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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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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1

플라즈마와 진공용기 사이, 그곳에 ITER 블랑켓 차폐블록이 있다

커뮤니케이션팀   
https://fusionnow.nfri.re.kr/post/iter/1147

ITER한국사업단 블랑켓기술팀 (왼쪽부터) 박병일 선임기술원, 정시군 선임기술원, 심희진 책임연구원, 김사웅 팀장 ITER한국사업단 블랑켓기술팀 (왼쪽부터) 박병일 선임기술원, 정시군 선임기술원, 심희진 책임연구원, 김사웅 팀장

 

인공태양을 지켜줄 특별한 보호막이 탄생했습니다. 바로 ‘ITER 블랑켓 차폐블록(ITER Blanket Shield Block)’입니다. 지구에서 1억 5,000만km 떨어진 태양이 핵융합을 통해 에너지를 내뿜듯 지구의 인공태양 ITER도 삼중수소와 중수소의 핵융합 반응을 통해 500메가와트(MW)의 열출력을 방출합니다. 블랑켓 차폐블록은 플라즈마에서 발생하는 고온의 에너지와 고속중성자와 직접 대면하는 ITER의 핵심장치입니다. 마치 달걀의 단단한 겉껍질과 흰자 사이에 위치한 속껍질(난각막)처럼 존재가 두드러지지 않지만, 핵융합 메커니즘의 원활한 수행을 돕는 장치이지요. ITER 한국사업단은 최근 인공태양의 속껍질이라 할 수 있는 블랑켓 차폐블록 초도품 제작 보고를 완료했습니다. 블랑켓 차폐블록 초도품 탄생을 성공시킨 ITER한국사업사업단 블랑켓기술팀의 김사웅 팀장과 심희진 책임연구원, 정시군 선임기술원, 박병일 선임기술원이 함께한 도전의 여정을 소개합니다.

 

 

|프롤로그. 블랑켓 차폐블록 초도품 완성의 숨은 힘, 원천 기술 개발

 

“ITER 블랑켓 차폐블록은 1억℃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와 중성자의 엄청난 에너지로부터 ITER 장치를 보호하는 1차 방호벽입니다. 블랑켓은 우리말로 담요를 의미하는데요. 담요처럼 플라즈마가 만들어지는 진공용기 내벽을 감싸서 보호하는 존재입니다.”

 

김사웅 팀장이 설명하는 블랑켓 차폐블록의 존재 이유입니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차폐란 전기·자기·방사선 등을 차단하여 외부에 영향을 주지 않게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플라즈마의 열과 중성자를 차폐하는 것이 다가 아닙니다. 심희진 책임연구원의 설명도 이어서 들어볼까요?

 

“블랑켓 차폐블럭은 핵융합 반응으로 생성되는 최대 736메가와트(MW)의 열량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는데요. 이를 위해 차폐블록 내부에는 4메가파스칼(MPa)의 압력으로, 온도 70℃의 냉각수가 흐르고 있습니다. 화력발전소 1기에서 발생하는 열량이 약 500~1000MW 수준임을 생각하면 정말 큰 부하를 견뎌내야 하는 것이죠”

 

600m²에 달하는 도넛 모양의 진공용기 내벽과 맞닿아 설치되는 블랑켓 차폐블록은 그 위치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개당 1.4×1.0×0.4m의 크기에, 무게는 2.6ton에 달합니다. 총 440개의 조각이 퍼즐처럼 연결되어 설치되는데요. 우리나라와 중국이 각각 220개씩 조달을 맡았습니다. ITER한국사업단은 조달국 중 처음으로 ITER 국제기구가 요구하는 품질 기준을 모두 충족한 초도품의 개발 및 제작을 완료하며 한국의 핵융합 기술을 다시 한번 세계에 입증했습니다. ▲초고온을 견디며 중성자 차폐가 가능한 소재 ▲대형 난삭재를 정교하게 가공하는 기술 ▲완성품의 품질을 검증할 기술과 장비 개발까지 삼박자를 완벽하게 구현했다는 평입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ITER 국제기구도 인정한 한국의 블랑켓 차폐블록 제작 과정을 살펴볼까요?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의 블랑켓 차페블록 초도품

 

 

|미션1. 완벽한 제작의 첫걸음 최적의 설계와 소재를 찾아라

 

“초고온에서 고속 중성자와 대면하는 극한의 환경을 이겨낼 차폐블록의 설계를 위해서는 중성자 해석, 전자기력 계산, 열수력 및 구조 해석 등의 전문지식과 이를 실물로 가공하는 현장의 제작기술이 필요합니다.”

