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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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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2

국제 인공태양 개발 현장의 ‘네고시에이터’

이하나   
https://fusionnow.nfri.re.kr/post/iter/885

‘2018 자랑스런 NFRI人’ 수상자 정우호 책임연구원
핵융합 진공용기 개발 공로…한국-EU 협력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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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기술력이 우수하기 때문이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차원보다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를 일정에 맞춰 완성하기 위한 역할 분담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국가핵융합연구소(NFRI) ITER 한국사업단의 정우호 토카막기술부장의은 표현은 조심스러웠습니다. ITER 핵심 품목인 진공용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유럽연합(EU)이 조달하기로 했던 진공용기 7개 중 2개를 한국이 추가로 수주했습니다. 충분히 자랑할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정 부장의 생각은 한발 더 나아갔습니다. ITER처럼 거대한 국제 공동 프로젝트의 생명은 경쟁이 아니라 상호 협력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런 정 부장의 믿음과 원칙은 2018년 ITER 건설이 분수령을 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합니다. 진공용기 조달을 맡은 한국과 EU 산업체의 협력을 끌어낸 건데요. 이처럼 정 부장은 ITER 진공용기 조달책임을 맡아 관련 주요기술을 선도적으로 개발하고요, 국제 협력을 통해 ITER 건설이 속도를 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공로로 연구소에서 수여하는 ‘2018 자랑스런 NFRI人’에 선정되었습니다.

 

‘2019 자랑스런 NFRI人’으로 선정된 정우호 ITER 한국사업단 정우호 토카막기술부장

 


무게 5,000t의 거대한 첨단 구조물 진공용기

 

 우선 정 부장이 조달책임을 맡은 진공용기에 관해 살펴봐야겠습니다. 진공용기는 KSTAR나 ITER와 같은 토카막형 핵융합 장치의 핵심 부품인데요. 내부를 우주와 같은 진공상태로 만들어 태양처럼 핵융합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1억℃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만들고 유지하는 공간입니다. 이를 위해 진공용기는 초고진공, 극저온 냉각에서 견뎌야 하는 등 첨단기술이 적용됩니다.

 

 게다가 크기도 엄청나죠. ITER 진공용기는 최종 완성되면 총 무게가 5,000t에 달하고요. 높이 11.3m에 외부 직경 20m의 거대 구조물입니다. 이렇게 큰 구조물인데도 제작과 설치 과정에서 허용 오차는 10mm 이하에 불과할 정도로 고도의 정밀도를 요구합니다. ITER 진공용기는 9개의 섹터(1개 섹터 40°)로 구성되는데요. 한국을 비롯해 EU, 러시아, 인도가 공동으로 조달해 현장에서 조립하게 됩니다.

 

 애초 EU에서 7개, 한국에서 2개의 진공용기를 제작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2016년 EU에서 담당한 섹터 중 2개를 우리가 추가로 수주해 제작하고 있고요. 진공용기는 초전도 자석과 함께 86개 ITER 조달 품목 가운데 가장 먼저 제작해야 할 선행 조달 품목입니다. 진공용기가 제때 조달되어야만 사업 기간 내에 성공적인 ITER 건설이 이루어질 수 있죠.

 

ITER 진공용기와 진공용기를 이루는 섹터

 

 

ITER 진공용기 개발·제작은 ‘산 넘어 산’

 

 정 부장은 이처럼 중요하고 거대한 구조물의 조달책임을 맡은 연구책임자(TRO)입니다. 진공용기 제작을 위한 기술 개발은 물론 제작 관리도 맡고 있는데요. KSTAR 건설의 경험을 살려 진공용기 제작을 선도적으로 진행해 첫 번째 세그먼트를 최초로 성공했고요. 공동 조달을 맡은 다른 나라에 비해 용접, 비파괴 검사 등 앞선 제작 관련 기술을 개발해 ITER 건설에 속도를 내는 데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진공용기 제작과 조달은 그야말로 ‘산 넘어 산’입니다.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제작하기도 까다롭지만, ITER가 들어서는 프랑스의 까다로운 규제 요건을 충족시키는 일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우리가 만든 장치에 프랑스, 그것도 원자력 규제의 옷을 입혀야 하는 거죠. 안전성을 하나하나 증명하면서 진행하지만, 핵융합 장치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규제 요건이 있어요. 그러면 규제 요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하죠. 작업을 진행하다 멈추고, 문제를 해결하면 다시 진행하는 과정이 수없이 반복됩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와 EU의 작업 진행 방식이나 속도의 차이입니다. 정 부장은 이것을 등산에 비유했는데요. EU는 산에 오르기 전에 산에 대한 모든 데이터를 확보하고, 예상 루트에서 발생할지 모를 문제점에 대한 대비책까지 미리 마련합니다. 반면 우리는 산에 오르면서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고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정상에 오릅니다. 누가 옳은지 그른지를 따지는 일은 무의미합니다. EU의 방식은 먼 미래까지 준비할 수 있지만, 속도가 느립니다. 우리는 현안을 해결하는 데 집중한 만큼 속도가 빠르고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 카다라쉬에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 현장. <사진 출처=www.iter.org>

