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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8

핵융합장치에서 전자현미경까지 가장 뜨거운 기술, 극저온의 세계

이하나   
https://fusionnow.nfri.re.kr/post/nuclear-fusion/748

핵융합장치에서 전자현미경까지
가장 뜨거운 기술, 극저온의 세계

기체를 액체로 바꾸는 극저온 현상과 ‘극저온’ 이용한 핵융합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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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자연 상태로 존재하는 저온은 아무리 낮아도 100를 넘기지 못한다.

하지만 기체가 액체로 변하는 극저온의 세계는 다르다. <사진 출처=픽사베이>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가장 낮은 온도는 어느 정도일까요? 물이 얼어 얼음이 되는 온도는 0℃입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춥다는 남극과 북극의 연평균 기온은 –50℃ ~ –60℃ 사이입니다. 너무 차가워 맨손으로 만질 수 없는 드라이아이스(dry ice)가 –78.5℃ 정도입니다.

 

한겨울에도 –10℃ 이하로 떨어지는 날이 드문 곳에서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 정도면 엄청나게 춥고 차갑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이 정도의 저온에서는 ‘특별한’ 일이 벌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자연에서 접하기 어려운 더 낮은 온도의 세계가 있습니다. 그 온도에서는 상온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다양한 물리적·화학적 현상이 벌어집니다. 바로 –150℃ 이하, ‘극저온’의 세계입니다.

 

 

◇ 질소는 –196℃, 산소는 –183℃에서 액체로

 

극저온은 지구상에서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 온도입니다. 우주로 나가거나 혹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야 경험할 수 있는 정말 낮고 차가운 온도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일상에서 접할 수 없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극저온의 세계를 이미 목격했거나 경험하고 있습니다.

 

<인터스텔라>나 <에이리언:커버넌트> 같은 SF 영화를 보면 ‘냉동인간’이 자주 등장합니다. 먼 거리를 오랜 시간 동안 날아가면서도 신체 나이와 건강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냉동 수면 상태로 여행하는 거죠. 이때 극저온의 기술이 사용됩니다. 

 

 

 

SF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냉동수면은 극저온으로 만든 액체질소가 사용된다.

사진은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냉동 수면을 위해서는 액체질소가 필요합니다. 공기 중의 질소를 –196℃까지 떨어뜨리면 액체질소가 됩니다. 액체 질소는 어떤 물체에 닿으면 해당 물체의 열을 빼앗고 냉각시키는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냉각·냉동에 액체질소가 많이 사용되는 이유인데요. 공기 중에서 쉽게 얻을 수 있고(공기의 약 80%가 질소), 가장 낮은 온도 –273℃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196℃)에서 액체로 변하는 것도 액체질소를 많이 사용하는 이유입니다. 

 

‘냉동인간’은 SF 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미국의 한 생명공학 업체에서는 190여 명의 냉동인간을 보존 중이라고 합니다. SF 영화에서처럼 액체질소 안에서 냉동상태로 미래의 시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데요. 하지만 완벽한 부활이 가능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없지만(불가능하지만), 물고기를 대상으로 한 실험 영상은 유튜브 등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실험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어항에서 놀던 물고기를 액체질소에 일정 시간 넣으면 냉동상태가 됩니다. 이후 차가운 물에 넣으면 죽은 것처럼 보였던 물고기가 다시 헤엄치며 어항을 돌아다닙니다. 이 원리를 이용한 것이 바로 냉동 수면 기술입니다.  

 

 

 

◇ 액화 때 부피 변화, 우주로켓에도 극저온 기술

 

로켓에도 극저온의 기술이 사용됩니다. 로켓이 대기권을 벗어나고, 공기가 없는 우주에서 비행하기 위해서는 연료를 ‘격렬하게’ 태울 수 있는 많은 양의 산소(산화제)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기체 상태의 산소를 싣고 우주로 가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어마어마한 양의 산소가 필요하고, 그 많은 산소를 저장할 수 있는 또 어마어마한 탱크가 필요할 테니까요. 단 1kg, 1g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로켓의 세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우주 로켓은 액체산소를 산화제로 사용한다. 대형 로켓의 산화제 탱크(왼쪽)와

나로호 발사 당시 극저온의 산화제 탱크 표면에 생긴 얼음이 떨어져 나가는 모습.

