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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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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1

인삼이 플라즈마를 만났을 때

이하나   
https://fusionnow.nfri.re.kr/post/plasma/791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신 분이라면 거대한 모래 태풍과 옥수수밭을 기억할 겁니다. 야구장을 덮치는 모래(황사) 태풍은 지구와 인류의 종말을 예고합니다.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밭. 환경 파괴로 종말을 향해가는 지구에서 거의 유일하게 살아남은 농작물이죠.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이 모든 장면이 컴퓨터그래픽(CG)이 아니라 실제로 만들어졌다는 사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이 영화를 위해 수만 평의 땅을 사서 실제로 옥수수를 심었다고 합니다. 영화 속 거대한 옥수수밭을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무려 3년. 놀런 감독은 분명 이런 고민을 했을 겁니다. ‘옥수수를 더 빨리 자라게 할 방법이 없을까?’

 

 플라즈마로 그 방법을 찾는 연구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옥수수는 몰라도 인삼에서는 이미 그 가능성을 발견했죠. 국가핵융합연구소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 연구진은 2017년 인삼의 생장 활성을 돕는 플라즈마 발생장치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수많은 농·식품 중에 왜 인삼이었을까요? 플라즈마를 만난 인삼에는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궁금증을 풀기 위해 군산의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로 가봐야겠습니다.

 


플라즈마로 처리한 인삼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국가핵융합연구소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가 플라즈마 발생장치를 통해 인삼에 적용한 연구 성과를 도출했다.


◇ 왜 인삼이고, 왜 새싹인삼이었을까?

 

 예로부터 조상들은 번개가 많이 치는 곳에 식물이 잘 자란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번개는 자연에서 만들어지는 플라즈마의 한 종류인데, 공기 중의 질소를 질화물로 만드는 반응을 통해 비료가 만들어졌던 것이죠. 그 지혜를 살려 이제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플라즈마를 발생시켜 질화 작용 뿐 아니라 다양한 반응을 통제·유발함으로써 농·식품 재배, 관리, 안전성(살균 등)에 적용하려 합니다.

 

 농장부터 식탁까지(Farm-to-table)! 씨앗 발아부터 농·식품 재배, 수확 및 저장, 포장, 조리, 심지어 음식물 쓰레기 처리까지 농·식품 전 주기에 걸쳐 플라즈마 기술을 적용하는 연구가 최근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이른바 ‘플라즈마 파밍(Plasma Farming)’입니다.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의 플라즈마-농·식품 융합기술 연구는 크게 세 가지 분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플라즈마 재배(Plasma Cultivation), 플라즈마 수확 후 관리(Plasma Postharvest), 플라즈마 안전(Plasma Safety)인데요. 이 가운데 ‘재배’의 경우 플라즈마의 활성화 기능을 이용해 씨앗 발아부터 수확까지 생산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부쩍 가까워진 플라즈마 기술 https://fusionnow.nfri.re.kr/post/plasma/696


 

오재성 플라즈마바이오팀장이 플라즈마 발생장치를 거친 새싹인삼의 생장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는 수많은 농작물 가운데 우선 인삼을 선택했습니다. 왜 인삼이냐고요? 한국을 대표하는 동시에 부가가치가 높은 농작물이기 때문입니다. 플라즈마를 이용해 인삼의 성장률을 높이면 다른 농작물에 적용할 수 있고, 관련 연구에 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는 게 연구진의 판단이었습니다. 오재성 플라즈마바이오연구팀장의 설명을 들어볼까요.

 

 “처음 인삼을 선택하고 농가의 의견을 들어보니 인삼 재배의 가장 큰 문제는 토양이었습니다. 한번 4~6년 정도 키우고 나면 곧바로 그 밭을 사용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었죠. 플라즈마 살균 기술로 토양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는데, 사실 이것은 쉽지 않습니다. 대기 상태의 토양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실험실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니까요. 그래서 토양은 잠시 미루고 우선 인삼의 발아와 생장으로 연구 주제를 정했습니다.”

 

 

◇ 플라즈마 쪼였더니 출아율 두 배 이상 높아져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인삼의 경우 심고 키워서 수확할 때까지 평균 4~6년 정도가 걸립니다. 연구 성과를 도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죠. 그래서 연구진은 새싹인삼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새싹인삼은 성장까지 보통 4~6주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짧은 기간 많은 실험을 진행하고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연구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의미 있는 연구 성과를 도출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죠.

 

 연구진이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플라즈마로 처리한 새싹인삼의 초기 출아율은 일반 새싹인삼보다 두 배 이상 높았고요. 초기 생장률 또한 50% 가량 향상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플라즈마로 처리한 새싹인삼은 일반 대조군에 비해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 등 인삼의 유용 대사체 함량이 1.6~2.5배 높았습니다.

 


실험 결과 플라즈마로 처리한 새싹인삼의 출아율은 일반 두 배 이상, 생장률은 50%가량 향상되었다.  