 

한국이 블랑켓 차폐블록 조달을 맡은 것은 KSTAR로 입증한 핵융합 기술력과 관련이 깊습니다. 김사웅 팀장은 어려운 과제였던 만큼 제작 과정은 도전의 연속이었다고 회고합니다.

 

“ITER 진공용기 설계가 끝난 후에야 본격적으로 블랑켓 차폐블록의 설계를 시작했습니다. 블랑켓 차폐블록은 안쪽으로는 플라즈마, 바깥쪽으로는 진공용기에 인접한 위치인 것을 고려해 설계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ITER가 제시한 가장 안정적인 플라즈마의 형태와 진공용기 안쪽에 자리하는 코일과 배관의 위치가 블랑켓 차폐블록의 외형을 결정했습니다.”

 

또한, ITER 국제기구는 블랑켓 차폐블록 제작의 첫 단추인 소재 선정과 관리에 엄격한 잣대를 제시했습니다. 심희진 책임연구원의 설명을 들어볼까요?

 

“중성자 차폐와 플라즈마 냉각을 위해 우수한 품질은 기본입니다. 중성자에 노출됐을 때 반감기가 짧은 저방사화 소재여야 합니다. 여기에 플라즈마 열기를 막는 구조재의 역할을 수행하려면 드릴링과 용접이 가능해야 하죠. ITER가 제시한 모든 성능을 만족하는 소재는 가공이 어려운 난삭재로 유명한 ‘스테인리스스틸 316L(N)-IG(ITER Grad)’입니다. ITER 국제기구는 소재를 스테인리스스틸 316L(N)-IG 화학성분도 엄격하게 관리될 것을 요구하며, 불순물 및 개재물이 없는 고순도 및 균일한 조직을 제작 및 공급해야 합니다. 또한, 이의 소재가 언제, 어디서 생산되고 검사 되었는지 전 과정을 관리해야 합니다.”

 

여기에 하나 더! 최고의 방패를 찰흙 다루듯 정교하게 가공할 최고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손끝이 매섭기로 소문난 한국의 장인들도 블랑켓 차폐블록의 복잡한 외부 형상을 구현하고 심지어 안쪽으로 냉각수가 지나는 길을 만들기 위하여 약 220여 개의 홀을 가공해야 하는 등의 기술적 난제에 수많은 도전과 실패를 이어갔습니다.

 

 

|미션2. ‘스테인리스스틸 316L(N)-IG’를 찰흙 다루듯 섬세하게 가공하라 

 

“먼저 5~6톤에 달하는 스테인리스틸 316L(N)-IG 원소재에 6축 정밀드릴링장비를 도입하여 냉각수가 다니는 길을 만들고, 장인의 손길에 의해 커버 플레이트를 용접합니다. 이후 상하좌우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5축 대형정밀가공설비를 이용해 외부의 복잡한 형상을 만들면 마무리가 됩니다.”

 

정시군 선임기술원의 설명입니다. 보통 힘 좋은 칼은 큰 면을 넓게 가공할 때 사용하고, 작고 미세한 칼은 다이아몬드처럼 섬세한 세공에 사용합니다. 하지만 블랑켓 차폐블록은 작고 섬세한 칼로 넓은 면적을 가공해야 하는 난제를 만났습니다. 힘과 섬세함을 모두 갖춘 5축 대형정밀가공설비가 해결사로 나섰습니다.

