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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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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7

1억℃와 영하 269℃ 사이를 가르는 벽, 열차폐체

이하나   
https://fusionnow.nfri.re.kr/post/iter/861

ITER 열차폐체 첫 조각 가조립과 검증 완료
핵융합연‧ITER‧SFA 단일팀이 완성한 거대 구조물의 미학

 

 일명 인공태양이라 불리는 핵융합장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극한의 온도가 공존하는 장치라는 점입니다. 핵융합이 일어나는 1억℃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와 이 플라즈마를 제어할 수 있는 자기장을 만드는 초전도 자석의 운전 온도인 영하 269℃가 하나의 장치 안에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온도와 차가운 온도가 한 공간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이 극한의 온도 사이를 차단하고 견딜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핵융합장치의 핵심 부품인 열차폐체입니다. 우리나라는 핵융합에너지 개발을 위해 국제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의 열차폐체의 100% 제작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1억℃와 영하 269℃의 공간을 가르는 벽, 마법과도 같아 보이는 이 기술이 현실이 되는 ITER 열차폐체 개발 현장을 소개합니다.

 

 23개 패널이 900여개의 볼트로 체결되자 높이 12m, 무게 약 40톤의 거대한 D자형 구조물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1억℃가 넘는 초고온 플라즈마를 담는 진공용기와 영하 269℃의 극저온 초전도자석 사이에서 양극으로 치닫는 두 구조물의 냉정과 열정을 온전히 지켜줄 진공용기 열차폐체 VVTS(Vacuum Vessel Thermal Shield)의 위풍당당한 모습입니다. 

 

 무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8월 말 창원에 위치한 협력기업인 삼홍기계 제2공장에서는 국가핵융합연구소와 ITER, 주 계약기업 SFA사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공용기 열차폐체 VVTS의 9개 섹터 중 가장 먼저 제작된 6번 섹터(이하 #6)의 가조립과 검증이 진행됐습니다. 측정 포인트 57개 지점을 정밀 측정한 결과 공차는 불과 패널 연결부 볼트홀 공차 2㎜. 로마 콜로세움을 연상시키는 거대 구조물의 완결 무결한 미학을 보여주며, ITER 완공을 위한 중요 마일스톤 한 단계를 매듭지었습니다.

 

VVTS 섹터 #6의 가조립과 검증이 8월 말 창원에서 진행됐다.

 

 


|가조립은 완결 무결한 구조물 검증하는 시험대


 “열차폐체(Thermal Shield)는 진공용기와 토로이달 필드(Toroidal Field, TF) 초전도자석 사이에 밀착 설치되기에 바늘구멍만큼의 빈틈과 빛이 새는 현상도 허용할 수 없습니다. 레이저를 이용한 3차원 정밀측정결과 설계 도면상 치수와 실제 제작 치수의 허용오차를 뜻하는 ‘공차’는 패널 연결부 볼트홀에서 불과 2㎜ 수준입니다.”

 

 ITER 한국사업단 토카막기술부 허남일 열차폐체기술팀장은 “열차폐체(Thermal Shield)가 설계대로 제작되고 요구한 성능을 제대로 구현했는지 확인하는 진공용기 열차폐체(VVTS) 섹터 #6의 40° 가조립과 검증은 그 결과가 전체 프로젝트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만큼 실제 조립 못지않은 긴장감 속에 신중하게 진행됐다.”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ITER 열차폐체 구성도. 빨간 원 부분이 진공용기 열차폐체(VVTS)로 가조립과 검증은 1/9에 해당하는 #6에 대해 진행됐다.

 

측정데이터는 ITER 국제기구 대표로 참관 한 강동권 열차폐체 그룹리더가 실시간으로 프랑스 현지로 전송할 만큼 중요한 자료입니다. 강동권 그룹리더는 “가조립의 1차 목표는 구조물이 설계대로 잘 제작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고, 나아가 ITER 현지에서의 본 조립에 대비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예측하고 그 대안을 마련하는 데 의의가 있다.”라며 그 가조립과 검증의 중요성을 설명합니다. 

