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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1

“넌 게임 하니? 난 플라즈마랑 놀아”

이하나   
https://fusionnow.nfri.re.kr/post/peoples/671

“넌 게임 하니? 난 플라즈마랑 놀아”    
‘한국의 테슬라’ 꿈꾸는 김형용 군(中3)의 플라즈마 사랑 
발생장치까지 직접 제작·실험…“실패하면서 해법 찾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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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즈마의 매력에 빠진 중학생이 있습니다. 전남 곡성의 옥과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김형용 군(15). 각종 전기 실험은 물론 자신이 직접 만든 장치로 플라즈마 발생 실험을 하고, 관련 영상을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합니다. 국가핵융합연구소에도 관심이 많아 홈페이지를 수시로 방문하고, 연구소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콘텐츠도 꼼꼼히 읽어보는 열혈 팬이기도 합니다.

 

 이 소년이 궁금했습니다. 또래 친구들이 게임이나 운동의 재미에 빠져 있을 때, 플라즈마가 아름답다고 말하는 이 소년의 정체는 뭘까요? 과학의 달 4월을 맞아 미래 한국 과학기술의 주역을 꿈꾸는 김 군을 곡성에서 만났습니다. 플라즈마의 매력이 뭐냐고 물으니 짧고 쿨한 답이 돌아왔습니다. “아름답잖아요.” 

 


<곡성 옥과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김형용 군. 친구들은 그를 ‘공돌이’라고 부른다.>

 


◇‘공돌이’라 불리는 곡성의 한 중학생

 

 새 학년이 시작된 올해 초, 옥과중학교 교무실에서 있었던 일화 하나. 학기 초 선생님들의 교무실은 반 배정이며 자리 배치로 학생들 교실만큼이나 분주하다. 자리를 옮기고 컴퓨터를 다시 세팅하고 전원을 켰는데 캄캄 무소식, 어디서 문제가 생긴 건지 작동이 되지 않았다. 이때 교무실에 등장해(사실은 선생님들이 찾아서) 이 문제를 손쉽게 해결한 학생이 있었으니 바로 김형용 군이 주인공이다.

 

“크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어요. 배선이 좀 엉킨 거죠. 컴퓨터를 옮기고 다시 설치할 때 흔히 생기는 그런 문제였어요. 교무실에 있는 컴퓨터 전체를 다시 봐 드렸어요.” 김 군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지만, 집이나 사무실에서 경험해 본 사람은 안다. 바쁘고 정신없을 때 누군가 이런 걸 간단하게 해결해 주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과학 실험 시간에도 가끔 김 군의 재능은 빛을 발한다. 전기를 이용한 실험 시간. 그런데 전날까지 문제없던 실험 장치가 잘 작동하지 않았다. 김 군은 배터리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단박에 눈치챘다. 배터리를 교환하자 다시 전압이 올라가고 실험은 무사히 진행됐다.

 

 이런 김 군을 친구들은 ‘공돌이’라고 부른다. 공대생이나 엔지니어를 비하하는 의미가 아니라 전기나 기계와 관련된 것은 뭐든지 척척박사처럼 해결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특히 전기와 관련해서는 ‘영재’라고 불려도 어색하지 않을 솜씨를 자랑한다.

 

실제 김 군은 중학교 2학년 때 전기기사 2급 자격증에 도전한다. 하지만 실제 시험까지 치르지는 못하고 일단 ‘후퇴’. 실기는 너무 쉬운데 이론이 생각보다 어려웠기 때문이다. “실기만으로 평가한다면 쉽게 통과할 수 있었을 거예요.” 김 군은 도전을 미뤄야 한다는 사실을 못내 아쉬워하면서도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곧바로 도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형용 군의 방은 작은 실험실이다. 온갖 전기와 관련된 부품과 장치가 가득하다.>


◇“남들 장난감 갖고 놀 때 공구 갖고 놀았어요”

 

“글쎄요. 제가 왜 전기에 재미를 붙이게 됐는지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처음에는 화학이 그렇게 재미있었는데 아무래도 위험하기도 하고, 그래서 전기·전자 쪽에 눈을 돌렸는데 정말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 같았어요.”

