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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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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6

최초의 인공태양 누가 만들었을까?

이하나   
https://fusionnow.nfri.re.kr/post/nuclear-fusion/786

 

핵융합에너지를 얻기 위한 숨겨진 경쟁과 노력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 건설 현장을 인공태양으로 형상화한 이미지. <사진 출처=www.iter.org>


 태양은 어떻게 그 오랜 시간 에너지를 발생할 수 있을까? 밤하늘의 별은 어떻게 그 먼 곳에서도 반짝거릴까?

 

 인류의 오랜 의문 중의 하나였습니다. 20세기 초 물리학자들 앞에 놓인 가장 큰 숙제이기도 했고요. 과학자들이 부지런히 인류의 숙제를 풀어낸 덕분에 우주의 비밀은 하나씩 베일을 벗게 됩니다. 태양의 에너지원이 수소 핵융합 반응이라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태양은 지금으로부터 약 45억 년 전에 형성되었습니다. 수명이 약 123억 년이라고 하니 태양의 핵융합 반응은 앞으로 78억 년 동안 더 지속하겠죠? 태양과 별, 그리고 우주의 비밀을 일부 풀었다고(그것도 아주 조금) 만족할 호모 사피엔스가 아닙니다. 던져진 숙제를 다 했다고 쉬고 있을 과학자들도 아니죠. 이번엔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지구에 태양과 같은 에너지원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에너지원을 지상에서는 만들 수 없을까?

 

 20세기 ‘인공태양’ 연구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21세기 초 ‘땅 위의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가 최초로 가동될 예정입니다. 태양은 45억 년 동안 이글거렸지만, 인공태양의 역사는 100년도 채 되지 않습니다. 이 시간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최초의 인공태양은 누가, 언제 만들었을까요?

 

태양과 별의 에너지원은 핵융합 반응이다. <사진 출처=NASA>


 

◇ “핵융합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은 망상”(?) 
 
 태양에서 핵융합 반응이 발생하는 것은 내부가 고온 고압의 플라즈마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지구상에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1억℃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 상태가 필요합니다. 또 이런 초고온 플라즈마를 담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과학자들은 핵융합이 일어나는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장치를 고안했고, 이것을 인공태양이라고 부릅니다. 즉 인공태양 개발은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을 지속해서 통제 가능한 영역에서 발생시켜 에너지원으로 만들기 위한 과학자들의 도전이었습니다.

 

 지상에서의 핵융합 반응 그 자체는 태양의 성분과 원리 등을 규명하게 되자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 가능한 일이 되었습니다. 인류가 태양의 에너지원인 핵융합 반응을 인공적으로 발생시키는 데 처음 성공한 것은 1934년이었습니다. 핵융합 반응을 최초로 구현한 주인공은 영국의 물리학자 어니스트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 1871~1937)와 오스트레일리아의 물리학자 마크 올리펀트(Mark Oliphant, 1901~2000)가 1934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인공 핵융합 실험에 성공했죠. 두 과학자는 중수소핵을 빠른 속도로 중수소에 충돌시켰습니다. 이 실험에서 양성자 2개와 중성자 1개의 헬륨-3(He3), 양성자 1개와 중성자 2개의 삼중수소(Tritium)가 만들어졌습니다.

 

 태양과 별의 에너지원이 핵융합 반응이라는 것도 규명하고, 이것을 지상에서 시연하는 인공 핵융합 반응에도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핵융합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일은 상상에서나 가능한 일로 치부되었습니다. 실험을 직접 진행한 과학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러더퍼드 박사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날 확률은 매우 낮아서 핵융합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은 망상”이라고 단정 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핵융합 반응의 매력은 치명적이었습니다. 많은 과학자가 핵융합 반응의 조건과 경로를 규명해 인공태양을 지상에서 구현하려고 나섰죠. 마침내 독일 태생의 미국 물리학자인 한스 베테(Hans Albrecht Bethe, 1906~2005) 박사가 1939년 핵융합의 반응 확률 계산에 성공합니다. 태양과 별이 핵융합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과정을 상세하게 규명한 것이죠. 이 덕분에 핵융합의 조건과 반응 경로가 밝혀지면서 핵융합이 핵분열만큼이나 현실적인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게 됩니다.


 

◇ 인류가 시연한 최초의 인공태양은 폭탄
 
 안타깝게도 인류가 시연한 지상 최초의 인공태양은 수소폭탄이었습니다. 1952년 미국이 핵융합 반응을 통해 가공할 위력의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한 거죠. 미국과 경쟁하던 옛 소련도 1년 후 똑같이 수소폭탄 개발에 성공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냉전의 기운이 전 세계로 퍼지던 당시 어이없는 일이 벌어져 미국과 소련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1951년 아르헨티나가 대통령 페론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열핵융합 반응에 성공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옵니다. 이른바 ‘우에물 프로젝트(Huemul Project)’로 불렸는데요. 이 프로젝트는 거짓으로 밝혀졌지만, 위기감을 느낀 미국과 소련은 핵무기 경쟁에 더욱 열을 올리게 됩니다.

 

 미국의 수소폭탄 개발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물리학자 에드워드 텔러(Edward Teller, 1908~2003) 는 이렇게 말합니다. “핵융합으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은 20세기 안에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때마침 무기가 아니라 에너지로서의 핵융합 개발을 위해서는 국제 공조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인공태양을 위한 국제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죠. 현대 과학과 공학으로 쉽게 풀 수 없는 기술적 난제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소련의 핵융합 장치 토카막 T-3

 

스위스 로잔공대의 실험용 토카막 TCV

 

◇ 전 세계 핵융합 전문가들이 놀랐던 연구결과
 
 1968년 옛 소련의 노보시비르스크, 시베리아 최대 도시라고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이곳에 전 세계 핵융합 전문가들이 모였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주최로 제3차 핵융합에너지 회의(FEC)가 열린 건데요.

