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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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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7

‘석유부자’는 옛말, 삼중수소가 자원부국의 미래다

이하나   
https://fusionnow.nfri.re.kr/post/iter/928

핵융합에너지 상용화에 필수적인 삼중수소 대량 생산 기술
4월 22~26일 부산에서 ‘Tritium 2019’ 개최


 깃털보다 가벼운 1g의 값어치가 무려 3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400만 원에 달하는 물질이 있습니다. 1배럴에 약 60달러 정도인 석유와는 비교 불가 수준인데요. 1920년대 처음 발견할 당시만 해도 방사능폐기물에 불과했지만 군사기술의 주요 소재로, 최근에는 핵융합에너지의 연료로 알려지며 몸값이 더욱 올랐습니다. 주인공은 삼중수소(3H), 일명 트리튬(T)입니다.

 

 인류의 에너지개발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값싸고 깨끗한 연료를 찾아 물을 끓이고, 터빈을 돌리자!” 인류가 태양에너지의 원천인 핵융합 연료인 수소와 그 동위원소 삼중수소에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삼중수소의 몸값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삼중수소를 만들 수 있는 원재료인 수소와 리튬은 비교적 착한가격에 공급이 원활한 만큼 삼중수소 생산기술을 확보한 나라야말로 자원 부국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삼중수소 전문가들이 4월 22일부터 26일까지 ‘제12회 국제삼중수소학회(Tritium 2019)’가 개최된 부산 해운대그랜드호텔에 모였습니다. 그 깊고 뜨거운 삼중수소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지난 4월 22일(월)부터 5일간 부산에서 제12회 국제삼중수소학회가 개최되었다. 

 

상용핵융합발전소 1년에 100kg 삼중수소 필요

 

 국내에서 국제삼중수소 학회가 개최된 것이 처음인 만큼, 첫 개최의 의미 그리고 삼중수소 연구의 중요성과 국내 연구 현황 등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기 위해 이번 학회의 국제프로그램위원회(IPC) 의장을 맡은 조승연 박사(ITER한국사업단 시스템기술부장)를 직접 만나보았습니다

 

학회에 참석한 해외 연구자와 대화를 나누는 조승연 박사

 

 “태양은 가벼운 수소 원자핵이 충돌해서 조금 더 무거운 헬륨 원자핵으로 바뀌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에너지를 생산합니다. 지구의 인공태양이라 불리는 핵융합로 역시 ‘수소’를 이용하는데요. 수소에 중성자가 더해진 ‘중수소’와 ‘삼중수소’는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도 핵융합 반응이 잘 일어나 가장 우수한 핵융합 연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조승연 박사가 설명하는 삼중수소의 의미입니다.

 

 삼중수소의 활용은 역사도 꽤 오래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야간 나침반이나 조준경과 같은 군사기술에 사용됐지만 앞으로 활약할 중심 무대는 핵융합 발전입니다. 국제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역시 삼중수소를 연료로 사용하고, 나아가 삼중수소 생산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삼중수소의 활약을 알아보기에 앞서 핵융합의 원리를 잠깐 살펴볼까요? 핵융합은 같은 +극의 원자핵이 충돌하며 융합하는 현상입니다.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같은 극끼리는 서로 밀어내려는 성질이 있는데요. 이 같은 본성을 극복하고 융합하려면 매우 높은 온도와 압력이 필요합니다. 1억℃가 넘는 초고온으로 중수소(중성자 1개+양성자 1개)와 삼중수소(중성자 2개+양성자 1개)를 가열하면 헬륨(중성자 2개+양성자 2개) 하나와 중성자 하나로 바뀝니다. 이때 줄어든 질량은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등가 원리 ‘E=mc2’에 의해 엄청난 양의 에너지로 전환되죠.

 

 

 

 실험용 핵융합장치인 KSTAR는 관리와 안전성의 문제로 중소수만 사용한 실험을 수행하고 있지만, 핵융합의 상용화 가능성을 실험하는 ITER는 중소수와 삼중수소를 사용하여 실제로 핵융합에너지를 만드는 실험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따라서 ITER에는 약 3~4kg의 삼중수소가 장전될 예정인데요. 향후 상용핵융합발전소가 건설되면, 한 기가 일 년에 사용하는 삼중수소는 무려 100kg에 달할 전망입니다. 왜 핵융합에서 삼중수소에 대한 연구가 꼭 필요한지 조금은 이해가 되지요?