 

힘과 섬세함을 모두 갖춘 5축 대형정밀가공설비 

 

한국의 장인들을 긴장하게 한 미션이 또 하나 있는데요. 바로 드릴로 냉각수가 지나는 길을 뚫는 드릴링(drilling)입니다. 사실 콘크리트벽에 못을 박기 위해 드릴로 구멍을 뚫을 때도 큰힘과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블랑켓 차폐블록 내부에는 블록의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을 관통하는 최대길이 1.4m를 포함한 냉각수 길이 약 220여 개나 존재합니다. 이때 차폐블록 양쪽 끝에서 가운데 지점을 향해 길을 뚫을 경우, 접점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그 자리에서 물의 흐림이 느려지고 난류를 야기해 냉각기능은 급격히 떨어집니다. 따라서 단 한 번의 드릴링으로 1.4m를 관통해야 합니다. 또한, 블랑켓 차폐블록 내부에 뚫은 220여 개의 냉각수 길들은 공차 1mm 이내에서 서로 정확하게 만나야 합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내시경검사 장비를 활용하여 그 물길 하나하나를 검사하죠. 박병일 연구원은 드릴링의 어려움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1.4m를 직경 16-32mm 굵기로 한 방향으로 뚫어야 합니다. 드릴이 지나갈 때 나오는 스테인리스 칩이 진로를 방해하기도 하고, 스테인리스의 버티는 힘과 드릴이 뚫으려는 힘이 충돌하면 드릴의 진행 방향이 어긋나기도 합니다. 초기에 수많은 실패 데이터들이 모여 최적의 가공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냉각수가 들어오고 나가는 입·출구는 스테인리스 소재로 만든 약 55여 개의 커버 플레이트를 용접하여 마감하였습니다. 총 160m의 길이에 달하는 용접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용접변형을 최소화하기 위한 용접기술 및 절차의 개발 및 검증 또한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용접중인 모습 

 

이처럼 험난한 제작의 길을 함께한 기업은 바로 2017년 국가핵융합연구소와 조달계약을 체결한 방산·공작기계 전문기업 이엠코리아㈜입니다. 차폐블록의 제작을 위해 전용건물을 만들고 가공장치를 개발 및 증설하는 등 눈앞의 이익 보다 핵융합의 미래를 생각하는 대표의 선구자적 혜안과 직원들의 열정으로 차폐블록의 제작기술이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미션3. 실전보다 더 깐깐한 테스트를 통과하라


힘든 가공을 마친 블랑켓 차폐블록 초도품을 기다리는 마지막 관문, 바로 성능검사입니다. 검사의 목표는 크게 냉각수 통로 가공과 용접의 완벽성을 확인하는 데 있습니다. 아무리 최첨단 기술이 동원될지라도 연료 배관의 작은 누수 하나가 로켓의 폭발로 이어지듯, 초고온의 고진공 환경에서 사용되는 블랑켓 차폐블록 역시 바늘구멍만큼의 틈이라도 있으면 내압과 고진공의 압력차를 이겨낼 수 없습니다. 무결점을 검증하기 위해선 제작 과정 중에도 수차례에 걸쳐 비파괴검사를 실시하며, 최종적으로는 압력검사와 고온헬륨누설검사까지 다양한 검사를 끊임없이 진행합니다.

 

용접이 완료되면 용접의 완벽함을 확인하는 초음파 검사가 진행됩니다. 한 개의 블랑켓 차폐블록에는 ‘뚜껑’이라 부르는 커버 플레이트 약 55여 개가 용접으로 마감되는데요. 용접은 일일이 사람 손으로 진행되기에 일관된 품질을 유지하는 게 굉장히 어렵고 정교한 작업입니다. ITER한국사업단 블랑켓기술팀은 유럽 표준검사기준에 따라 용접부를 완벽하게 검사할 수 있는 8종류의 초음파 검사장치의 개발을 통하여 모든 용접부에 대한 건전성을 완벽히 검사할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검사를 통해 무결점인 것을 증명해야 했다 (왼) 초음파검사 (우)고온헬륨누설시험설비 다양한 검사를 통해 무결점을 확인했다 (왼) 초음파검사 (우)고온헬륨누설시험설비