 

 ITER의 주요장치 중 하나인 열차폐체(Thermal Shield)는 크게 진공용기 열차폐체(VVTS)와 저온용기 열차폐체(CTS)로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이번에 가조립과 검증이 진행된 부분은 콜로세움 모양의 진공용기 열차폐체(VVTS) 중 40°에 해당하는 한 조각이었는데요. 20㎜ 두께의 23개 패널이 모여 알파벳 D의 왼쪽 I 부분의 인보드(Inboard) 섹션과 오른쪽 불룩한 모습의 아웃보드(Outboard)를 결합하여 최종 3차원 형상을 구현했습니다. 또 패널 표면에는 열차폐체(Thermal Shield)의 혈관과 같은 냉각 파이프가 정밀용접 돼 있습니다. 

 

VVTS 섹터 6은 23조각의 패널이 모여 D자 형상을 이룬다.


 허남일 팀장은 진공용기 열차폐체(VVTS) 40° 가조립을 은도금과 함께 열차폐체(Thermal Shield) 제작 프로젝트에서 가장 어려운 양대 미션으로 꼽습니다. 하지만 가조립까지 오는 과정도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첫 위기는 영하 196℃의 헬륨이 지나는 냉각 파이프 생산부터 시작됐습니다. 냉각 파이프는 전체 길이만 20km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인데요. 연결 부위 용접을 최소화하기 위해 산업용 표준 길이인 6m짜리 파이프를 사용하지 않고 한 개 길이가 35m에 달하는 파이프를 주문제작 했습니다. 헬륨이 아주 미세하게라도 셀 경우 토카막 운전이 중단되는 위급상황이 발생하기에 생산된 파이프 하나하나를 산업용 내시경으로 검사하며 100% 무결점을 확인하였습니다.

 

패널 표면에는 영하 196℃ 헬륨가스가 흐를 약 30m의 냉각파이프가 정밀용접으로 부착돼 있다.


 대형 스테인리스강 구조물을 다루기 위한 고도의 정밀가공기술도 필요했습니다. 여타 금속과 마찬가지로 용접 시 발생하는 예측 불가한 변형도 복병이었습니다. 제작사인 SFA는 산업현장에서 쌓은 노하우와 기술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했습니다. 

 

 2㎜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만큼 작은 결함도 향후 핵융합 운전에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제작 현장에서도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모든 공정은 정해진 설계와 제작규격을 준수하며 진행되었는데요. 몇 달 전 한 작업자가 실수로 떨어트린 공구가 패널에 용접된 냉각 파이프에 부딪히며 파이프 표면에 작은 흠이 생기는 실수가 있었습니다.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는 미세한 상처였지만 제작진들은 장치 운영 중 헬륨가스 누출사고 가능성을 대비해 해당 패널의 냉각 파이프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결단을 내리고 심기일전하기도 했습니다.

 

(왼쪽부터) 측정 수치를 논의하는 SFA 강영길 수석부장과 ITER 강동권 그룹리더, 핵융합(연) 허남일 팀장.


 “스테인리스 소재로 대형구조물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큰 도전입니다. 35m 길이의 무결점 직관 파이프를 생산하고 새로운 은도금 절차와 방법을 만들기 위해 프로젝트 시작 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제작 진행 과정에서 발생된 기술 이슈를 돌파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지난 5년 한결같이 제작 현장을 지킨 SFA의 강영길 수석부장은 “도화지와 같은 대형 박판에 형상과 기능을 불어넣는 과정이었다.”며 “힘들었지만 핵융합(연)과 ITER와 함께 힘을 모은 결과 오늘의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라며 앞으로 더 큰 시너지를 기대했습니다.

 

 

|100% 한국기술로 완성되는 ITER 열차폐체


 ITER 열차폐체(Thermal Shield)는 우리나라가 상세설계부터 제작에 이르는 모든 공정을 100% 조달하는 품목입니다. 허남일 팀장은 KSTAR의 우수한 기술력과 한국의 제작환경을 ITER가 높이 평가한 결과라 설명합니다. 

 

 과거 여러 핵융합장치들이 열차폐체 설계, 제작 및 설치 문제로 장치 건설 및 운전에 어려움을 겪은 사례가 있습니다. KSTAR는 타국의 사례를 따르는 대신 은도금 등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을 적용했고, ITER는 이를 눈여겨 보았습니다.

