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핵융합

  • Fusion Story
  • 핵융합
핵융합의 다른 글

201804.11

인공태양과 인공지능이 만나면?

이하나   
https://fusionnow.nfri.re.kr/post/nuclear-fusion/799

핵융합 연구에 인공지능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두 해 전 이맘때인 2016년 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지켜보며 온 나라가 ‘AI 쇼크’에 빠졌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요. 먼 미래로만 여겨졌던 인공지능은 어느새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습니다. 음성을 인식하는 인공지능 내비게이션에게 길을 묻고, 퇴근 후 스피커와 잡담을 나누고, 냉장고가 남은 식재료를 파악해 추천하는 요리로 저녁을 준비하는 일상이 점점 더 자연스러워지고 있는데요.

 

 인류의 노동과 여가를 한층 더 가볍고 편하게 해주리라 기대를 모으는 인공지능은 핵융합 연구에서도 복잡한 난제 해결의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인공태양과 인공지능이 만나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요? 국가핵융합연구소 플라즈마안정화연구부의 김재현 박사와 함께 인공지능의 핵융합 활용방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인간의 두뇌를 대신하는 인공지능

 

 우선 많이 친숙해진 듯하면서도 여전히 낯선 인공지능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지요. ‘인공지능’은 이름 그대로 인간의 두뇌활동인 지능을 기계가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태양의 핵융합 현상을 인공적으로 구현하는 장치들을 ‘인공태양’이라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지능(知能, intelligence)은 학문별로 조금씩 정의가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라는 것에 의견이 일치합니다. 전에 알지 못하던 새로운 문제와 부딪혔을 때 얼마나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에 관한 능력이지요.

 

 많은 학자들은 이런 지능이 상당 부분 ‘경험’에서 비롯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두뇌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지만 살아가면서 직접 경험하거나 가정, 학교, 부모, 친구, 책, TV와 같은 환경요인에서 얻는 간접 경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즉 지능이 쌓인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계단을 이용할 때 우리 뇌는 미리 높이와 디딤발의 위치를 예상하고 다리 근육의 움직임과 세기를 조절합니다. 경험이 적은 아이들은 곧잘 중심을 잃고 기우뚱거립니다. 하지만 이런 실수들은 경험이 되어 점점 더 조심하게 되고, 한편으론 계단이란 사물의 규칙성을 이해하고 이제 다른 형태의 계단을 만나도 자연스럽게 오르내릴 수가 있게 됩니다.

 

 단순하게 보면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입니다. 기계적인 지능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의 두뇌처럼 작동할 수 있는 고성능의 하드웨어가 필요하겠지요. 경험에 해당하는 데이터의 처리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또 이런 경험들을 축적했다가 수시로 꺼내 쓸 수 있는 메모리 용량이 크면 클수록 좋습니다.

 

 여기에 ‘계단 오르내리기’와 같은 상황―실은 훨씬 어렵고 복잡해서 인간이 좀처럼 규칙을 못 찾고 있는 영역들에서 그동안 터득해온 과거의 데이터와 알고리즘(문제해결을 위한 절차·방법)을 제공한 후, 인공지능이 스스로 경험하고 학습하면서 인간이 몰랐던 새로운 규칙성을 찾아내고 문제해결에 응용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것입니다.

 

인공지능 개념의 탄생과 진화 양상. 최근에는 기계학습의 한 분야로 인공신경망을 이용한 심층학습이 각광받고 있다. <사진출처=스탠포드대학 홈페이지>

 


스스로 이해하고 해법찾는 자기주도학습

 

 최근에는 인공지능이란 말에 덧붙여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계학습), 딥러닝(deep learning, 심층학습)이란 용어들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머신러닝과 딥러닝은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학습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 세대가 주입식 단순암기로 연산만 빨랐다면, 인공지능은 자기주도 학습으로 인간의 관여 없이도 스스로 공식을 찾아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계로 진화한 셈이지요.