 

 

그래서 우주를 향해 날아가는 로켓은 연료를 태우는 효율은 훨씬 높으면서도 부피가 훨씬 적은 액체산소를 산화제로 사용합니다. 여기서 바로 극저온의 기술이 적용되는데요. 액체질소와 마찬가지로 기체 상태의 산소 온도를 최대한 낮추면 액체산소가 됩니다. 질소는 196에서 액체가 되지만, 산소는 183에서 액체가 됩니다. NASA나 러시아, 프랑스가 우주 발사체를 쏘아 올리거나 나로호 발사 장면을 보면 로켓 표면에서 얼음이 떨어져 나가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극저온의 액체산소가 저장된 산화제 탱크 표면에서 생긴 얼음입니다.

 

이처럼 극저온은 결국 기체를 액화시키는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보통 메탄이 액화되는 온도(-162)부터 절대온도(-273, 0K)의 영역을 극저온’, 혹은 초저온이라고 합니다. 메탄, 산소, 질소를 비롯해 수소(-253)와 헬륨(-269)도 극저온의 영역이 되면 액체 상태로 변화합니다.

 

기체의 액화, 과학자들이 극저온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기체를 액화시키면 다양한 물리적·화학적 현상이 벌어집니다. 가장 큰 변화는 부피의 감소입니다. 모든 기체는 온도가 1높아질 때 0에 비해 부피가 273분의 1로 증가합니다. 다시 말해 온도를 273로 낮추면 부피가 0이 된다는 것인데요. 이것을 샤를의 법칙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부피가 감소하기 때문에 냉동 수면이나 로켓처럼 극저온으로 액화시키면 기체 상태로는 불가능했던 일이 가능하게 됩니다.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가두기 위해서는 초전도 자석이 필요하며, 초전도 상태는 269의 극저온 액체헬륨으로 유지하게 된다. 사진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자석  

 

 

 

플라즈마를 담기 위한 가장 차가운 초전도 그릇을 만들어라!

 

핵융합에서도 극저온 기술이 매우 중요합니다. 극저온은 지난 시간에 살펴봤던 초전도체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요. 간단하게 복습하자면 이렇습니다. 핵융합을 만들기 위해서는 1에 달하는 초고온 플라즈마를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초고온의 물질을 가둘 수 있는 물질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랜 연구 끝에 과학자들은 강력한 자기장으로 초고온 플라즈마를 제어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합니다. 그게 바로 토카막입니다.

 

초전도체와 핵융합 연구바로 가기 https://goo.gl/Q5R1s3 /https://goo.gl/nQamZL

 

하지만 일반적인 전자석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일반 도체는 전기저항으로 인해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가둘 수 있는 강력한 자기장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초전도 자석을 사용합니다. 초전도란 도체 온도가 절대온도(0K)273에 가까워질 때 도체의 전기저항이 완전히 사라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따라서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가두는 장치인 토카막에는 일반 도체 대신 전기저항이 없는 대용량의 전류를 흘릴 수 있는 초전도 자석을 사용해야 강력한 자기장을 형성하여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가둘 수 있게 됩니다.

 

한국형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인 KSTAR는 플라즈마 발생 실험에 앞서 초전도 자석의 저항값을 제로(0) 상태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269의 초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요. 이것을 플라즈마 발생 실험 준비단계에서 극저온 냉각 단계라고 합니다. KSTAR는 완공 후 20085월 첫 번째 극저온 냉각 시운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습니다. 당시 현존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초전도 토카막 장치를 단 한 번의 시도 만에 냉각 시운전 성공이라는 평가가 줄을 이었습니다. KSTAR가 얼마나 우수한 장치인지를 대내외에 입증했던 것입니다.

