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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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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3

미래에너지 개발 책임지는 각국의 “인공태양”들

이하나   
https://fusionnow.nfri.re.kr/post/nuclear-fusion/762

  1905년. 전 세계의 물리학자들은 의문의 초청장 한 통을 받게 됩니다. 발신인은 독일의 아인슈타인 박사. 초청장에는 이렇게 한 줄만 짤막히 적혀 있습니다. ‘E=mc^2’. 고개를 갸웃거리던 과학자들은 곧 암호 같은 공식 뒤에 엄청난 우주의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깨닫습니다. 서둘러 가방을 꾸린 그들은 또 다른 태양, 바로 인공 핵융합의 세계를 향해 멀고 먼 여정에 나섭니다. 물질의 질량이 변화하며 해와 별만큼이나 거대한 에너지를 내뿜는 땅이지요.

 

세계 각국의 다양한 핵융합 장치들

 

 핵융합 세상으로 가는 지도를 손에 넣은 과학자들은 먼저 동반자를 찾았습니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척척박사 로봇 타스처럼 과학자들을 위해 열 일 해줄 핵융합 연구장치입니다. 이 중에서 1950년대 이란성 쌍둥이처럼 앞서거니 뒷서거니 태어나 각각 ‘토카막’과 ‘스텔러레이터’라는 이름을 얻은 이들을 따라가 볼 텐데, 오늘도 세계 도처에서 진화를 거듭하며 핵융합 과학자들의 플라즈마 탐험을 돕고 있습니다.

 

 

 

핵융합 세계로의 여행

 

이제 소개해드릴 세계의 인공태양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고온의 플라즈마를 만든 뒤 강력한 자기장 안에 가두고 핵융합 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약간의 차이들도 있는데요. 고온의 플라즈마를 가두는 역할을 하는 그릇 형태가 다르게 생겼습니다. 플라즈마의 탈출을 막는 그릇은 바로 전자석으로 만들어 지는데, 과학자들은 오랜 연구로 플라즈마 흐름의 처음과 끝을 연결해서 회전을 시키면 더 완벽하게 가둘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핵융합 연구장치 대부분이 도넛 모양을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중 스텔러레이터(Stellarator)는 1951년 미국에서 처음 발명됐습니다. 스텔러레이터는 기묘하게 휜 전자석들이 플라즈마 흐름을 꽈배기처럼 비틀어 놓습니다. 플라즈마 입자가 자연스럽게 도넛 안쪽과 바깥쪽을 돌아가면서 회전하도록 말입니다. 이 방식은 위치에 따라 자기장을 일일이 제어하지 않아도 비교적 쉽게 플라즈마를 가둘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긴 나선형의 전자석들을 정교하게 만드는 것이 어렵습니다.

 

반면 토카막(Tokamak)은 한 해 늦은 1952년 옛 소련에서 태어났습니다. 토카막은 ‘자기장 방’이란 러시아어 이름처럼 가운데 빈 공간이 생기도록 도넛 모양으로 전자석을 설치합니다. 스텔러레이터(Stellarator)보다 구조가 간단하고 플라즈마 가둠 능력도 탁월하지요. 덕분에 성경 속 쌍둥이 이삭과 야곱처럼 탄생은 늦었지만 주도권은 토카막이 쥐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토카막에게도 약점이 있는데요. 스텔러레이터에 비해 토카막은 계속 운전하는 것이 어려운 점이 그것입니다. 안정적으로 플라즈마를 가두려면 플라즈마가 장치 내에서 나선형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스텔러레이터는 전자석을 나선형으로 만들어 해결했지만 토카막에서는 플라즈마에 전류를계속 흘려 주어야 하는데 이것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여전히 스텔러레이터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어쨌든 자기장으로 플라즈마를 가두기 위해 강한 자기장을 만들려면 구리(Cu) 코일로 만든 전자석에 매우 큰 전류를 흘려야 합니다. 이때 생기는 전기저항은 엄청난 열을 발생시켜 장시간 안정적으로 운전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등장한 게 바로 우주공간과 비슷한 극저온 상태에서 저항이 사라지는 초전도자석을 이용하는 방법이었습니다. 현재 세계의 핵융합 연구는 보통의 전자석을 사용하는 ‘상전도 토카막’의 뒤를 이어 ‘초전도 토카막’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상전도 토카막은 여전히 건재한 실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스텔러레이터도 드디어 초전도 스텔러레이터가 등장을 했죠.