 


핵융합로의 목표는 삼중수소 자급자족

 

 문제는 중수소는 바닷물을 전기분해하여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삼중수소는 중성자와 리튬을 반응시켜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인위적으로 삼중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은 중수로형 원자력발전소와 핵융합로입니다.

 

 원자력발전소 중에서도 캐나다에서 개발한 캔두형원자로(CANDU)에서 삼중수소가 부산물로 발생합니다. 그중 세계적으로 단 두 곳, 우리나라와 캐나다만이 캔두형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삼중수소를 안전하게 따로 분리‧보관하는 설비인 ‘삼중수소제거설비(Tritium Removal Facility, TRF)‘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캐나다에서는 연간 2,000g을, 한국에서는 600g의 삼중수소를 생산하고 있으나 이는 미래의 상용핵융합로에 활용하기엔 역부족입니다.

 

월성원전 삼중수소제거설비(TRF)  전경

 

 궁극적으로 핵융합 상용발전 시대를 뒷받침할 삼중수소의 대량 생산은 핵융합로의 상용화에 매우 중요한 요건입니다. 핵융합로에서 삼중수소를 자체 생산하지 못하면 땔감 없는 아궁이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핵융합로는 삼중수소 소비자인 동시에 ‘블랑켓(blanket)’이란 장치를 통해 삼중수소를 생산하는 생산자입니다.

 

 핵융합 반응의 결과물인 중성자는 핵융합로 내벽에 설치된 블랑켓 안쪽에 들어있는 리튬과 충돌하여 삼중수소를 만들고 열에너지를 발생시킵니다. 블랑켓에서 생성된 삼중수소를 회수하여 핵융합로 내부로 공급하게 되는데, 이 중 핵융합 반응에 사용되지 않은 삼중수소는 불순물과 섞여 노심에서 배출되는데요. 배출된 가스에서 삼중수소만 분리‧정제하여 저장하고, 다시 연료로 사용되는 과정을 반복하면 핵융합 연료주기가 완성됩니다. 시골집 마당에 있던 코끼리 코 모양의 물 펌프에 마중물을 넣고 펌프질을 하면 시원한 지하수가 뿜어져 나왔던 것처럼 핵융합로에 마중물 역할을 할 소량의 삼중수소를 넣고 운전하면 삼중수소가 끊임없이 생산되는 연료주기가 완성되는 것이죠.

 

 즉, 블랑켓은 중성자의 운동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바꾸는 에너지 변환장치이자, 삼중수소를 증식하고 중성자 및 감마선을 차폐하여 진공용기와 초전도 자석을 보호하는 핵심 장치입니다. ITER에서는 이 세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완벽한 의미의 증식블랑켓(breeding blanket)이 아닌 차폐 기능만 갖춘 차폐블랑켓(shield blanket)을 채택했습니다. 대신 ITER의 일부 구역에 테스트 블랑켓 모듈(TBM)을 설치하여 삼중수소 자가증식과 에너지 변환 기술을 연구할 방침입니다. 조승연 의장은 이 모든 과정에는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처럼 대용량의 삼중수소 생산 및 취급이 처음인 인류에게는 큰 모험이자 도전입니다.

 

 

붉은색으로 표시되어 있는 부분이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블랑켓


삼중수소 저변 넓혀야 진정한 핵융합 자원부국

 