 

 이 자리에서 옛 소련 연구진은 서방의 과학자가 깜짝 놀랄 만한 발표를 합니다. 핵융합 연구 장치인 T-3를 통해 온도를 1,000만℃까지 높이는 데 성공하고 플라즈마 가둠 시간을 30배 이상 늘렸다는 연구 결과였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핵융합 연구 장치가 달성한 온도는 최대 100만℃에 불과했고요. 가둠 시간도 밀리 초 단위가 아니라 마이크로 초를 따질 때였습니다. 그야말로 메가톤급 발표였죠.

 

 서방 연구진은 당연히 소련의 연구결과를 믿지 못했습니다. 추측건대 회의장에서 이렇게 웅성거렸을 겁니다. “불가능해!”, “거짓말이야!”, “측정을 잘못했겠지.” 회의가 끝난 후 영국 과학자 팀이 레이저 기반의 새로운 온도측정 장치를 들고 모스크바를 방문합니다. 실험 결과를 검증하겠다는 거죠. 놀랍게도 소련 연구진의 발표는 사실이었습니다.

 

 소련 연구진이 실험에 사용한 T-3 장치는 이고르 탐(Igor Yevgenyevich Tamm, 1895~1971)과 안드레이 사하로프(Andrei Sakharov, 1921~1989) 박사가 제안한 개념을 바탕으로 설계한 토카막(Tokamak)이라는 장치였습니다. 핵융합에너지를 얻기 위한  경쟁에서 토카막 장치가 압도적으로 앞서는 순간이자, 본격적인 ‘인공태양’ 개발이 시작되는 기점이었습니다. 
    

한국형초전도핵융합장치 KSTAR 내부 진공용기

 

 


◇ 토카막(Tokamak)에서 핵융합 에너지 가능성 발견
 
 토카막은 ‘자기장 코일로 만든 도넛형 가둠 장치’라는 뜻의 러시아어 ’Toroidalnaya Kamera Magnitnaya Katushka’에서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명칭인데요. 글자 그대로 핵융합 과정에서 플라즈마를 가두기 위해 자기장을 이용하는 도넛형 장치를 의미합니다.

 

 1968년 연구진을 놀라게 한 T-3가 최초의 토카막은 아닙니다. 토카막의 개념은 1950년대 초 수소폭탄 제조를 위한 삼중수소를 얻기 위해 MTR(Materials Testing Reactor, 재료시험용원자로)이라는 커다란 장치를 구상하면서 싹텄는데, 이를 구현하기 위한 작은 장치들이 만들어져 실험에 사용되었지만 당시에는 플라즈마를 가두는 도넛형 그릇이 유리나 자기 등으로 만들어져 진정한 토카막이라고는 할 수 없었죠. 처음으로 모든 부품을 금속으로 만든 토카막 장치는 1958년에 만든 T-1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2008년 러시아에서는 토카막 발명 50주년을 기념했었지요.

 

 물론 토카막이 최초의 인공태양 장치는 아닙니다. 이보다 한 해 앞선 1951년 미국에서는 스텔러레이터(Stellarator) 방식의 핵융합 가둠 장치를 개발하는데요. 이때부터 스텔러레이터와 토카막은 진정한 ‘인공태양’을 구현하기 위한 치열한 경합을 벌이게 됩니다.

 

☞ 토카막과 스텔러레이터가 이끄는 핵융합 상용화 http://bit.ly/2G07UE0

 

 두 장치의 공통점은 고온의 플라즈마를 만든 뒤 강력한 자기장 안에 가두고 핵융합 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입니다. 과학자들은 플라즈마 흐름의 처음과 끝을 연결해 회전시키면 더 완벽하게 가둘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스텔러레이터는 휘어진 전자석이 플라즈마 흐름을 꽈배기처럼 비틀어 놓습니다. 이와 달리 토카막은 가운데 빈 공간이 생기도록 도넛 모양으로 전자석을 설치합니다. 스텔러레이터는 운전이 쉽지만, 제작이 까다롭고 가열에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토카막은 제작하기 쉽고 효율이 높지만, 운전이 까다롭죠.  

 

스텔러레이터 방식의 핵융합 연구장치 LHD 내부. <사진출처=www.iter.org>

 

 ◇ 진짜 인공태양은 아직 뜨지 않았다

 

 이렇게 탄생한 인공태양은 대표적으로 토카막과 스텔러레이터 방식으로 연구 중에 있으며, 지금까지 연구 성과를 볼 때 전문가들은 핵융합 상용화에 좀 더 앞서 있는 방식은 토카막 방식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초전도핵융합장치인 KSTAR를 비롯해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 등 전 세계에서 연구 중인 핵융합 장치의 대부분은 토카막 방식입니다. 하지만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은 토카막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스텔러레이터 연구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은 저마다 핵융합 연구 및 실험 장치에 인공태양이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인공태양은 아직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핵융합으로 발전을 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인공태양이라고 할 수 있겠죠? 분명한 것은 그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러더퍼드 박사는 “핵융합에너지를 생산하는 일은 망상”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망상은 점점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밝은 태양이 떠오르는 일출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인공태양이 환하게 떠오를 날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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