로 냉각하면 전기저항이 없어지기 때문에 오랜 시간 높은 자기장을 유지할 수 있다

  

 

 

다 같은 초전도체, 다 같은 플라즈마가 아니다

 

지난 1995년 우리나라가 나이오븀-주석(Nb3Sn) 합금으로 만들어진 초전도 자석을 이용해 핵융합 연구장치를 만든다고 하자 대부분 나라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핵융합연구 선진국을 중심으로 과연 가능할까?’라는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아무도 시도해보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성공! 지난 2007년 완공에 이어 2008KSTAR에서 단번에 플라즈마 발생 실험에 성공하자 의심의 눈초리는 감탄과 부러움의 미소로 바뀌었다. 세계 최초의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초전도 자석은 매우 낮은 온도에서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기에 KSTAR는 내부의 초전도 자석을 우주 공간과 비슷한 -268까지 낮춰 운전하게 된다. KSTAR를 일컬어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물질을 담는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그릇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단순한 과장이나 미사여구가 아니다. 이렇게 초전도체를 이용해 발생하는 KSTAR 자기장의 세기는 무려 7.2T(테슬라)에 달한다. 지구 표면의 자기장 세기가 0.5G(가우스, 1T=1G)이니 지구의 14만 배에 달하는 엄청난 세기인 셈이다.

 

이와 함께 어떤 금속성의 화합물로 초전도 자석을 만들었느냐에 따라 핵융합 장치의 성능도 다르다. 초전도체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물질은 나이오븀(Nb)으로 원소 상태에서 임계온도(물질이 초전도 상태가 되는 온도)가 모든 원소 중에서 가장 높다. 나이오븀-주석(Nb3Sn) 합금은 강한 자기장을 낼 수 있고 다른 합금보다 임계온도가 높아 플라즈마를 오래 가둘 수 있지만, 초전도 전자석으로 가공하기가 기술적으로 까다롭고 가격도 비싸다.

 

 

KSTAR 초전도자석에 사용된 나이오븀-주석 합금의 확대 단면  

 

 

 

이러한 기술적 난제를 극복하고 우리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나이오븀-주석 합금으로 만든 초전도 토카막 핵융합 장치가 바로 KSTAR이다. 국제핵융합실험로인 ITER가 나이오븀-주석 합금의 초전도 전자석을 적용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KSTAR의 성공이 있었기 때문이다. 초전도 전자석을 만드는 데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물질은 나이오븀-타이타늄(NbTi) 합금이다. 중국이 지난 2006년 완공한 초전도 토카막 핵융합 장치 EAST가 이 합금으로 만들어졌다.

 

이렇게 적용된 기술과 선재의 차이 질적 차이는 플라즈마 발생에서 큰 차이를 가져왔다. 실제 최장 운전시간 기록으로만 보면 KSTAR72, EAST101초이지만 플라즈마의 최고 온도는 KSTAR7,000, EAST2,000로 현격한 차이를 나타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의 KSTAR는 플라즈마 온도 5,000, 운전시간 73, 자기장 세기 3.5T의 장시간 운전을 목표로 연구를 수행하였다. 이에 반해 EAST2,000, 100, 2T의 장시간 운전을 목표로 하였다.

 

이처럼 초전도체라고 해서 다 같은 초전도체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초전도 자석을 통해 자기장을 만들고 플라즈마를 발생시켰다고 해서 다 같은 플라즈마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실험실에서 우연히 발견된 초전도 현상이 한국의 인공태양’ KSTAR를 통해 플라즈마처럼 뜨거운 빛을 발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물질을 담는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그릇 KSTAR가 또 어떤 불가능한 일을 가능한 일로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KSTAR를 통한 핵융합 연구가 발판이 되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인공태양을 구현하고 실제로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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