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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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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3

21세기의 피라미드 'ITER', 초대형 거대장치는 어떻게 운반할까?

이하나   
https://fusionnow.nfri.re.kr/post/iter/865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 건설과정은 여전히 수수께끼입니다. 가장 큰 쿠푸 왕의 피라미드는 4,500년이 지난 지금도 지구상에서 가장 부피가 크고 무거운 단일 건축물입니다. 돌의 전체 무게가 약 5,900만 톤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피라미드를 짓는 데는 2.5톤의 석회석과 화강암 약 230만 개가 동원되었다고 합니다. 고대인들이 이런 무거운 석재들을 어떻게 운반하고 초거대 건축물을 완성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고가 종종 불가능해 보이는 대역사를 가능케 한다는 것을 말이지요.

 

 현재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인 카다라쉬에 한창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는 사상 최대의 과학기술 국제공동 프로젝트입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EU,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인도 등 세계 주요 선진 7개국이 연합으로 핵융합에너지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공동으로 핵융합실험로를 건설·운영하는 프로젝트입니다. ITER 프로젝트는 아마도 후세의 역사가들이 고대 피라미드에 버금가는 21세기의 대역사로 기록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ITER 장치는 올여름 전체 건설공정이 반환점(57.4%)을 돌파하고 본격적인 장치조립이 시작됨에 따라 ITER를 향한 세계 각국의 대형조달품 수송작전도 더욱 기민해지고 있습니다. 오대양의 바닷길과 하늘길, 운하와 전용도로 위에서 입체적으로 펼쳐지는 ITER 대형조달품 운송 과정을 따라가 볼까요?

 

 

|반환점 찍은 ITER 건설공사…줄 잇는 장치 행렬

 

 조립을 앞둔 ITER 장치의 총 중량은 중심이 되는 주장치와 주변장치들을 합쳐 약 23,000톤에 이릅니다. 에펠탑 3개 혹은 영화 ‘퍼시픽림’의 거대로봇 예거가 10대 넘게 모여 있는 것과 비슷한 무게이지요. 규모는 대피라미드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21세기 과학기술의 총 집합체이자 이제껏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거대 공학 구조물이란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특별합니다.

 

 예를 들어 핵융합로 주장치 중에서도 핵심으로 분류되는 진공용기는 실제 태양처럼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도록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가두는 공간입니다. 또한 핵융합 반응의 결과로 발생하는 중성자의 1차 방호벽인 데다 다양한 내벽장치들을 지지해야 하는 기초 중의 기초구조물입니다. 그래서 ITER 진공용기는 높이 13.7m 무게 5천 톤의 위용을 자랑하는데요. 규모가 큰 까닭에 전체를 9개 섹터로 나눠 제작한 후 하나로 조립하게 됩니다. 그중 4개를 우리나라가 맡고 있는데요. 섹터 하나 당 평균무게는 약 550톤 내외입니다. 세계 최대의 여객기인 A380의 최대 이륙중량과 맞먹습니다.

 

 또 다른 대형장치인 초전도자석도 만만치 않은 체구를 자랑합니다. 초전도자석은 진공용기 바깥에서 자기장을 발생시켜 플라즈마가 발생되는 환경을 만들고 가두는 역할을 동시에 하는 거대한 자석입니다. 초전도자석은 극저온 상태에서 전기저항을 0으로 만들기 때문에 일반자석보다 강한 자기장을 오랫동안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초전도자석은 세계 각지에서 모두 25개(TF자석 18개 + PF자석 6개 + CS자석 1개)가 제작되고 있는데요. 초전도자석 하나의 무게는 최대 400톤으로 대형항공기인 B747-300보다 무겁습니다.

 

 이런 초전도자석의 극저온 상태를 보호하는 열차폐체는 더 묵직합니다. 열차폐체는 우리나라가 설계와 제작을 모두 책임지고 있는 대형조달품인데요. 30층의 다중절연재와 은도금 스테인레스 판으로 구성되는 열차폐체는 전체 무게가 약 900톤, 이를 평지에 펼치면 축구장 6개를 만들 수 있는 정도입니다.

