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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1

“같이 연구하자” KSTAR 향한 세계 핵융합의 러브콜

커뮤니케이션팀   
https://fusionnow.nfri.re.kr/post/kstar/1034

지난 2월 서울 코엑스에서는 아주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KSTAR 실험 10주년을 기념하는 콘퍼런스가 열린 것인데요. 이 자리에서 베르나 비고 ITER 사무총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습니다. “KSTAR는 ITER와 핵융합 연구개발에 매우 귀중한 기여를 할 수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시설 중 하나다.” 기념식을 축하하기 위한 흔한 공치사였을까요? 아닙니다. 국제핵융합로 ITER 건설과 세계 핵융합 발전에 기여한 KSTAR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였습니다.

 

‘ITER의 축소판’이라고 불리는 KSTAR는 ITER의 초기 운전 조건을 구현하고, 장시간 플라즈마 불안정성 제거에 최초로 성공하는 등 핵융합 상용화의 최첨병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핵융합 분야의 후발 주자였던 한국은 이제 KSTAR를 통해 우수한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명실상부한 전 세계 핵융합 연구개발의 선도국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러한 달라진 위상을 입증하듯, 최근 KSTAR를 활용한 공동연구를 하고 싶어하는 다른 나라들의 관심도 증가하고 있는데요. KSTAR에서 수행하고 있는 연구에 투자해 핵융합 상용화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고 있죠. KSTAR를 향한 해외 연구기관의 뜨거운 구애(求愛),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요? 그 내용과 배경을 집중적으로 진단합니다.

 

지난 2월 열린 KSTAR 10주년 기념식 및 컨퍼런스. 전 세계가 KSTAR와 한국의 핵융합 연구 발전에 주목하고 있다.

 

 

| ITER 운영 최대 난제 KSTAR에서 푼다

 

ITER가 KSTAR의 연구개발에 투자하려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건설 단계인 지금은 ITER를 최대한 빨리 튼튼하게 만드는 게 관건이지만, 완공 이후에는 안정적인 운전이 가장 큰 이슈입니다. KSTAR를 통해 이러한 ITER 운전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전 세계 여러 곳에 산재해 있는 핵융합 연구 장치 가운데 왜 KSTAR일까요? 그 이유도 분명합니다. 주요 선진국들이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ITER 장치와 동일한 초전도 재료로 제작된 세계 유일한 장치가 바로 KSTAR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KSTAR 건설 과정에서 세계 최고 성능의 초전도자석 제작 기술 등 핵융합 관련 10대 원천기술을 확보했으며, 매년 플라즈마 실험을 통해 의미 있는 핵융합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KSTAR에서 만든 핵융합 씨앗 ITER에서 싹 틔운다' 바로가기

 

그중 ITER에서 가장 KSTAR에 기대하고 있는 연구는 ‘플라즈마 붕괴 완화 연구’입니다 ITER는 KSTAR에서 수행하고 있는 SPI(Shattered Pellet Injector, 산탄 입자 주입 장치)를 이용한 플라즈마 붕괴완화 연구에 투자를 결정하고,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합니다. 공식 과제 명칭은 ‘플라즈마 붕괴 완화를 위한 대칭형 SPI 및 관련 진단 장치 개발’. 과제 기간은 2019년 12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3년입니다. 총 과제 규모는 현금과 현물을 포함해 약 55억 원으로 KSTAR가 8억 원을 매칭펀드로 내고, 나머지는 ITER 국제기구에서 투자하게 됩니다.

 

KSTAR에 설치된 SPI 장치의 모습.

 

 

| KSTAR를 선택한 이유? “KSTAR밖에 없으니까”

 