        
 이처럼 플라즈마를 통한 새싹인삼의 생장 증진이 실험적으로 확인된 것은 세계적으로도 거의 보고된 바가 없습니다. 새싹인삼의 유용 대사체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확인된 사례도 없습니다. 이번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 연구진의 실험 결과가 최초입니다. 연구진이 실험을 통해 확인한 연구 결과(식물 생장 활성을 위한 플라즈마 발생원 연구개발 및 인삼 적용 사례 연구)는  SCI급 저널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연구진이 짧은 기간 이렇게 우수한 연구 성과를 도출한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우수한 플라즈마 발생장치(발생원)를 개발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실험 대상으로 삼은 새싹인삼의 성장 기간이 짧아도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없다면 뜻깊은 연구 결과를 얻기 어려웠겠죠? 새싹인삼에 다양한 환경 조건을 부여하고, 이것을 모니터링하거나 제어해서, 실험 결과의 재현성이 우수한 플라즈마 발생장치를 개발한 것이 이번 연구의 소중한 성과물입니다.

 

 

◇ 플라즈마 만큼이나 민감한 플라즈마 발생장치

 

 농작물을 넣고 무조건 플라즈마를 쪼인다고 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지만 플라즈마 발생장치를 개발하는 일,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플라즈마 발생장치는 대상 식물을 처리하는 동안 온도, 화학종, 소모전력, 발광신호, 흡광신호 등 플라즈마의 특성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온도나 습도와 같은 외부 변수도 제어할 수 있어야 하고요. 무엇보다 재현성 높은 실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수백 시간 동안 안정적인 플라즈마 운전이 가능해야 합니다.

 


 플라즈마가 인삼의 발아 및 생장에 미치는 영향을 세계 최초로 연구할 수 있었던 것은 재현성 우수한 플라즈마 발생장치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윤성영 연구원이 플라즈마 발생장치를 살펴보고 있다.


 플라즈마 발생장치를 개발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윤성영 연구원은 “다양한 작물을 대상으로 플라즈마 발생원을 개발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윤성영 연구원의 설명을 더 들어볼까요?

 

 “작물에 따라 플라즈마 처리 조건이 달라져야 합니다. 그 조건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에 맞는 발생장치를 개발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죠. 플라즈마를 발생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전기의 방전을 일으키는 것과 같은데요. 공기에서 플라즈마를 발생시키면 대략 53가지의 화학종이 발생합니다. 이 화학종을 어떻게 결합하고, 어느 정도의 거리에서 쪼이느냐에 따라 식물에 끼치는 영향이 달라집니다. 처음 플라즈마 발생장치를 만들 때는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어요.”

 

 플라즈마 자체가 아주 민감한 물질이기 때문에 플라즈마 발생장치도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플라즈마를 어떻게 발생시키고, 어느 정도의 세기로 쪼이느냐에 따라 실험 결과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여기에 플라즈마 발생장치는 그야말로 ‘장치’이기 때문에 사용자 편의성까지 갖춰야 하죠. 아무리 내부에서 실험이 잘 이루어지더라도 연구진이 실험 대상을 손쉽게 넣고 빼고, 관찰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입니다.

 

 

◇ 플라즈마 기술 농·식품 적용 다음 과제는?

 

 새싹인삼 발아 및 생장 연구에 적용한 플라즈마 발생장치는 ‘Array type DBD’로 불립니다. 플라즈마를 발생시키는 전극을 위아래로 배치하는 게 아니라 옆으로 병렬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위아래로 배치해 그 사이에 농작물을 넣으면 플라즈마가 너무 직접, 강하게 닿게 됩니다. 연구진은 오랜 시행착오 끝에 플라즈마 발생시키는 전극을 촘촘하게 병렬시키고 그사이에 공기를 불어 넣어 플라즈마의 세기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 연구진이 개발한 플라즈마 발생장치. 

 

  이렇게 원하는 플라즈마 발생장치를 개발할 때까지 수많은 연구진이 머리를 맞댔습니다. 플라즈마 물리 분야는 물론 식물 생리, 식물 병리, 화학 분석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진이 융합연구를 통해 결과물을 얻었다는 것이 이번 연구개발의 또 다른 성과물입니다. 윤 연구원의 설명을 조금 더 들어보겠습니다.

 

 “농·식품 연구에 필요한 플라즈마 발생장치를 개발하기 전까지 한 번도 사용자 편의성이라는 것을 고민해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식물의 발아나 생장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해당 연구진이 필요로 하는 장치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반복 작업을 하면서도 플라즈마와 식물종자간의 거리가 0.1 mm 오차로 유지될 수 있도록 전극의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장치를 여닫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간단한 잠금장치로도 외부기체의 유입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어야 했고요.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때로는 이런 점들이 식물실험의 성패를 나누는 요인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많은 피드백 과정과 시행착오를 거쳐 플라즈마 발생장치를 개발했습니다.”

 

 연구진이 플라즈마 발생장치를 개발해 적용한 사례는 지금까지 새싹인삼과 식물연구를 위한 모델 식물인 ‘애기장대’입니다.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대상 식물을 점차 넓혀갈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새싹인삼을 대상으로 한 후속연구도 진행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복안인데요. 성장 기간이 긴 인삼에 적용하기에 충분한 실험결과를 도출해 농가의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인삼이 플라즈마를 만나면 더 빨리 자란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플라즈마를 만나고 싶은 농·식품이 많을 것 같습니다. 플라즈마-농·식품 융합기술 연구진이 더욱 분주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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