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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3

블랙오로라의 비밀을 풀어낼 열쇠는?

이하나   
https://fusionnow.nfri.re.kr/post/nuclear-fusion/761

 요즘처럼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철은 ‘오로라’를 찾으러 떠나는 여행자들에겐 흥분과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최고의 계절입니다. 주로 지구의 극지방에서 볼 수 있는 자연현상인 오로라는 밤하늘을 수놓는 아름다운 빛물결로 많은 사람들이 꼭 한 번쯤 보고 싶은 인생의 버킷리스트로 언급하곤 합니다. 오로라가 가장 잘 관측되는 시기는 약 10월부터 4월까지로 사람들은 오로라를 만나기 위해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지역들 중 하나인 아이슬란드, 캐나다 등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오로라가 발생하는 구체적인 이유는 태양에서 불어오는 ‘태양풍’ 때문입니다. 태양풍은 쉽게 말해 태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이 속에는 원자핵과 전자가 서로 분리되어 있는 물질의 네 번째 상태인 ‘플라즈마’ 상태의 입자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구는 그 자체로 거대한 하나의 자석이기 때문에 지구 주변에 흐르는 자기장이 우주 방사선이나 태양풍 입자들을 막아주지만 그 중 일부는 자기장 보호막을 뚫고 지구의 이온층으로 유입됩니다. 이렇게 지구 가까이 접근한 태양풍 입자는 극지방에서 지구의 자기장 방향을 따라 빨려 들어오는 데, 이 때 태양풍 속의 플라즈마 입자들이 지구 대기를 구성하는 산소 등과 충돌하면서 방출하는 빛이 바로 ‘오로라’입니다. 

 

 오로라의 발생 원인을 알지 못했던 과거 극지방 사람들은 오로라를 보며 ‘신의 영혼’이라고 여기거나 ‘천상의 커튼’이라고 부르며 오로라의 신비함과 아름다움을 칭송했다고 합니다. 이후 과학자들은 오로라는 신의 그 무엇이 아니라, 태양과 우주의 원리가 만들어 낸 예술 작품에 가깝다는 것을 이미 밝혀냈지만, 오로라가 품고 있는 또 다른 비밀들을 풀기 위해 오래전부터 오로라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블랙 오로라 연구의 시작

 

 그 시작은 1970년대로 되돌아갑니다. 그 당시 망원경과 텔레비전 카메라 등을 이용하여 오로라 현상을 관찰하던 미국의 과학자들은 신기한 장면을 목격합니다. 오로라의 빛 물결 사이사이에 오로라가 존재하지 않는 부분이 마치 띠처럼 이어지는 곳을 ‘블랙 오로라’라고 칭하는데, 이 부분에서 소용돌이 모양이 발생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지상관측의 한계로 인해 정확한 이유는 알아낼 수 없었지만, 오로라의 플라즈마가 전기장과 자기장에 복합적으로 반응하며 발생했을 것으로 예상하였습니다. 

 

 

 블랙 오로라에서 발견된 소용돌이 모양

(출처 : T.J. Hallinan and T.N. Davis, "Small-scale auroral arc distortions", Planetary and Space Science Vol 18, 1735))
 


 그 이후에 다시 한 번 블랙오로라에 주목한 것은 1992년에 발사된 스웨덴의 천체자기 측정용 인공위성 Freja 였습니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고해상도의 플라즈마 및 전자기장 측정 능력과 빠른 데이터 전송 능력을 갖추고 있었던 Freja 인공위성은 블랙오로라 부분에서 100회 이상 자세한 측정을 진행하여 그 데이터를 지상의 연구자들에게 전송하였습니다. Freja가 전송한 데이터들 덕분에 연구자들은 실제로 블랙오로라 부분에 강한 전기장이 존재하고, 그 전기장의 세기는 블랙오로라의 폭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1970년대 연구자들이 예측했던 내용이 맞았다는 것을 밝히는 데는 성공했지만, ‘왜’ 블랙오로라 부분에서 전기장이 발생하는지 그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비밀의 실마리는 핵융합 속에

 

 놀랍게도 블랙오로라의 비밀을 푸는 열쇠는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흐른 2006년, 미래의 꿈의 에너지로 각광받는 핵융합에너지 연구를 수행중인 우리나라 연구자의 손에 있었습니다.

 

 핵융합에너지 연구는 태양이 에너지를 생성하는 원리인 핵융합 반응을 지구에서 재현하는 ‘인공태양’ 장치를 이용하여 태양처럼 무한하고 청정한 에너지를 만들기 위한 연구를 말합니다.

 

 실제로 수소 기체로 이루어져 있는 태양은 원자핵과 전자가 서로 분리되어 있는 물질의 네 번째 상태인 플라즈마 상태에서, 수소 원자핵끼리 서로 부딪치는 융합 과정을 통해 무한한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태양은 고온과 고압의 환경으로 인해 핵융합 반응이 자연적으로 끊임없이 일어날 수 있는 반면, ‘인공태양’ 장치는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태양보다도 훨씬 뜨거운 1억도의 온도로 플라즈마를 가열시켜야 합니다.

하지만 1억도 고에너지 상태의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키고 가두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플라즈마의 불안정성을 컨트롤하는 것은 핵융합의 주요 연구 분야 입니다.