 

 김 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과학을 좋아했다. 그리고 잘했다. 국어나 영어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과학과 수학만큼은 늘 최상위권 학생들과 순위를 겨룬다. 과학·수학은 잘하니까 다른 과목 학원에 다니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김 군은 다르다. 수학 딱 한 과목만 학원에 다닌다. 이유를 물었다. 역시 쿨한 답변. “재미있고 저한테 필요하니까요.”

 

 유치원 시절부터 장난감보다는 공구함의 공구가 더 친숙했다는 김 군은 크면서 가전제품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집에서 쓰다 고장 난 가전제품은 일단 김 군의 손을 거쳐야 버릴 수 있다. 아파트 단지에서 버려진 가전제품도 일단 뜯고 조립해봐야 직성이 풀렸고, 쓸 만한 부품은 실험 도구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김형용 군의 방은 작은 전기 실험실

 

 그래서 김 군의 방은 작은 실험실을 방불케 한다. 어머니 김선옥 씨는 김 군의 방으로 안내하며 이렇게 말했다. “방이 조금 지저분하죠? 제가 볼 땐 어지럽게 늘어놓은 건데, 이게 나름대로 정리된 거래요. 그래서 형용이 물건과 방은 가급적 손을 대지 않아요.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정리한다고 만졌는데 그게 절대로 만지거나 옮기면 안 되는 중요한 부품일 때도 있고요.”

 

 <자신의 방에서 자기가 직접 만든 장치로 플라즈마를 발생시키고 있는 김형용 군.>


 실제 방에 들어서니 발 디딜 틈이 없다. 만들다 만 테슬라 코일, 중고로 구입한 오실로스코프(oscilloscope)oscilloscope와 펑션 제너레이터(function generator), 직접 조립한 용접기와 레이저 발생기, 콘덴서, 버려진 전자레인지에서 얻은 변압기, 파워 서플라이(power supply), 각종 소켓과 코일, 중고 브라운관 TV에서 떼어 온 플라이백 트랜스포머(flyback transformer), 그리고 이름과 용도를 알 수 없는 각종 부품과 장치들. 

 

 대부분은 버려진 전자제품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얻거나 인터넷 등을 통해 저렴하게 구입한 중고품이다. 국내에서 찾기 어렵거나 비싼 부품은 해외 직구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여기에 쓴 돈만 어림잡아 2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그래도 김 군은 자신의 알뜰한 쇼핑을 자랑스러워했다. “잘 모르고 샀다면 아마 서너 배는 더 들었을 거예요. 부모님이 전기 부품이나 장치 사는데 필요한 돈을 별도로 주시지는 않아요. 제가 용돈이나 세뱃돈을 모아 사는 거죠.”  

 

 

◇플라즈마의 매력에 빠져, 도전 또 도전


 최근 김 군이 푹 빠져 있는 분야는 단연 플라즈마 발생 실험이다. 방바닥에 어지럽게 늘어져 있던 부품이 바로 플라즈마를 발생시키는 데 필요한 장치였다. 김 군이 처음 도전한 것은 형광등 내부의 플라즈마 생성 실험. 김 군은 형광등 대신 주사기를 이용했다. 주사기 입구를 나사로 막고 피스톤을 당겨 진공상태를 만든 뒤 쇠막대로 막는다. 그리고 고압 고주파 전원을 연결하면 진공 방전을 일으켜 플라즈마가 발생한다.

 


<주사기를 이용해 진공 플라즈마를 발생시키는 장치>


 지금은 한 차원 높은 플라즈마 발생에 도전하고 있다. 이른바 플라즈마 스피커. 이에 앞서 김 군은 컴퓨터 전원 공급장치인 파워 서플라이, 직접 만든 ZVS 발진 회로, 브라운관 TV에 들어가는 플라이백 트랜스포머 등을 직접 연결해 플라즈마 발생 장치를 만들었다. 코일이 감겨 있는 플라이백 트랜스포머를 통해 고압을 순간적으로 발생시키면 전극 막대 주변의 공기가 이온화된 플라즈마를 볼 수 있다. 여기까지는 무난히 성공.