또한, 박병일 선임기술원은 “고온헬륨누설검사는 고온과 고진공의 ITER의 사용환경과 동일한 조건에서 진행해야 의미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국내는 물론 전세계에서 이렇게 큰 대형 구조물의 미세누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국가핵융합연구소의 선택은 안산에 위치한 비츠로테크(주)였습니다. 이미 KSTAR 제작 등에 참여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은 전문기업인데요. 블랑켓 차폐블록의 성능시험을 위해 세계 최초로 초대형의 고온헬륨누설시험 설비를 개발, 제작했습니다. 비로소 연구진은 ITER에서의 차폐블록 사용환경과 유사한 환경(온도 250℃, 진공도 1×10⁻⁶, 5 Mpa) 하에서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미세결함부를 통하여 헬륨이 새는 곳이 없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설명 중인 김사웅 팀장 

 

김사웅 팀장은 블랑켓 차폐블록의 각종 성능시험은 한 마디로 “안 보이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회상합니다. 특히, 고온헬륨누설시험과 관련하여서는 차폐블록과 같은 대형 구조물의 건전성을 실험적으로 검증하는 장치와 경험이 거의 전무했기 때문에, ITER 참여국들이 함께 모여 돌파구를 찾기 위한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ITER에서 요구하는 엄격한 시험기준을 우리나라에서 최초 개발한 설비와 기술을 통하여, 회원국 중 처음으로 성공했다는 데 무엇보다도 큰 의의가 있는데요. 이러한 시험 과정에서 개발한 기술의 일부를 특허로 출원하기도 하였습니다.

 

 

|에필로그. 그들이 걷는 그 길이 미래 핵융합에너지의 동력이 된다

 

 “초도품이 완성됐습니다. 이는 앞으로 219개의 숙제가 남아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블랑켓 차폐블록은 도넛 모양의 진공용기의 내벽과 플라즈마 사이의 공간을 440개의 조각으로 나누어 설계했기 때문에, 180여 개 이상의 다양한 설계 형상이 존재합니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죠. ITER 국제기구 및 제작·시험 현장에서 시시각각 발생하는 새로운 이슈에 현명하게 대응하며, 철저한 기술, 공정, 품질관리를 통하여 단 하나의 차폐블록의 불량도 허용하지 않겠습니다.”

 

김사웅 팀장의 목소리에는 자부심과 함께 굳은 결의가 담겨있습니다. 블랑켓 차폐블록은 ITER 조달품 중 조달 일정이 가장 늦은 편입니다. 이유는 2025년 퍼스트 플라즈마(First Plasma) 발생시험 이후, 2차 조립단계(Second Assembly Phase)를 통하여 진공용기의 내벽에 최종 조립되기 때문입니다. 블랑켓기술팀은 2025년까지 우리나라가 담당하고 있는 220개의 모든 차폐블록의 제작 및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남은 조달임무를 완수할 계획입니다.

 

초도품 제작 보고를 마친 팀원들은 큰 짐을 던 듯 환한 미소를 보였지만, 그 과정은 말할 수 없이 어려웠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김사웅 팀장과 자리를 함께한 연구원들은 “불가능은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목소리로 말합니다. ITER와 국가핵융합연구소의 열정, 산업체의 뚝심이 함께했기 때문입니다. 네 일, 내 일을 가리지 않고 함께 힘을 모아온 팀원들, 핵융합 의 미래를 위해 헌신을 아끼지 않은 산업체 모두가 블랑켓 차폐블록의 초도품 제작을 성공적으로 완료할 수 있었던 열쇠가 되었습니다.

 

ITER한국사업단 블랑켓기술팀은 초도품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다시 길을 떠날 채비에 나섰습니다. 그들의 걷는 그 길은 언젠가 물결을 이루게 될 핵융합에너지의 동력이 되어 주리란 믿음과 함께요!

 

ITER한국사업단 블랑켓기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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