 

 

극저온 냉각 시운전을 하고 있는 한국형 핵융합 실험장치 KSTAR. 뒷쪽의 큰 원통이 KSTAR이고,

앞쪽 파랑색 부분의 원통은 초전도 자석을 -269로 냉각하기 위해 극저온 액체헬륨을 공급하는 헬륨분배장치

 

 

KSTAR30개의 초전도 자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초전도 자석의 무게만 총 300t에 달합니다. 이렇게 큰 초전도 자석을 269상태로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KSTAR는 초전도 자석을 극저온으로 냉각하는 별도의 초저온 헬륨 냉각 설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상온의 헬륨을 269극저온의 액체헬륨으로 만들어 분배기를 통해 초전도 자석으로 흘려보내는 과정이 이어집니다.

 

초전도 상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외부로부터의 열 침입이 없도록 완전한 진공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런데 헬륨은 원자 한 개가 분자를 구성하는 단원자 비활성 기체로 냄새가 없고 크기가 다른 분자에 비해 작고 가벼워서 가장 누설이 잘 되는 물질입니다. 누설을 완전히 막는 것이 중요한데 상온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다가 저온으로 냉각되기 시작하면 이음새 부위의 재료에 변화가 발생하면서 누설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온도가 내려갈 때마다 누설되는 곳은 없는지, 기계적 장치에 문제는 없는지 살펴보고 또 살펴봐야 하는 긴장의 연속입니다.

 

 

 

 

 

KSTAR 초저온 헬륨 냉각 설비.

 

 

KSTAR의 초저온 헬륨 냉각 설비도 세계적 수준을 자랑합니다. 시간당 3,000의 액체헬륨을 생산할 수 있는데 이는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큰 규모입니다. 초전도 자석을 상온에서 269까지 낮춰 초전도 상태로 만드는 데는 보통 4주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실험이 끝난 뒤 다시 상온으로 높이는 것 역시 비슷한 시간이 걸립니다. 이렇게 269극저온의 가장 차가운 초전도 그릇이 만들어져야 1초고온의 가장 뜨거운 물질인 플라즈마를 담을 수 있습니다.

    

 

 

차가움 다루는 기술이 미래 바꾼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극저온 기술의 활용 범위도 갈수록 넓어지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핵융합을 비롯해 가속기나 우주로켓 등 거대과학 분야에서는 이미 필수적인 기술로 자리 잡았고요. 이러한 거대과학 장치와는 정반대로 아주 작은 세계를 관찰하고 실험하는 초정밀 첨단 장치도 극저온 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올해 노벨화학상은 용액 내 생체분자를 고화질로 관찰할 수 있는 저온전자현미경(Cryo-EM) 관찰법을 개발한 세 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습니다. 저온전자 현미경은 수분을 함유하는 세포나 수용액에 존재하는 생체 고분자를 초저온 상태로 유지해 관찰하는 전자 현미경입니다. 이를 이용하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생체분자의 이미지를 관찰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극저온 기술이 첨단과학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 수 있는 사례입니다.

 

극저온 기술은 실생활로도 영역을 점차 확장하는 중입니다. 특히 의료 분야에서는 인공수정을 위한 수정란의 보관이나 피부의 종기·종양 제거 등에 극저온의 액체질소 등이 사용되고 있고요. 폐타이어 재생이나 채소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급속 냉동 등에도 극저온 기술이 적용됩니다.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은 오늘도 극저온 상태에서 물질이나 물체가 어떻게 변화하고 어떤 물리적·화학적 특성을 보이는지 연구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한때 불을 다스리는 기술이 세상을 바꿨던 것처럼 앞으로는 차가움을 다루는 기술이 세상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가장 차가운 극저온의 세계는 미래를 바꿀 뜨거운 세계인 것입니다.

 

가장 핫(hot)한 극저온의 기술이 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앞으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극저온에서는 상온과 달리 다양한 현상이 발생한다. 극저온이 미래를 바꿀 뜨거운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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