 

 진공용기 열차폐체(VVTS)의 본격적인 제작은 지난 2014년 7월 시작됐습니다. ITER와 핵융합(연)은 개념설계, 예비설계, 상세설계를 거치며 더 구체적이고 더 세밀하게 요건들을 강화했습니다. KSTAR와 기본 개념은 비슷하지만 장치를 구현하는 방법은 다릅니다. KSTAR 진공용기 열차폐체(VVTS)의 높이가 4m인 데 반해 ITER의 진공용기 열차폐체(VVTS)는 12m에 달합니다. 전체 부피는 KSTAR의 27배 규모입니다. ITER 열차폐체의 무게는 900톤에 달하며, 600여개의 패널이 볼트로 조립되는 구조이고, 작아 보이는 패널 하나의 무게만도 1톤이 넘어 사람이 직접 운반하고 조립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ITER는 진공용기 열차폐체(VVTS)를 40° 간격으로 9개의 섹터로 나누어 제작한 후 다시 하나로 맞추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완성된 열차폐체(TS)의 전체 표면적은 10,000㎡, 최종 조립 후 규모는 9층 높이 건물에 육박하는 가로‧세로 25m에 달합니다.

 

 완성된 진공용기 열차폐체(VVTS)는 진공용기와 TF 초전도 자석 사이에 설치가 됩니다. 표면에 정밀용접으로 부착된 냉각 파이프를 따라 -196℃의 극저온 헬륨 가스를 흘려보내 1억℃가 넘는 플라즈마 열기를 머금은 진공용기에서 초전도 자석으로 전달되는 복사열을 최소화하여 안정적인 운전을 가능하게 합니다. 

 

정밀용접 중인 현장작업 모습.

 

 


|열차폐체 성공의 길 함께 걷는 단일팀의 약속


 가조립과 검증을 마친 진공용기 열차폐체(VVTS) #6은 다시 23개 패널로 해체됩니다. 마지막 관문인 은도금을 위해서인데요. 여기서 은도금을 하는 이유는 진공용기로부터 초전도자석으로 전달되는 복사열 전달을 최소화하여 두 구조물 사이에 위치한 VVTS의 방사율(Emissivity)을 최소화시키기 위함입니다. 은도금까지 마친 진공용기 열차폐체(VVTS) #6은 내년 4월 말까지 ITER 현지로 이동하여 본 조립을 준비하게 됩니다. 

 

 “제작 과정에서 고비가 올 때마다 힘을 모았습니다. 우리가 갈 곳이 어디인지 알았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도 알았으니까요. 서로 다른 셋이 만났지만 ‘열차폐체’라는 하나의 목적을 향해 손잡은 한 팀이었습니다.”

 

 국가핵융합연구소와 ITER 국제기구, 제작업체(SFA와 삼홍기계)는 셋이 아닌 하나라는 허남일 팀장의 일성입니다. 지난 5년, 기술적‧운영적으로 많은 고비가 찾아왔지만, 포기하지 않고 넘어설 수 있었던 힘은 ‘우리가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자긍심과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사명감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8시면 어김없이 일과를 시작하는 SFA와 삼홍기계 현장직원들, 매주 3일 이상 창원으로 내려가 기술지원을 아끼지 않은 핵융합(연) 연구진, 프랑스 현지에서 제작공정을 관리해온 ITER 국제기구가 함께 힘을 모으고 슬기롭게 대처한 결과 입니다.

 

 진공용기 열차폐체(VVTS) #6의 40° 가조립과 검증이 성공하며 창원의 제작 현장에는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품질 조건을 만족한 만큼 남은 8개 섹터의 제작과 ITER 현장에서의 조립도 100% 성공한다는 확신입니다. 셋이서 하나 된 마음으로 달려온 5년, 앞으로 남은 은도금 과정의 산도 넘을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고 서로를 이해하는 깊이도 그만큼 깊어졌습니다.

 

국가핵융합연구소와 ITER 국제기구, 제작업체는 셋이 아닌 한 팀이다.(사진 속 참가자 : 조정제, 허준영, 김일진, 임기석, 강동권, 유무현, 권승호, 강경오, 허남일, 강영길, 박원우, 남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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