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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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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1

항공모함도 들어올릴 수 있는 자석이 있다?

이하나   
https://fusionnow.nfri.re.kr/post/iter/937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마블의 히어로 영화 시리즈에는 놀라운 능력을 지닌 히어로들이 등장하는데요. 토르, 헐크 등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많은 캐릭터들이 있었지만 이 정도로 힘이 센 ‘넘사벽’ 캐릭터는 없었습니다. 지난 3월 영화 개봉을 통해 대중들에게 선보인 새로운 히어로 ‘캡틴 마블’인데요.

 

 특별한 장비 없이 우주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거나,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능력 등 여러 가지 놀라운 능력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엄청난 힘, 그 자체입니다. 거대한 크기의 우주선도 가뿐하게 들어 옮기는 정도이니 ‘넘사벽’이라고 칭할만 하죠.

 

마블의 히어로 캐릭터 중에서도 유독 눈에띄는 능력들을 자랑하는 캡틴 마블<이미지 출처=IMDb>

 

  현실에서도 가능할까요? 물론 현실에서 캡틴 마블처럼 한 사람의 힘으로 우주선처럼 거대한 물건을 가뿐하게 들어 올리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캡틴 마블처럼 강력한 힘을 지닌 장치는 있죠. 바로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위하여 프랑스 카다라쉬에 국제 공동으로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에 조립될 ‘거대 자석’입니다.

 

 

ITER에 장착되는 높이 18m 무게 1,000t의 역대급 자석

 

 핵융합 장치는 거대한 자석과도 같습니다. 태양의 중심처럼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가둘 수 있는 장치가 바로 ‘토카막’이라 불리는 핵융합 장치인데요. 이 토카막은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가두고 제어하기 위해서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하는 전자석을 이용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초전도핵융합장치인 KSTAR는 물론 국제 공동으로 건설하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 등 토카막 형태의 핵융합 장치는 플라즈마를 구속하기 위한 토로이달(Toroidal Field, TF) 자석, 플라즈마의 위치와 형상 제어를 위한 폴로이달(Poloidal Field, PF) 자석, 그리고 플라즈마를 발생시키고 유지하기 위한 중앙 솔레노이드(Central Solenoid, CS) 자석 등 크게 세 가지 종류의 자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프랑스 카다라쉬에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에 설치되는 주요 자석 3가지

 

 특히 ITER에 설치되는 자석들은 그야말로 ‘역대급’인데요. 그 중에서도 중앙에 들어가는 CS 자석은 ITER 자석들 중에서도 최고의 스펙을 자랑합니다. 6개의 독립적인 자석들이 모여 하나의 자석을 이루는 CS자석의 높이는 성인 키의 10배가 넘는 18m에 달하고요. 직경은 4m에 무게는 1,000t이나 됩니다. 핵융합 장치로도 최대 규모지만, 지금까지 인류가 만든 초전도 자석 중에서도 최대 규모를 자랑합니다. 엄청난 크기만큼 자기장의 세기도 상상을 초월하는데요. CS 자석의 최대 자기장 세기는 무려 13T(테슬라)에 달합니다.

 

 13T가 얼마나 강한 힘이냐고요? CS 자석의 상하 반쪽씩은 약 5만톤의 힘으로 서로 끌어당기고 있는데, 만약 18m 높이의 CS 자석 중간에 틈을 만들어 그 사이에 항공모함을 넣어놓을 수 있다면 자석의 힘만으로 수만톤의 항공모함을 들어 올릴 수 있을 정도의 힘이라니 정말 어마어마한 힘이죠.

 

ITER에 설치될 솔레노이드 자석의 힘은 수만톤의 항공모함을 들어올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30m 거리 주머니 속 열쇠는 안전할까?

 

 13T가 어느 정도의 세기인지 좀 더 확실하게 실감하고 싶다면 우선 단위를 살펴봐야 합니다.전기차 브랜드 명으로 우리 귀에 익은 단어이긴 하지만 보통 자기장의 단위를 이야기 할 때는 ‘T(테슬라)’ 단위를 잘 사용하지 않아요. 이유는 테슬라라는 높은 단위는 일상에서 별로 쓸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G(가우스)’라는 단위를 자주 사용합니다. 1T는 1만G입니다. 거대한 자석의 일종인 지구의 자기장 세기는 약 0.5G에 불과하고요. 냉장고에 들어가는 자기장의 세기는 약 0.01T, 병원에서 사용하는 MRI(자기공명영상) 자석의 자기장 세기도 약 1.5~3T 정도입니다. 우리의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STAR의 자기장 세기도 약 7.2T인 것과 비교하면 ITER의 13T는 두 배에 달하는 것이죠.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깁니다. 이 정도 강력한 자기장이라면 CS 자석 장치 주변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죠. ITER 토카막 장치에서 약 30m 떨어진 곳에는 ITER 진단건물이 있는데요.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동차 열쇠를 주머니에 넣어놓는다면 강력한 CS 자석에 열쇠가 끌려가는 일이 일어나진 않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사람들의 자동차 열쇠는 안전합니다. 주머니에 있는 자동차 열쇠는 물론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곗바늘에도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항공모함을 들어 올릴 정도의 강력한 자기장 세기를 뽐내던 CS 자석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 ‘역제곱의 법칙’

 

 CS 자석의 비밀을 살펴보기 위해 유명한 과학자 ‘뉴턴’을 잠시 소환해보겠습니다. 뉴턴은 만유인력을 통해 중력을 정량적이고 수학적으로 설명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 중 한 명이죠.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에 따르면 질량을 가진 두 물체는 서로 잡아당기는 힘을 받습니다. 두 물체 사이의 중력은 각 물체 질량의 제곱에 비례하고, 두 물체의 떨어진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합니다.

