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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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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8

극한의 온도 가르는 방패막, ITER 열차폐체 초도품 운송 시작

커뮤니케이션팀   
https://fusionnow.nfri.re.kr/post/iter/992

ITER 열차폐체 성공의 열쇠 쥔 다섯 명의 키맨(key man)


 

서로 전혀 다른 성격의 두 형사가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며 명콤비로 활약한 고전 영화 ‘투캅스’처럼 극과 극이 만나 조화를 이룰 때 더 큰 시너지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과학과 공학에서도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인공태양’이라 불리는 핵융합장치가 대표적이죠. 태양에너지의 원리인 핵융합 반응을 만들기 위해서는 1억℃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초고온 플라즈마를 가둘 강력한 자기장을 만드는 초전도 자석은 –269℃에서 운전됩니다. 불과 몇십 센티 떨어진 하나의 공간에 1억℃와 –269℃가 공존해야 하는 것이죠.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이 미션은 극한의 온도를 가르고 유지할 수 있도록 방패막 역할을 하는 ‘열차폐체’ 덕분에 가능해집니다.

 

1억℃와 영하 269℃ 사이를 가르는 벽, 열차폐체

 

핵융합에너지 개발을 위해 국제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의 열차폐체는 한국이 100% 조달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열차폐체는 진공용기 열차폐체 (Vacuum Vessel Thermal shield)와 저온용기 열차폐체(Cryostat Thermal Shield)로 구성되는 열차폐체는 전체 조립 시 높이와 직경이 각각 25m, 무게가 약 900톤에 이르는 초대형구조물입니다. 가장 덩치가 큰 진공용기 열차폐체의 경우 360° 원형의 커다란 케이크를 조각내듯 40° 간격의 9개의 섹터로 나누어 제작됩니다. 1개 섹터의 무게만도 40톤에 달합니다. 진공용기 열차폐체 1개의 섹터를 구성하는 31개 패널들은 주요 연결부에서 설계도와 실제 제작품의 공차는 2㎜ 이내로 바늘 틈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을 정도로 까다로운 기술을 요합니다.

 

때문에 설계부터 제작, 운송을 위한 포장까지 어느 하나 쉽지 않았던 ITER 열차폐체의 첫 번째 제작품이 드디어 지난 9월 15일 ITER건설지인 프랑스 카다라쉬를 향한 운송을 시작했습니다. 이로써 ITER 장치 건설의 성공을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중요 마일 스톤이 달성된 것입니다. 국가핵융합연구소 ITER한국사업단은 열차폐체기술팀의 뚝심이 아니었다면 차질 없이 적기에 열차폐체의 조달이 진행되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던 설계에서 최종 운송까지 각 파트를 책임진 ITER한국사업단 열차폐체기술팀 다섯 키맨과 함께 그 성공의 다섯 가지 열쇠를 확인했습니다.

 

 (왼쪽부터)남관우 책임연구원(은도금 총괄), 허준영 선임연구원(포장‧운송 및 기술문서 담당), 강경오 선임기술원(설계 및 가조립 담당),

허남일 팀장(열차폐체 제작 총괄), 박원우 선임기술원(헬륨 배관 총괄 및 품질 관리)  

 

  

냉정과 열정을 지켜주는 5㎛ 초박막 은도금

 

“은도금은 귀금속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서 활용돼요. 은은 전기전도도가 높아 전자 산업에서도 애용되며, 핵융합에서는 복사열을 차단하는 가장 합리적인 재료로 꼽히죠.”

 

첫 번째 키맨은 은도금 열쇠를 쥔 남관우 책임입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열차폐체 표면에 도포되는 은도금은 진공용기에서 초전도자석으로 유입되는 복사열을 차단해 진공용기 열차폐체의 성능을 유지하는 핵심기술입니다. 5㎛(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은도금만으로 진공용기가 내뿜는 방사율을 2~3배 낮출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말처럼 간단한 공정이 아닙니다. 기존 은도금 대상들과 달리 ITER열차폐체는 초대형이니까요. 먼저 열차폐체 조각 중 가장 큰 규모의 제품이 충분히 들어갈 수 있도록 가로‧세로‧높이가9*3*6m에 달하는 대형 도금조 11개가 필요합니다. 열차폐체 전체를 은도금하는데 필요한 산업용 은만 약 5톤입니다. 스테인리스 표면은 은이 잘 붙지 않기 때문에 여러 전처리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먼저 깨끗이 표면을 세척하고 산성 용액으로 전처리한 후 니켈을 입힌 뒤 비로소 은도금이 가능한데요. 총 11단계 6시간이 걸리는 대장정입니다.

 

  가조립 후 분해된 VVTS 패널은 은도금을 통해 차폐기능을 완성한다. 