 

 

 

현존 최강 ‘상전도 토카막’

 

세계 최초로 설계된 구소련의 T-3 토카막 장치

 

세계의 주요 핵융합 연구장치 중 먼저 소개해드릴 장치는 상온에서 운영되는 ‘상전도 토카막’입니다.

 

앞서 토카막이란 단어의 유래를 잠깐 설명해드렸는데요. 러시아는 1952년 최초의 토카막인 T-1부터 최근 가동을 중단한 T-15까지 여러 대의 핵융합 연구장치들을 건설했습니다. 이중 가장 유명한 것은 1968년 안드레이 사하로프와 이고르 탐 박사가 함께 세계 최초로 플라즈마 온도 1,000만℃에 도달한 ‘T-3(Tokamak-3)’입니다. T-3는 1960년대 쿠르차토프 연구소(Kurchatov Institute)에 세워진 세계 핵융합 연구의 전환점이 된 상징적인 장치로 토카막을 현대 핵융합 연구장치의 대명사로 만든 장본인입니다.

 

T-3의 성공은 세계 각국의 토카막 건설을 촉발시키게 되는데, 그중 특히 핵융합 연구에 대한 투자가 활발했던 1980~90년대에 건설된 중대형 토카막들은 “핵융합 연구장치=토카막”이란 등식을 확고히 하며 현재까지도 빼어난 연구성과를 내놓고 있습니다. 그 외 유럽연합의 JET, 미국의 DⅢ-D, 독일의 ASDEX-U가 대표적입니다.

 

 

JET(Joint European Torus)는 영국 옥스퍼드 컬햄(Culham)에 있는 장치로 1983년 6월 첫 플라즈마 발생을 시작으로 현존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핵융합 연구장치입니다. 주장치의 크기, 자기장의 세기, 플라즈마 전류, 가열파워에서 모두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1997년 16MW의 세계 최고 핵융합 출력도 기록했답니다. 또한 현재 가동 중인 핵융합 연구장치 중 유일하게 중수소(D)-삼중수소(T) 혼합물을 이용해 실제 핵융합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JET의 외관 모습. <사진 출처=유로퓨전 홈페이지>

 

 

원격로봇 운전기술을 개발 중인 JET의 내부 모습. <사진 출처=유로퓨전 홈페이지>

 

 

JET는 처음의 구상단계부터 핵융합 연구의 빠른 진보를 예상하고 유연하게 설계된 덕분에 국제공동 핵융합 연구장치인 ITER 설계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지요. 당초 2020년까지만 운영이 계획되었는데 2025년까지 연장이 결정되었습니다. 이 기간 중 ITER에서 사용할 핵융합 연료와 재처리 원격로봇 운전기술 등을 개발하기 위해서입니다.

 

유럽연합은 JET 외에도 각 국이 개별적으로 핵융합 장치를 건설해 실험을 진행해 왔습니다. 독일은 그중에서도 가장 활발하게 핵융합 연구가 진행되는 국가들 중 하나입니다. 막스플랑크 플라즈마 연구소의 SDEX-U(Axially Symmetric Divertor Experiment-Upgrade) 토카막은 1990년부터 가동을 시작하였으며 1982년 세계 최초로 H-모드를 발견한 ASDEX의 업그레이드 버전입니다. 현재 다이버터 영역을 조절하여 핵융합 노심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을 목표로 플라즈마 밀도와 플라즈마가 밀폐벽 용기에 미치는 부하 등을 연구해오고 있습니다. 또한 상용핵융합로의 텅스텐 내벽재료 연구도 중요한 연구과제입니다. 2008년 현재 1,156명의 인력을 갖춘 유럽연합 내 최대 연구기관이기도 합니다.