 

 하지만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고압 플라즈마를 발생시킨 뒤 이 플라즈마가 공기를 진동시켜 고주파 신호에 변조된 음악소리를 들을 수 있는 플라즈마 스피커는 아직 완성하지 못했다. 실패를 반복하고 있지만, 김 군은 서두르지 않는다.

그동안 직접 부품을 구해서 만든 장치로 수많은 실험을 반복하면서 한 번에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0.2mm 굵기의 구리선을 4시간 동안 감아 테슬라 코일을 완성했지만 작동에 실패하기도 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경험해야 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깨달은 것이다.  

 

“유투브나 블로그에 들어가 보면 플라즈마 스피커를 완성해 올려놓은 동영상이 있는데 정말 멋지고 아름다웠어요. 나도 한 번 꼭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만드는 과정에서 이런 저런 실패를 반복하고 있지만 조만간 성공할 것 같아요. 실패를 하면 원인을 찾게 되고, 그것을 반복하다 보면 문제가 해결되거든요.”

 

<지난 1월 핵융합연구소 퓨전스쿨 동계과학캠프에 참여한 김형용 군>

 


◇핵융합연구소 캠프 참여 “정말 놀라워요”

 

‘전기 덕후’ 김 군이 플라즈마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올해 초 국가핵융합연구소를 직접 방문하면서부터다.

 

 지난 1월 핵융합연구소에서 마련한 ‘2017 퓨전스쿨 동계과학캠프’에 참여하면서 그동안 인터넷에서만 봤던 플라즈마나 핵융합에너지와 관련된 거대한 실험 장치를 눈으로 목격하고, 연구원들로부터 직접 설명을 듣는 기회를 가졌다. 김 군은 캠프를 마친 뒤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이런 후기를 남겼다. 

 

“연구소에 가서 엄청 놀랐습니다. 무지하게 큰 마이크로파 발생기와 펑션 제너레이터, 기가헤르츠(GHz) 단위의 오실로스코프, 고압 파워 서플라이 등의 장비를 처음 봐서 놀라웠고요. 펑션 제너레이터에서 나오는 수백 kHz의 주파수를 수백~수천V로 높여주는 앰프까지 정말 신기했습니다. 플라즈마로 폐수 처리하는 원리를 시연하는 모습을 보고 플라즈마 정말 다양한 분야에 사용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끝으로 이런 말도 덧붙였다.

“수료증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피곤했지만, 이런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 군은 국가핵융합연구소의 열혈 팬이 됐다. 자신의 페이스북은 물론 카카오톡 대문 사진도 연구소를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으로 바꿨다. 실험 결과를 페이스북에 올릴 때면 국가핵융합연구소 페이지를 첨부하기도 한다. 연구원에서 하는 실험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그래도 관련된 실험을 해보고 성공하기도 했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전기 덕후’ 답게 니콜라 테슬라를 가장 존경한다는 김 군의 장래 희망은 전기·전자 관련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다. 전기 모터와 조명을 발명한 테슬라처럼 인류의 삶을 바꾸는 전기 장치를 개발하는 것이 김 군의 꿈이다.

 

 발명의 천재, 전기의 천재, 전기의 마술사. 테슬라에 붙여진 별명이다. 과학과 수학을 좋아하고 “플라즈마가 아름답다”고 말하는 김 군에게도 언젠가 이런 별명이 붙여질 날이 올지 모른다. 실험실이기도 한 김 군의 작은 방, 그리고 김 군이 품고 있는 장래 희망과 꿈에서 플라즈마 불꽃보다 더 환한 한국 과학기술의 미래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머지않은 미래, 플라즈마를 보며 꿈을 키웠던 김 군이 핵융합 에너지라는 인류의 꿈을 실현하는데 데 기여하는 과학기술인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하고 응원한다.

 

 

김형용 군의 꿈은 니콜라 테슬라와 같은 전기 분야의 최고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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