 

역제곱의 법칙을 설명하는 그림. 한 면적 안의 선 개수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어떤 힘의 크기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사실인데요. 이것을 우리는 ‘역제곱의 법칙’이라고 부릅니다. 이 규칙에 해당하는 것은 중력 외에도 소리, 빛, 방사선 등이 있습니다. 주로 3차원 공간에서 힘이 퍼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중력장과 소리, 빛 등은 3차원 공간으로 퍼져 나가고, 이때 어떤 거리에 대해 퍼져 나가는 단면은 2차원입니다. 다시 말해 힘은 넓이에 반비례하므로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역제곱의 법칙이 자기장에도 적용된다는 것인데요. 아무리 CS 자석이 강력한 자기장의 세기를 자랑해도 이러한 물리 법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죠. 계산을 해보면 역제곱의 법칙에 따라 자석의 힘은 거리가 멀어질수록 매우 빠르게 감소해 30m 정도의 거리만 되어도 원래 자기장 강도의 99.9%를 잃게 됩니다.

 


거리에 반비례하여 더욱 철저해지는 ‘안전’

 

 하지만 KSTAR나 ITER와 같은 핵융합 장치들이 강한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장치라는 것은 중요한 사실이죠. 실제로 핵융합 장치를 운영하는 과정에서는 많은 기술자들이 장치 주변에서 작업을 수행하기도 하고, 실험 기간에는 장치실 근거리에 위치한 제어실에서 연구자들이 모여 실험을 진행하기도 하기 때문에 핵융합 장치들이 발생시키는 자기장에 대한 이해는 꼭 필요합니다.

 

 보통 인체에 영향을 주는 자기장의 세기는 0.002~0.003G(2~3mG) 이상으로 여겨집니다. 지구자기장의 세기가 약 0.5G인 것과 비교하면 이는 상당히 미약한 양인데요. 하지만 지구자기장처럼 일정한 극성과 방향을 유지하고 있는 안정된 자기장은 인체가 자연스럽게 적응을 하고 있는 반면에 순간순간 바뀌는 자기장은 미약하더라도 인체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KSTAR에서는 ICNIRP(국제비전리방사선방호위원회), 전파법 등의 지침에 따라 보호 기준을 마련하여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KSTAR 건설 당시 초전도자석이 설치되고 있는 모습

 

 더불어 KSTAR 장치실은 고자기장 발생 구역임과 동시에 방사선 발생 구역으로 실제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사람의 출입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데요. 위에서 설명한 역제곱의 법칙에 의해 거리에 따라 자기장의 감도가 감소되어 장치실의 1.5m 차폐벽 근처(장치 중심에서 약 18m) 부근에서 자기장의 세기는 약 0.002~0.003T(2~3mT=20~30G) 정도가 되기 때문에 실험 중 자기장에 의한 위험도는 현저히 낮습니다.

 

 또한, 자기장은 자석에 전류를 흘릴 때만 발생할 뿐 실험을 마치면 더이상 발생하지도, 잔류되지도 않기 때문에 실험을 진행하는 시간 외에는 장치실을 출입하거나 작업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자기장에 대한 위험 상황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어떤 분들은 자기장의 세기가 거리에 따라 급격히 줄어들긴 하지만, 더욱 철저한 안전을 위해 아예 차폐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실텐데요. 핵융합연구장치는 자기장을 섬세하게 조절하여 플라즈마를 오랫동안 가두어야 하는 장치입니다. 실제 연구 환경에서 핵융합 장치 바깥으로 발산되는 자기장이 플라즈마 제어와 큰 관련성은 없지만, 그럼에도 물리적으로 자기장을 막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죠. 하지만 가열장치, 진단장치 등 일부 부대 시설은 차폐 구조를 마련하여 핵융합로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으로부터 장치를 보호하고 있기도 합니다.

 

 인류의 최첨단 기술을 집약하여 완성한 거대한 자석 속에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다니 히어로 영화만큼이나 흥미로운데요. 2025년 국제핵융합실험로(ITER)가 완성되어 이 거대한 자석이 본격적으로 능력을 펼치게 된다면, 핵융합에너지를 사용할 미래의 후손들은 ITER 장치를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한 진정한 ‘히어로’로 기억하지 않을까요?

 

인류의 에너지 문제 해결을 이끈 진정한 '히어로'로 기억하게 될 KSTAR(왼)와 ITER(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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