 


호위 차량들과 함께 ITER 전용도로를 달리는 대형조달품. <사진 출처=iter.org>

 

 

|대형조달품 운송을 위한 각국의 긴밀한 협력

 

 이런 대형조달품이 한국, EU,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인도 등 7개국에서 모두 86개가 제작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그중 10개의 대형조달품 제작과 운송을 책임지고 있는데요. ITER의 대형조달품은 일반적인 화물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무겁다보니 운송 과정이 특히 어렵고 까다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극도로 민감한 첨단장비의 특성상 더욱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각국은 자체적인 조달관리기구의 지휘 아래 각종 조달품의 운송 스케줄을 관리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KODA(국가핵융합연구소)와 파트너사 신조로지텍(주)이 국내에서 제작한 조달품목을 프랑스 남부의 항구까지 안전하게 인도하는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ITER의 건설공정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약속된 날짜에 대형조달품을 보내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무척 많습니다. 특수화물 선적이 가능한 대형선박의 운행스케쥴과 항만, 창고 등의 일정을 섭외해야 합니다. 또 화물정보와 선적하는 방법 등을 상세히 기술하는 100여 쪽의 리포트를 작성하고 수출입통관과 현장인수검사를 준비하는 것도 각국 조달관리기구의 몫입니다.

 


운하를 지나 내륙해로 향하는 ITER 대형 조달품. <사진 출처=iter.org>


  대형화물선이 투입되는 국제물류의 특성상 일정이 엇갈리면 하루에도 수천만 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일이니 늘 바짝 신경을 써야 할 일들이지요. 모든 화물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처음 만들어지는 화물이다보니 운송 도중 화물이 손상을 입으면 전체 공정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합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화물 운송 중에 화물의 손상을 0%로 만들어야 합니다. 긴 항해기간 중 조달품의 안전을 담보할 보험은 물론, 해풍으로부터 첨단장비를 보호할 포장과 고박(lashing, 선박의 화물고정)도 완벽해야 합니다. 긴급을 요하거나 부피가 작은 경우에는 매일 운항되는 항공기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세계 최대의 수송기 안토노프(AN-225)에 실리고 있는 ITER 구성장치. <사진 출처=iter.org>


  이렇게 무사히 선박에 실린 대형조달품은 태평양과 인도양, 지중해를 거쳐 프랑스 남부 마르세이유 인근의 산업항 포쉬르메르(Fos-sur-Mer)에 도착하게 됩니다. 한국의 마산항이나 부산항에서 포쉬르메르까지는 통상 30~35일이 소요되는데요. 이 기간 중에도 대형조달품에 장착하는 경고장치인 쇼크워치(shock watch)를 통해 기울기나 충격 등의 변화가 생기는지를 감시하게 됩니다. 항구에 무사히 도착한 대형조달품은 이제 해당국 조달관리기구의 관계자와 ITER 국제기구, 보험사의 참관 아래 제품의 이상 유무를 최종 확인한 뒤 창고에 머물며 본격적인 내륙운송 준비에 들어갑니다.

 


포쉬르메르(Fos-sur-Mer) 항구에서 ITER 건설현장까지 수송 경로이며 거리는 약 104km에 달한다. <사진 출처=iter.org>

 

 


|세계 각지에서 속속 도착하는 조달품... ITER 건설현장으로

 

 ITER 국제기구는 전 세계 여러 지점에서 도착하는 조달품의 안전한 내륙운송을 위해 2012년 국제적인 특수물류기업인 다헤어(DAHER) 사와 물류, 운송, 보험 등을 포괄하는 LSP(Logistics Service Provider) 계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마르세이유 공항 인근에 설치된 다헤어사의 컨트롤룸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속속 도착하는 조달품이 ITER 건설현장으로 운송되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데요.