 


|한국·EU 협력 이끌어…장점·노하우 공유         
 
 ITER를 일정대로 완공해 2025년 최초의 플라즈마 발생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결정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서로의 장점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일이었죠.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ITER 국제기구나 각국 연구 책임자 선에서는 필요성을 공감했지만, 기업체와 작업 현장까지 이러한 공감대를 확산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는 일입니다. 오랜 토의와 끈질긴 설득이 필요하고요. 또 난관을 슬기롭게 풀어가며 당사자들을 중재할 ‘네고시에이터(협상가)’가 필요했습니다. 정 부장이 바로 이 역할을 수행했고, 2018년 마침내 협력과 합의를 도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2018년 1년의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죠. 우리는 산 정상으로 가면서 루트를 개척하고 여기에 빨란 리본을 이미 다 붙여놓았습니다. 뒤에 오는 사람들이 쉽게 산에 오를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놓은 거죠. EU는 인공위성이나 드론을 띄워 산에 관한 정보를 모두 확보하고 분석한 셈이고요. 오랜 논의 끝에 EU는 이렇게 확보한 정보를 우리에게 모두 제공했고요. 우리는 그동안 진공용기를 제작하며 쌓은 일부 노하우를 공유하였습니다. 국제 공동 프로젝트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장면이 연출된 겁니다.”

 

정 부장이 ITER 진공용기와 한국-EU의 협력을 설명하고 있다. 

 


“그 어떤 상보다 뜻깊은 올해의 NFRI人 상”

 

 실제로 그랬습니다. 이렇게 협력을 끌어낸 결과, EU는 그동안 정체되었던 진공용기 제작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고요. 우리 역시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진공용기 세그먼트를 완성했습니다. 올해까지 조립과 테스트를 마치면 최초로 진공용기 섹터가 완성되어 조달하게 됩니다. 핵심 품목인 진공용기 조달은 본격적인 조립이 시작되고 ITER 건설이 정점으로 향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임무를 수행했으니 ‘올해의 NFRI人’이 아니라 ‘올해의 ITER人’ 상을 받기에도 모자람이 없겠죠? 하지만 정 부장은 이 모든 공로를 동료들과 ITER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우리의 연구진, 개발진들에게 돌렸습니다. 그래도 ‘올해의 NFRI人’에 선정되었을 때는 다른 어떤 상을 받았을 때보다 고맙고 감격스러웠다는 것이 정 부장의 수상 소감입니다.

 

 “항상 뒤에서 지원하고, 프로젝트와 연구소가 잘 되는 일에 주력하겠다는 자세로 일했는데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어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물론 저의 이런 노력이 동료들로부터 인정받은 것 같아 기뻤습니다. 그동안 받은 그 어떤 상보다 저에겐 의미가 크고요. 무엇보다 제 개인의 성과가 아니라 함께 고생한 부서원들을 대표해 제가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월 2일 시무식에서 ‘올해의 NFRI人 상’을 받은 뒤 유석재 소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프로젝트 성공의 선결 조건 ‘비전 공유’

 

 작게는 연구소 내 부서, 크게는 ITER와 같은 거대 프로젝트를 이끌고 조율하는 비결이나 원칙이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정 부장은 주저 없이 ‘비전 공유’를 강조했습니다. 연구실에서 물리학 난제를 푸는 연구자부터 작업 현장에서 부품과 공구를 옮기는 작업자까지 하나의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정 부장의 철학입니다.

 

 “새로운 프로젝트나 작업을 시작하면 처음에 크고 작은 문제가 생겨요. 어떤 일을 하든 나름대로 해당 분야에서는 최고의 실력자들이 모여서 하나의 결과를 도출해야 하니 당연한 현상이죠. 그럴 때 함께 모일 기회를 만들어 우리의 목표를 설명합니다. 핵융합을 왜 성공시켜야 하고 왜 중요한지, 전체 핵융합 장치에서 우리가 맡은 분야는 무엇인지 등이죠. 그러면 정말 거짓말처럼 현장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실제로 작업 현장에서 ‘자부심을 느끼게 해줘서 고맙다’라고 인사하는 분도 있었어요.”

 

 핵융합에 대한 정 부장의 소신도 확고합니다.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등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당위의 문제라는 겁니다. 우리의 연구진과 개발진이 국제 협력을 주도하며 건설하고 있는 인류 최대의 역사(役事) ITER 프로젝트. 프랑스 현지에서 하루빨리 인공태양이 솟아오르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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