 

 스스로 학습법을 익힌 인공지능은 바둑에 특화된 알파고에서 확인했듯이 이제 특정 분야별로 충분한 데이터와 좋은 알고리즘만 있으면 교사인 인간을 훌쩍 뛰어넘는 탁월한 능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고 해야 할까요?

 

 인공지능은 특히 인류가 아직 어떻게 작동되는지 정확히 모르는 영역에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인공지능 활용이 가장 활발한 음성인식과 영상인식 분야입니다. 인간의 뇌는 수많은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특정 종류의 작업에서 굉장히 적은 에너지로 패턴을 인식하고 분류하고 추론하는 특별한 컴퓨터와 같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는데요.


어린이와 고양이


 예를 들어 엄마가 아기에게 고양이란 동물이 무엇인지를 가르칠 때 “털이 많고, 꼬리가 길고, 발톱이 날카롭고, 육식을 하는 포유류”라고 일일이 특징을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어머 고양이네, 야옹이 안녕 해봐”라고 하는 게 일반적이지요.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경험이 쌓여 고양이와 강아지를 구분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가 어떤 기준으로 고양이라는 사물을 판단할 수 있게 되었는지는 여전히 정확치가 않습니다.

 

 인공지능도 비슷합니다. 고양이에 관한 많은 사진과 영상 데이터를 입력하고 “이게 고양이야”라고 학습을 시키면 인공지능은 따로 기준을 정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고양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물의 특징을 찾아 갑니다. 하지만 여전히 가르치는 사람으로서는 인공지능이 어떤 기준으로 고양이를 인식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영국은 우리 못지않게 고령화 속도가 빠른 나라인데요. 병원을 찾는 노령인구가 많아져 상대적으로 의료진이 부족해진 영국에서는 ‘AI 의사 앱’이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병원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스마트폰 카메라로 주고받는 눈의 영상자료를 이용해 지병의 양상을 판독하고 관리 정보 등을 전달해주는 시스템인데요. 상담과 진단에 많은 시간을 뺏기던 의사와 긴 대기줄을 참아야 했던 환자들 모두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도 최근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 큐브로봇의 등장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이 인공지능 로봇은 3x3x3 정육면체 큐브를 맞추는 데 단 0.38초가 걸렸다고 합니다. 종전 인간의 기록인 4.59초를 무려 4초 이상 단축시킨 것이지요. 이 밖에도 예술과 법률, 쇼핑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속속 인공지능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는 소식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미국 MIT 생체모방 로봇연구소의 큐브로봇. 2대의 카메라로 큐브의 원리를 이해하고 해법을 계산하는 데 0.045초, 모터로 큐브를 맞추는 데 0.335초가 걸렸다.<사진출처=유튜브>


☞큐브로봇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pwCM8WYxTqs

 

 

인공태양과 인공지능의 융합

 

 고성능 장시간 플라즈마의 규칙을 찾아 씨름해온 핵융합 연구자들 역시 인공지능이란 강력한 ‘영재’의 등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관심이 큰 인공지능 활용 가능 분야 중 하나는 ‘플라즈마 붕괴 예측’에 관한 것입니다. 

 

 KSTAR 같은 인공태양이 핵융합 반응을 재현하는 데는 극한의 조건들이 필요합니다. 태양의 중심보다 뜨거운 섭씨 1억℃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269℃의 극저온 초전도 토카막 안에 안정적으로 가둬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핵융합 반응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플라즈마는 제한된 공간 속의 큰 온도와 밀도차를 깨고 원래의 열평형 상태로 돌아가려 하면서 불안정하게 움직이는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불안정성은 핵융합장치 안의 플라즈마 성능을 떨어뜨리거나 자칫 플라즈마 상태를 완전히 소멸시켜버리는 ‘플라즈마 붕괴’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초고온 초고압 상태의 플라즈마가 풍선 터지듯 자기장 밖으로 밀려나와 핵융합장치에 손상을 입힐 가능성도 있습니다. 안정적인 핵융합 발전을 위해서는 꼭 해결되어야 하는 난제이지요.