 

 국가핵융합연구소의 이관철 박사는 이처럼 초고온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키기 위한 연구 과정에서 얻은 성과를 바탕으로 몇 십년간 누구도 명확하게 해결하지 못했던 ‘블랙오로라’의 비밀을 푸는데 성공했습니다.

 

핵융합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블랙 오로라의 비밀을 풀어 낸 핵융합(연) 이관철 박사


블랙오로라 비밀의 열쇠, 자이로중심이동 분석법

 

 이관철 박사가 핵융합 플라즈마 연구과정에서 주목한 것은 핵융합로 내부에서 발생하는 플라즈마의 경계면에서 측정되는 ‘전기장’이 왜 생기는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핵융합 플라즈마의 경계면에는 플라즈마 입자 뿐 아니라 아직 이온화 되지 않은 원자나 분자 상태의 중성입자가 존재합니다. 이 중성입자들은 플라즈마를 구성하는 이온들과 충돌하여 반응을 일으키는데 이 과정에서 전기장이 발생하고 이 전기장이 고성능 플라즈마를 발생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힌 것입니다.

 

 이관철 박사는 이 현상에 대해 연구한 끝에 이 현상을 하나의 원리로 설명할 수 있는 ‘자이로중심 이동분석법’을 개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관철 박사가 개발한 자이로중심 이동분석법 도식

 

 초고온 플라즈마 경계면에 존재하는 이온은 본래 핵융합로의 자기장의 영향으로 원을 그리는 나선운동을 하지만 자기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중성입자의 경우는 직선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나선운동을 하는 이온과 직선운동을 하는 중성입자가 서로 충돌을 하면 중성입자가 가지고 있던 전자가 이온으로 옮겨가며 이온이 중성입자가 상태가 되고, 전자를 잃은 중성입자는 반대로 이온 상태가 되어 새로운 나선운동을 하게 됩니다. 이관철 박사는 이렇게 이온의 이동 과정을 설명하는 ‘자이로중심 이동분석법’을 이용해 이온의 위치 변경 과정에서 전하가 축적되어 전기장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연구결과는 2006년 국제학술지에 발표되었고 그해 미국물리학회에서 초청되어 구두 발표되었습니다. 핵융합을 위한 고성능 플라즈마 생성의 새로운 실마리로 인정받으며 핵융합 연구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자이로중심이동 분석법’ : 핵융합에서 블랙오로라까지

 

 자이로중심이동분석법은 핵융합장치 뿐 아니라 100년 이상 저온 플라즈마 학자들에게 미스테리 현상으로 남아 있었던 아크방전의 음극위치가 자기장 속에서 전자기법칙의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도 설명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2007년 물리학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 (Physical Review Letters)에 출판 되었습니다.

 

 이관철 박사는 ‘자이로중심 이동분석법을’ 핵융합 플라즈마 현상처럼 플라즈마 주변에 강한 전기장이 발생하는 또 다른 사례인 ‘블랙오로라’ 현상에도 적용했습니다. 그 결과 블랙오로라에서 나타나는 강한 전기장 역시 핵융합 플라즈마와 마찬가지로 이온과 중성입자의 상호작용에 의한 현상이라는 것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게 되었습니다.

 

 자이로중심이동 분석법에 의하면 플라즈마의 압력이 변하는 정도가 가파를수록 더 강한 전기장이 만들어 집니다. 블랙오로라 영역은 플라즈마 압력이 낮은데, 이때 블랙오로라의 폭이 작으면 그만큼 플라즈마 압력이 가파르게 변하게 되고 그 결과 더 큰 전기장이 만들어집니다.

 

 실제로 이 분석법과 스웨덴의 천체관측 인공위성 Freja가 관측한 실제 데이터들을 비교 분석한 결과 자이로중심이동 분석법이 예측한 대로 블랙오로라의 폭이 좁을수록 더 강한 전기장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블랙오로라에서 측정된 전기장(적색점)을 자이로중심이동에 의한 계산값(청색선)과 비교한 그래프

 

 이 뿐 만 아니라, 적도 부근 고도 약 100km 상공의 지구이온층에서 적도를 따라 좁은 띠 모양으로 동쪽으로 흐르는 전류 현상인 적도고층전류(Equatorial Electro Jet)에서 관측된 수직 방향의 전기장 역시 같은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도 밝혀냈습니다. 그동안 명쾌한 해석 방법을 발견하지 못했던 각종 자연 현상들이 비로소 해답을 찾게 된 것입니다. 

 


‘자이로중심이동 분석법’의 미래

 

 이관철 박사는 “핵융합 플라즈마 연구 과정에서 나온 결과과 오로라와 같은 자연현상에서 발생하는 물리 법칙을 규명한 것도 흥미로운 결과지만, 이 같은 방법으로 핵융합연구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며 연구 결과에 대한 감회를 전했습니다.

 

 그동안 풀지 못했던 각종 자연 현상 속 난제들의 해답을 제시한 이관철 박사의 논문은 플라즈마 물리학 분야의 대표적인 국제학술지인 ‘피직스 오브 플라즈마’에 게재되어 플라즈마 물리학자들에게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더불어 이관철 박사가 개발한 자이로중심이동 분석법은 앞으로 핵융합 플라즈마 연구 분야의 난제 중 하나인 고성능 플라즈마 불안정성 제어 및 장시간 운전 달성 연구 분야에서도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하며, 향후 상용핵융합로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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