 

가장 도전적인 미션은 형상이 복잡한 대형 구조물의 표면을 균일한 두께로 도금하는 것입니다. 또한, 은은 성질이 물러 작은 충격과 접촉에도 쉽게 긁힐 수 있는 만큼 아기를 대하듯 조심해서 다뤄야 합니다. 마치 은은한 비취색 유약을 자기 표면에 얇고 고르게 발라 고려자기를 완성했던 도공의 정성에 비견되는 과정입니다.

 

열차폐체기술팀은 2017년 12월 세계 최고 규모의 대형 스틸 도금조 11개로 이뤄진 은도금 설비를 완성하고 1년 가까이 시제품 도금 테스트를 진행해 완벽한 은도금 기술을 찾았습니다. ITER 조달요청서에서 요구하는 은도금 두께는 5㎛ 이상입니다. 이론은 완벽했지만 실제 도금에서 은의 두께를 균일하게 유지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열차폐체 표면은 헬륨 파이프가 용접돼 있어서 이 부위에 은 용액이 머물렀다 흘러 눈물 자국이 생기기 일쑤였습니다. 1년의 시행착오로 노하우를 터득해 현재는 8~10㎛ 두께의 균일한 은도금을 자랑합니다.

 

  

|‘리스크 레벨1’의 중압감을 이겨 낸 냉각파이프

 

열차폐체 완성의 두 번째 열쇠는 바로 –193℃의 극저온 헬륨 가스가 지나는 냉각파이프 제작입니다. ITER 건설 프로젝트에서는 각 제작 공정의 위험도에 따라 리스크 레벨을 정하는데요. 이 냉각파이프에서는 단 한 곳에서라도 미세한 흠이 있으면 헬륨 누설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 레벨 중에서도 가장 높은 레벨 1이 지정되었을 정도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과정입니다.

 

인터뷰를 함께한 키맨들은 이구동성으로 열차폐체 헬륨 파이프 제작과 파이프의 품질관리를 총괄한 박선우 선임의 공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열차폐체 패널 표면에는 -196℃ 헬륨가스가 흐를 냉각파이프가 정밀용접으로 부착된다.

 

 “세상에는 100% 완벽한 소재도, 완벽한 기술도 없습니다. 오차와 불량을 줄여 최대한 완벽에 가깝게 노력할 뿐입니다.” 박원우 선임이 100% 완벽함에 대한 압박을 이겨낸 비결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일이었습니다.

  

헬륨 파이프는 전체 길이가 20㎞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연결 부위 용접으로 인한 불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산업용 표준인 6m 길이 파이프 대신 35m 길이로 주문제작 했습니다. 이들 파이프가 공장에 도착하면 한 개 한 개 가압테스트, 진공 누설 실험을 거친 후 산업용 내시경으로 일일이 내부를 검사하며 동영상을 촬영해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ITER에 제공합니다. 내시경 검사도 1번으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돌다리도 3번 두드리는 마음으로 가용접시 2차, 용접 후 3차 검사를 진행하며 완벽에 완벽을 추구합니다.

  

“㎛ 수준의 미세한 스크레치도 현미경으로 보면 모니터 화면을 꽉 채울 만큼 큰 결함 같이 보여요. 이중 진짜 위험한 스크레치가 어떤 것인지 구별하고 성능에 미치는 영향은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했습니다.” 박원우 선임은 지난해 주말을 제외하고 창원 현장에서 120일을 근무했을 정도로 현장 검수요원들과 긴밀히 커뮤니케이션하며 무결점 파이프 제작미션을 완수했습니다.

 

|2㎜의 공차도 허용치 않는 가조립 
 
강경오 선임이 총괄한 설계관리, 치수검사, 가조립은 세 번째 열쇠입니다. 진공용기 열차폐체는 총 300조각이 넘는 구조물이 결합해 360° 완성체가 되는데요. 그러다 보니 각 부분을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도 많고 설계변경도 많았습니다. 강 선임은 진공용기 열차폐체의 3D 모델과 도면을 모두 머릿속에 입력하고 있어 걸어 다니는 설계도면으로 불립니다.

  

 

2018년 8월 진행된 #6 가조립 현장

 

열차폐체의 가조립은 31개 구성품을 체결하는 단순 테스트가 아닙니다. 진공용기 열차폐체는 거대한 구조물이지만 혼자 자립하지 못합니다. ITER 현지에서는 다른 구조물과 맞물려 설치되는데요. 가조립 시에는 다른 구조물의 도움이 없기에 가조립만을 위한 지지대와 절차서를 만드는 작업부터 필요했습니다. 어떤 순서로 조립할지, 치수측정은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지 미리 계획을 세우고 테스트하며 ITER 현지에서 진행될 이슈를 먼저 점검하는 임무도 수행합니다.