복잡한 플라즈마의 움직임에서 규칙을 찾아내는 게 핵융합발전의 관건이다. <사진출처=ITER> 


 KSTAR 연구자들은 그간 ‘풀숲에서 바늘찾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엄청난 양의 실험 데이터들을 분석하며 플라즈마 붕괴에 관해 연구해왔습니다. 덕분에 온도, 압력, 밀도, 자기장 분포 등 다양한 전조증상을 통해 플라즈마 붕괴의 조짐을 직관적으로 예측하고 한 발 앞서 대응하는 수준에 다가서고 있지요.

 

 하지만 복잡한 플라즈마의 움직임을 인간이 직접 경험하기에는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너무 많습니다. KSTAR는 30초 내외의 실험 한 번에 대략 수십 기가바이트, 하루에만 약 1테라바이트 이상의 대용량 데이터들을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무한대, 무작위처럼 보이는 경우의 수 속에서 규칙과 특징을 잡아내야 보다 완벽한 예측과 제어가 가능합니다. 실험장치를 넘어 24시간 365일 가동되어야 하는 상용 핵융합로 개발을 위해서도 반드시 공식을 찾아야 하지요. 

 

 핵융합 연구자들이 인공지능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알파고나 고양이의 예에서 보듯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는 규칙을 유추해낼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간 연구자들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축적한 플라즈마 붕괴 현상에 대한 데이터를 입력하면, 인공지능은 연구자들이 목적에 맞게 제공한 알고리즘 속에서 과거의 해답을 학습하며 스스로 새로운 규칙을 찾아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의 핵융합장치들이 인공지능의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2년 전부터 플라즈마 붕괴 예측 분야의 인공지능 활용에 관해 미국의 MIT와 함께 공동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MIT는 KSTAR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핵융합실험장치들과도 공동연구를 진행 중인데요.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핵융합실험장치들의 인공지능 기술의 상관관계를 통해 향후 ITER에 적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활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는 KSTAR만의 차별화된 플라즈마 진단기술을 활용한 인공지능 융합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KSTAR 연구진들은 지난 2015년 초전도 토카막 가운데 세계 최초로 플라즈마 전류의 1차원적 분포 측정에 성공한 데 이어 플라즈마의 중심부터 경계에 이르는 2차원·3차원 진단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외국의 핵융합실험장치들에서 볼 수 없는 고차원 이미지 데이터 기술은 물론 향후 빠른 도입이 예상되는 1페타플롭스 급 슈퍼컴퓨팅 인프라는 인공지능 활용이란 소프트파워에서도 KSTAR가 세계 핵융합 연구의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김재현 박사는 “핵융합 분야의 인공지능 활용은 결국 얼마나 양질의 데이터를 학습시키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KSTAR 연구자들이 쌓아온 경험과 지식이 인공지능이란 새로운 도구를 통해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의 미래를 한층 더 밝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의 핵융합-인공지능 융합연구는 이르면 올 가을 시작되는 KSTAR 캠페인부터 본격적으로 적용 가능성을 타진하게 됩니다.

 

 인공태양과 인공지능, 어쩌면 21세기의 가장 혁신적인 두 과학기술이 융합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이들의 만남이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란 인류의 미래에 또 다른 ‘신의 한 수’로 작용할 수 있을지 기대감 속에 지켜볼 때입니다.

 


기계학습을 활용한 플라즈마 붕괴예측 모델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김재현 NFRI 박사와 로버트 그라네츠 MIT 연구원 

  •  좋아요 bg
    3
    좋아요 bg
  •  카카오스토리 공유 bg
    2
    카카오스토리 공유 bg
  •  카카오톡 공유 bg
    2
    카카오톡 공유 bg

댓글 0

정보에 대해 만족하십니까?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