 

ASDEX-U의 외관 모습. <사진 출처=독일 막스플랑크 플라즈마 물리연구소(Max-Plank IPP) 홈페이지>

 

ITER와 같은 텅스텐 내벽재료로 업그레이드 중인 ASDEX-U의 내부 모습. <사진 출처=유로퓨전 홈페이지>

 

 세 번째 소개해드릴 상전도 토카막은 미국의 DⅢ-D(Doublet III-D)입니다. 미국은 핵융합 연구 분야에서도 고유의 실용주의 철학을 반영하고 있는데요. 미국은 DⅢ-D에 앞서 대형 토카막인 TFTR(Tokamak Fusion Test Reactor)을 건설한 바 있습니다. 1985년 세계 최초로 1억°C를 달성한 바로 그 전설의 토카막입니다. 그로부터 10년 뒤에는 태양의 중심보다 30배나 높은 5억 1,000만°C에도 도달했습니다. 또한 기록적인 플라즈마 온도와 압력 수치를 넘어 삼중수소를 다루는 기술, 중성자 빔 가열시스템, 이온자기공명 가열시스템, 더 작고 경제적인 핵융합발전소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플라즈마 가둠 형식 등등 수많은 공학적 접근으로도 세계의 핵융합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런 미국의 프래그머티즘 경향은 대형 토카막을 새로 건설하기보다 세계 최고의 이론물리학 수준을 기반으로 해외 연구장치를 적극 활용하고 기존의 미국의 연구장치는 선별폐쇄와 지원집중으로 효율화를 꾀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그렇게 지원이 집중되고 있는 토카막이  1986년 건설된 DⅢ-D입니다.

 

현재도 가동 중인 DⅢ-D는 기존의 고성능 플라즈마 운전모드인 H-모드를 뛰어 넘어 AT-모드의 운전을 달성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곧 32.5MW의 가열능력을 확보하게 됩니다. 또 400여 명의 국제연구팀이 내놓는 우수한 실험결과들로 ITER와 DEMO의 설계와 운영에 필요한 매우 중요한 선행연구를 진행 중이지요.

 

미국의 상전도 토카막 DⅢ-D의 외관 모습.

 

미국의 상전도 토카막 DⅢ-D의 내부 모습. <사진 출처=UC San Diego 에너지연구센터 홈페이지>

 

 

 떠오르는 대세 ‘초전도 토카막’

 

스텔러레이터를 제치고 세계 핵융합 연구의 주역으로 떠오른 토카막은 2000년 또 한 번 중대한 혁신의 계기를 맞게 됩니다. 바로 ‘초전도 토카막’의 등장입니다. 초전도 토카막 분야에서는 한국의 KSTAR와 중국의 EAST, 곧 가동을 시작할 일본의 JT-60SA까지 동북아 3개국의 약진이 두드러집니다. 이들이 내놓는 연구 결과들은 특히 세계 7개국이 함께 건설 중인 ITER의 가동과 운영에 귀중한 기초자료가 될 예정인데요.

 

 

한국의 인공태양 KSTAR의 외관 모습

 

 

한국의 인공태양 KSTAR의 내부 모습<사진 출처 = 국가핵융합연구소>

 

 먼저 2006년 가동을 시작한 중국의 EAST(Experimental Advanced Superconducting Tokamak)부터 소개합니다. 중국은 1970년대부터 상전도 토카막 장치로 플라즈마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00년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중국 최초의 초전도 토카막 EAST 건설에 착수하지요.