  

열차폐체기술팀은 지난해 8월 6번 섹터의 가조립을 완수한 후 순차적으로 제작되는 섹터의 가조립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 연말이면 9개 섹터의 모든 가조립이 마무리됩니다. 

 

|품질과 완성도 지키는 포장‧운송

  

기분 좋게 물건을 주문했는데 배송과정에서 파손된 제품이 도착하는 것만큼 낭패가 없겠죠? 허준영 선임이 담당하는 검수와 포장, 운송은 열차폐체의 완벽한 품질을 ITER 현지까지 유지하는 마지막 관문입니다.

  

허 선임의 본업은 구조해석입니다. “열차폐체 구조물은 기하학적 형상을 하고 있어 장기간의 운반과정 중 한 부위에 힘이 쏠릴 수 있습니다. 일반 가전제품도 안전한 배송을 위해 충전재를 사용하듯 하중 부담과 외부의 충격을 막아줄 지지대 설계부터 포장업무는 시작됩니다.”

  

가조립과 은도금을 완료한 31개 구조물은 최종 검사 후 비로소 포장될 자격을 얻습니다. 큰 포장은 부품 무게만 15톤, 높이는 13m에 달합니다. 포장까지 완료하면 무려 24톤에 달합니다. 가장 작은 박스도 하나가 3~5톤에 달할 정도로 무게감이 있습니다. 포장이 완성된 열차폐체는 프랑스 현지 일정에 맞춰 승선일이 결정됩니다.

  

ITER 기구는 모든 조달품을 조립시작 6개월 전까지 현지 조달을 완료할 것을 요청합니다. 다시 말해 최소 6개월은 ITER에서 대기해야 조립이 시작됩니다. 여기에 40여 일의 선박 이동 기간까지 더하면 짧게는 9개월, 길게는 1년 이상 포장 상태를 보관되는 만큼 국가핵융합연구소와 ITER, 국내 제작사와 운송사, 프랑스 운송사 까지 5곳에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수렴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한 과정입니다.

  

 최종 검수와 포장을 마친 진공용기 열차폐체 #6이 ITER를 향한 여정을 준비하고 있다.  

 

|목적지를 향한 길을 만드는 과정

 

마지막 키맨은 토카막기술부 부장이자 열차폐체기술팀장을 겸하고 있는 허남일 팀장입니다. ITER에서 10년간 열차폐체 업무를 주도해 온 허 팀장은 지난해 한국 열차폐체기술팀과 합류해 프로젝트의 순항을 이끌었습니다.

  

 ☞ 허남일 박사의 ‘10년 ITER 체험기’ 바로가기

  

앞서 설명한 냉각파이프 제작을 비롯해, 은도금, 가조립 등 열차폐체를 완성하는 모든 과정이 세계 최초였습니다.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이 힘든 도전을 격려했지만, 솔루션은 주지 않았습니다. 35m에 달하는 냉각파이프 제작도, 균일한 은도금 노하우도, 가조립 방법도 모두 열차폐체기술팀과 산업체가 힘을 모아 한 단계 한 단계 과학적 검증을 마치고 수많은 시행착오 속 경험치를 쌓으며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첫 진공용기 열차폐체 완성품인 6번 섹터의 완성품이 9월 초 프랑스로 출발한 이후 나머지 8개 섹터도 순차적으로 운송을 시작하게 됩니다. 2020년 10월까지 모든 열차폐체의 제작이 완료되고 2021년 초면 조달이 완료되는 것이지요. 지금까지 한국에서의 제작이 가장 큰 이슈였다면 이제 ITER에서의 조립으로 공이 넘어갈 차례입니다. 

  

ITER에서의 미션도 우리 연구진이 난관을 돌파할 계획입니다. 인터뷰를 함께한 남관우 책임은 지난 5월 1일 ITER에 파견돼 새로운 미션을 시작했습니다. 그곳에는 이미 열차폐체 제작관리와 총괄을 맡았던 강동권 책임을 중심으로 노창현선임과 함께 조립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앞으로 ITER 건설현장에서 열차폐체의 키맨으로 활약할 전망입니다.

 

인류의 에너지 개발은 더 큰 목표를 향한 여정에서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인공태양이라는 목표를 세우자 이에 필요한 물리 이론과 기계공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국제협력이라는 목표가 정해지자 세계 각국은 한 방향을 보며 달리고 있습니다. 한국의 기술과 한국의 인재들이 100% 완성한 열차폐체는 미래에너지 실현을 위한 디딤돌로 활약할 것입니다.

  

 열차폐체가 들어설 ITER 토카막 빌딩 건설 현장 <출처 = 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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