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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3

[남박사의 세시풍속] 28화 - 인문학과 자연과학

이하나   
https://fusionnow.nfri.re.kr/post/peoples/588

 

 

 얼마 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최희동 교수님을 비롯하여 선배님들 몇 분이 ‘이순신의 일기’라는 책을 출간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박혜일 교수님이 최고의 난중일기 전문가라는 것은 대학을 다닐 때 부터 워낙 유명했던 이야기였습니다. 공대 교수가 인문학의 영역일 난중일기의 전문가라는 것이 꽤나 신기하고도 흥미로왔죠. 그 때는 그저 워낙 똑똑하신 분이니 공학도 잘 하시고 인문학도 잘 하시나 보다 하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사를 보면서 좀 더 생각을 해 보니 그게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번 개정판은 주로 난중일기가 잘못 옮겨진 부분을 바로 잡고 지명, 인명을 밝히는 등 기술된 내용들이 실제로 어떤 내용인가를 규명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합니다. 이는 사실 물리적인 세계의 실체를 규명해 나가고 이를 실생활에 이용하는 공학적인 감성과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으니까요.


 우리가 인문과학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실제로는 자연과학과 더 밀접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역사학, 특히 고고학은 자연과학적인 감성과 기술이 필수적이죠. 수학이 싫어서 인문계를 택해 경제학과에 들어간 사람들이 경제학에서 수학을 떼 놓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좌절하기도 하죠.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양자역학의 딜레마를 납득하는 방식은 인문학적인 영역에 가깝죠. 최근 다중우주론을 놓고 최고의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논쟁은 사실 물리학보다는 철학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사실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이라는 구분은 과거에는 없었습니다. 국문학 박사든 공학 박사든 모두 Ph.D. 라고 부르는데 이는 철학 박사라는 뜻이죠.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고등학교에서 인문계와 이공계를 나누고 이에 따라 대학 학과가 구분되다 보니까 그 두 분야가 전혀 별개의 분야라는 인식이 특히 더 강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인문학적 감성과 자연과학적 사고방식을 굳이 구분하자면 이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어떤 ‘연구’를 할 때 그 연구를 진행해나가는 방식은 모두 자연과학적인 방식입니다. 공학, 물리학, 역사학, 심지어 국문학도 무언가를 연구할 때는 자연과학적인 방식에 따라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검증해 나갑니다. 인문학적인 감성이 필요한 순간은 우리가 왜 그러한 연구를 하는지, 그리고 그 연구 결과가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 지를 이해할 때죠.


 이처럼 연구에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모두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많은 부작용이 생깁니다. 어떤 사람은 인문학적으로 옳다고 여겨지는 가설이 실제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진실을 왜곡하려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자연과학적인 추론으로 정당하게 도달했다는 것만으로 그 일에 대한 사회적인 정당성까지 부여받았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죠. 공학자들이 역사서를 출간한 이번 일이 그런 학제간의 벽을 허물고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통합한 사고 방식을 만들어 나가는 데 더 힘을 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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