 

 

중국의 초전도 토카막 EAST의 외관 모습. <사진 출처=ASIPP>

 

 

 

중국의 초전도 토카막 EAST의 내부 모습. <사진 출처=ASIPP>

 

 한국의 KSTAR가 실제 핵융합발전에 필요한 고성능 플라즈마 확보를 위해 특화된 장치라면, EAST는 핵융합발전의 실험단계인 ITER 가동을 위해 장시간 운전기술과 극한재료 개발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장치입니다. 이에 따라 고주파 가열방법에 집중적인 투자를 거듭한 끝에 올해 여름 101.2초의 플라즈마 운전시간에 도달하였습니다. 또한 지난해에는 내부를 ITER와 동일한 텅스텐 금속으로 교체하고 또 다른 미션인 내벽재료 특성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그랜다이저부터 건담까지 화려한 변신로봇 만화의 본산입니다. 재미있게도 이런 경향은 핵융합 연구장치에서도 보이고 있는데요. 2019년 완성될 일본의 대형 초전도 토카막은 1985년 건설된 JT(Japanese Tokamak)-60이 그 원형입니다. JT-60은 이후 많은 수정을 거쳐 JT-60U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해 유럽연합의 JET, 미국의 TFTR과 함께 세계 3대 핵융합로로 불리며 국제 핵융합 연구를 이끌게 되지요.

 

 2019년 완성 목표인 일본의 초전도 토카막 JT-60SA 외관 설계도. <사진 출처=JT-60SA 홈페이지>

 

 

2019년 완성을 목표로 조립 중인 일본의 초전도 토카막 JT-60SA. <사진 출처=QST 홈페이지>

 

 현재 일본이 건설 중인 JT-60SA는 이 대형 상전도 토카막 JT-60U을 해체해 초전도 토카막으로 재조립하는 것입니다. JT-60SA가 완공되면 모든 자석이 초전도 자석으로 이뤄진 토카막은 한국 KSTAR, 중국 EAST에 이어 세계 3번째가 되는데요. 한·중·일 동북아 3개국의 치열한 핵융합 연구 삼국지가 세계의 시선을 끌게 될 전망입니다. 

 

 

 

라이벌의 귀환 ‘스텔러레이터’

 

동생 토카막에게 장자의 축복을 뺏긴 스텔러레이터도 최근 공학기술의 발달로 긴 침체기를 벗어나 제2의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LHD의 외관 모습. <사진출처=NIFS 홈페이지>

 

 스텔러레이터 방식의 대형나선회전 핵융합 연구장치 LHD의 내부 모습. <사진출처=ITER 홈페이지>

 

스텔러레이터는 정교하게 제작된 외부 전자석만을 활용하기 때문에 플라즈마를 장시간 유지하기에 유리합니다. 하지만 구조가 복잡하고 건설이 쉽지 않기 때문에 1960년대 이후 오랜 시간 침체기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컴퓨터와 정밀공학의 발전으로 예전보다 스텔러레이터 건설이 용이해지게 되었지요.

 

일본은 1990년대 세계 최대 규모로 핵융합 연구 투자를 하게 되는데 이때 토카막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핵융합 연구장치를 실험하게 됩니다. 스텔러레이터가 다크호스로 재등장하게 된 것도 1998년 일본에 초전도자석으로 제작된 스텔러레이터 방식의 대형나선장치(LHD, Large Helical Device)가 건설되면서부터입니다. LHD는 현재 특정 조건에서 플라즈마 운전시간이 최장 1시간을 넘을 만큼 좋은 성능을 보이고 있습니다.

 

상전도 토카막 ASDEX-U를 운영하고 있는 독일 막스플랑크 플라즈마물리학연구소도 2015년 W7-X라는 또 다른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를 탄생시켰습니다. 기존의 스텔러레이터가 토로이달 코일과 헬리컬 코일을 따로 제작한 것과 달리 아예 긴 나선형 전자석 자체를 3차원 형태로 모듈로 디자인한 독특한 초전도 스텔러레이터로 기존의 토카막들과 어떤 차별화된 연구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W7-X의 외관 모습. <사진 출처=유로퓨전 홈페이지>

 

W7-X의 내부 모습. <사진 출처=유로퓨전 홈페이지>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We will find a way, We always have.)”

 

 

영화 인터스텔라의 명대사인데요. 오늘은 토카막부터 스텔러레이터까지 저마다 조금씩 다른 길을 통해 인공태양의 꿈에 접근하고 있는 세계의 주요 핵융합 연구장치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들의 활발한 협력과 상호보완 속에 우리의 핵융합 과학자들도 곧 답을 찾게 되리라 기대해봅니다. 늘 그랬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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