 


국제 특수물류기업인 다헤어(DAHER)사에서 조달품의 이동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통합제어실. <사진 출처=iter.org>


  지중해 연안의 포쉬르메르 산업항에서 하루 가량 대기한 ITER 조달품은 다시 바지선에 실려 인공운하를 통해 내륙바다 에땅 드 베르(I’Etang de Berre) 호를 통과하게 됩니다. 에땅 드 베르는 1966년 알프스 산맥에서 물줄기가 시작되는 뒤랑스(La Durance) 강을 유입시켜 만든 거대한 호수인데요. 이곳에서부터는 ITER 운송 화물만을 위한 전용도로를 이용합니다. 약 900톤급 장비의 하중과 높이 등을 고려해 약 3년 간에 걸쳐 새로 건설한 특수목적 도로입니다.

 


바지선으로 이동 중인 ITER 대형조달품. <사진 출처=iter.org>


  총연장 104km의 거리는 일반 승용차라면 2시간 이내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전용도로라고 해도 워낙에 조심스럽게 이동하기 때문에 대형 장비의 경우 ITER 건설현장까지 3일 정도가 소요되는데 교통 체증을 고려하여 야간수송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형조달품의 운송 일정이 잡히면 일반차량의 출입을 통제한 가운데 바퀴가 352개나 달린 초거대 트레일러와 앞뒤에서 도로와 신호 상황을 통제하는 50여 대의 호송차량이 큰 대열을 이뤄 이동하는 장관이 연출됩니다. 아마도 나일강을 떠나 느릿느릿 모래사막을 건너는 피라미드 석재의 거대한 이동 행렬이 이와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이러한 이동 행렬은 일년내내 지속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름 두 달 간은 이런 장관을 보기 어려운데요. 프랑스 남부가 휴양지로 유명한 만큼 휴가지로 떠나는 바캉스 차량들과 운송에 참여하는 프랑스 자국민의 휴가를 위해 ITER 전용도로도 잠시 휴지기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이 또한 프랑스만의 독특한 문화가 아닐까요?

 


대형조달품 운송을 위해 새로 기반시설을 확충한 전용도로 건설 모습. <사진 출처=iter.org>


ITER 전용도로가 궁금하다면? ☞ ITER 건설을 위한 특별한 도로가 있다?

 

 

|매머드급 이동행렬 첫 주인공은 ‘한국산 변압기’

 

 3일 동안의 매머드급 거대장치 이동 행렬의 첫 번째 주인공은 다름 아닌 한국발 대형조달품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ITER 전원공급장치에 필요한 32개의 변압기 중 18대의 조달을 맡고 있는데요. 이중 게 87t의 VS1 특수변압가 지난 2014년 말 부산항을 떠나 다음해 2015년 1월 14일 카다라쉬의 건설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이 변압기는 ITER에 가장 처음 도착한 대형조달품(HEL, highly exceptional load)이었던 만큼 운송 전 과정이 큰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자세히 보기  ☞ 800t급 대형조달품 운송 테스트 영상

 

 ITER가 맞는 첫 대형조달품 한국산 변압기가 포르쉬메르 항에 하역되고 있다. <사진 출처=iter.org>

 

 향후 우리나라는 더욱 중요한 대형조달품 수송을 앞두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4개의 진공용기 섹터와 열차폐체가 운송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중 내년 마산항에서 선적될 진공용기 6번 섹터는 ITER 장치 총 조립의 기준점일 뿐만 아니라 ITER가 맞이하게 될 대형조달품 중에서도 가장 크고 무거운 구성요소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국내외 관계자들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1,000톤급의 장비를 싣기 위해 특수제작된 초대형 트레일러. <사진 출처=iter.org>

 

 ITER 장치는 2025년 첫 플라즈마 발생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장치조립공사가 시작됨에 따라 ITER 건설현장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텐데요. 과거 고대인들이 이집트의 거대한 대피라미드의 석재를 옮겼던 것처럼 오대양 바닷길과 유럽 평원의 전용도로를 통해 이동하는 ITER의 구성요소 모두가 21세기 인류의 대역사를 향한 긴 여정을 안전하게 마무리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인류의 에너지원에 대한 궁극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그 날을 꿈꾸며, 오늘도 참여하는 수많은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은 값진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야간운송의 피로를 커피와 간식으로 달래고 있는 작업자들. <사진 출처=iter.org>


자세히 보기  ☞  ITER 장치 운송을 위한 다양한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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