 우리나라 역시 역사적 도전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KSTAR 연구와 ITER 사업에 참여하며 핵융합연구를 선도해온 핵융합(연)은 TBM 시스템 개발을 위한 예비설계와 삼중수소 추출시스템의 대용량 수소 흡착성능을 평가하는 등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ITER 장치에서 삼중수소를 저장하고 공급하는 중요 설비인 삼중수소 저장·공급 시스템(SDS) 조달도 책임지고 있는데요. 세계 첫 SDS의 설계·제작을 우리 손으로 성공시키기 위해 한국원자력연구원, 산업체, 대학 등과 협력하여 엔지니어링 설계와 삼중수소 저장용기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ITER 삼중수소 플랜트 내 배기가스 처리공정 및 수소동위원소 분리시스템 등 삼중수소 취급에 있어 주요한 기초 기술 등 비조달 관련 연구도 산학연 협동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캔두형원자로에서 생산된 삼중수소는 TRF에서 티타늄을 이용하여 안전하게 저장하고 있는데요, 한국수력원자력은 앞으로 생산될 또는 기존에 저장된 삼중수소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기술이 완성되면 ITER 회원국인 우리나라가 ITER 운전에 필요한 삼중수소 공급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처럼 삼중수소 자원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는 많은 장점을 갖고 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습니다. 핵융합 선진국들이 삼중수소 전문 연구실험실에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기초 교육 목적의 삼중수소조차 취급하는 시설이 미약한 실정입니다.

 

 조승연 박사는 “그동안 삼중수소를 확산, 보급하는 활동이 미비했던 만큼 이번에 한국에서 개최된 국제삼중수소학회가 삼중수소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리고 한국의 R&D 저변확대 및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국제삼중수소학회는 관련 전문가들이 삼중수소에 대한 최신 연구 현황과 미래 전망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기회가 되고 있다.

 


Tritium 2019’의 키워드 ‘안전’과 ‘핵융합’


 3년마다 열리는 국제삼중수소학회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4박 5일 동안 총 17개국의 삼중수소 및 수소 동위원소 전문가, 산업체 관계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는데요. 

 

 “핵융합에너지 상용화에 필요한 삼중수소 기술 교류를 확대하고, 선진 연구기관과 공동연구를 통해 핵융합로 연료주기 개발을 위한 국내 기술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22일 오전 8시 30분, 유석재 핵융합(연) 소장의 인사와 함께 ‘Tritium 2019’의 막이 올랐습니다.

 

학회 참석자들에게 인사말을 전하는 핵융합(연) 유석재 소장

 

 245편의 초록을 바탕으로 구두발표와 포스터를 비롯해 삼중수소 계량‧관리‧처리시스템 개발현황과 안전과 환경에 대한 영향 등 최신 연구성과와 정보를 교류하고 연구개발 전략도 논의했습니다.

 

 첫날 참가자들의 이목이 집중된 키노트(Key note) 강연은 ‘안전’과 ‘핵융합 발전’이라는 삼중수소 연구의 2대 화두를 주제로 진행됐습니다. 삼중수소는 다른 방사능 물질에 비해 반감기가 12.3년으로 매우 짧지만,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법입니다. 첫 번째 키노트 발표를 맡은 일본 QST 연구소 삼중수소 그룹의 리더인 토시히코 야마니시(Toshihiko Yamanishi) 박사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삼중수소에 오염된 냉각수 처리방법을 개발하고 안전 규정을 마련해온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뼈아픈 사고를 통해 기술과 경험을 쌓고 있는 일본의 사례는 향후 삼중수소를 연료로 채택하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등 미래 핵융합로의 안전지침이 되리란 기대입니다.

 

 다음으로는 최근 영국 UKAEA 컬햄 연구소에 건설한 삼중수소 연구시설인 H3AT(히트)의 기술적 중요성과 연구 현황에 대해 연구 책임자인 데미안 브래넌(Damian Brennan) 박사의 소개가 이어졌습니다. ITER, 그리고 ITER 이후 유럽의 DEMO 장치 건설, 그 외에도 다양한 연구 분야에서 삼중수소에 대한 이해가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선도적으로 삼중수소 연구에 뛰어든 유럽의 연구 현황에 대해 짚어볼 수 있는 시간이 진행되었습니다.

 

제 12회 국제삼중수소학회에는 전 세계 삼중수소 및 수소 동위원소 전문가와 산업체 관계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지금까지 산유국이 부자나라였다면, 머지않은 핵융합 시대에는 삼중수소 생산국이 새로운 자원부국이 될 전망입니다. 핵융합(연)은 다가오는 핵융합 시대에 우리나라가 진정한 에너지 자립국이자 ‘자원부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삼중수소에 대한 이해 및 핵융합 연료주기 기술 역량을 성장시키기 위하여 더욱 노력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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