플라즈마 붕괴 완화는 ITER 운전단계에서뿐 아니라 핵융합 상용화를 위해 필요한 핵심 기술 중 하나입니다. 핵융합에너지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초고온 플라즈마의 장시간 운전 못지않게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플라즈마를 안전하게 멈출 수 있어야 합니다. 엄청난 에너지를 품고 있는 초고온 플라즈마가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멈추게 되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에너지가 핵융합 장치를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에너지가 한곳에 집중되지 않고 고르게 분산사켜 장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SPI입니다. SPI는 미세한 얼음 알갱이들을 플라즈마에 주입시켜, 초고온 플라즈마가 지닌 열 에너지와 자기 에너지를 복사 에너지 형태로 고르게 방출하는 방법을 이용합니다. 실제로 ITER 운영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플라즈마 붕괴 현상 발생 시 SPI장치를 이용해 에너지 분산이 적절히 이루어질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실험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이에 ITER 국제기구는 KSTAR가 수행하고 있는 SPI 연구에 투자하여 ITER 장치에서 플라즈마 붕괴 완화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대칭형 SPI에 대한 성능을 검증하고, 동시에 플라즈마 붕괴를 완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이 과제의 목표입니다. 이를 통해 ITER는 높은 에너지를 갖는 고성능 플라즈마 운전을 장치 파손의 걱정 없이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ITER 국제기구가 이번 SPI를 이용한 플라즈마 붕괴 완화연구를 위한 장치로 KSTAR를 선정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ITER를 위한 플라즈마 붕괴 완화 기술은 플라즈마 안에 갇혀 있는 에너지가 적어도 MJ(메가 줄, 1MJ=0.28kWh, 1,000kJ) 수준의 고에너지가 되어야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장치는 한국의 KSTAR를 비롯해 유럽 공동핵융합실험장치인 JET, 미국의 DIII-D, 독일의 AUG 등 4개 장치뿐입니다. 다른 소형 핵융합 장치에서도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지만, 소형 장치의 에너지는 수십 kJ(킬로 줄)에 불과하기에 ITER에서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얻을 수가 없습니다. 쉽게 말하면 소화기의 성능 시험을 촛불이나 성냥불을 가지고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JET에 설치된 산탄 입자 주입장치 SPI. <사진 출처=ITER> 

 

특히 이러한 핵융합 장치 중에서도 KSTAR만 유일하게 ITER가 계획하고 있는 대칭형 SPI를 2대 보유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JET와 독일의 AUG는 SPI가 1대뿐이고요. 미국의 DIII-D는 KSTAR와 마찬가지로 2대의 SPI가 있지만, 구조 자체가 완벽한 대칭형 구조가 아니어서 에너지를 고르게 해소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결국 플라즈마 안에 갇혀 있는 에너지가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고(MJ 수준), 2대의 대칭형 SPI를 갖추고 있는 핵융합 장치는 전 세계에서 KSTAR가 유일하기 때문에 ITER는 투자 대상으로 KSTAR를 선택한 것입니다. 우리의 핵융합 연구 장치 KSTAR를 ‘ITER의 축소판’이라고 부르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합니다.

 

 

| “시키면 하지만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다” 

 

KSTAR는 연구 시작 단계부터 ITER를 위한 플라즈마 붕괴 완화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두 대의 SPI를 한꺼번에 도입했는데요. 현재 KSTAR의 SPI 장치 가운데 1호기는 이미 설치 및 시운전을 완료하고 2019년 플라즈마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습니다. 동시에 2호기는 설치를 끝마치고 시운전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실험을 통해 연구진은 2대의 SPI가 1대의 SPI보다 얼마나 효과적이고 균일한지를 살펴보게 됩니다. ITER의 경우 1~2대 수준이 아니라 10여 대의 SPI가 동시에 가동되는데요. 이때 ITER에서 플라즈마 붕괴 완화가 예측한 대로 이루어지는지 미리 확인하는 것이 이번 연구 과제의 목표입니다. 물론 ITER와 KSTAR는 에너지양에서 1,000배 가까이 차이가 있는데요. 이 틈은 전산 시뮬레이션을 통해 좁히겠다는 것이 연구진의 계획입니다.

 

물론 KSTAR가 ITER에서 요구하는 사양을 갖추고 있더라도 필요한 연구 결과를 얻는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다른 장치도 마찬가지지만, 핵융합 장치에서 플라즈마 상태를 측정하는 진단 장치는 플라즈마 붕괴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 맞춰져 있지 않습니다. 대부분 정상적인 플라즈마 상황에 맞춰 제작되고 운전이 이루어지는데요. 이 때문에 SPI를 사용한 플라즈마 붕괴 완화 연구도 2대의 SPI를 설치해 운전하는 작업과 플라즈마 붕괴 완화 연구에 특화된 필수 진단 장치 4개를 동시에 개발해 운전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플라즈마 운전 모드와 ELM.

 

국가핵융합연구소 김재현 박사(플라즈마안정화연구부)는 “모든 연구개발이 그렇듯 시간과 돈, 그리고 사람이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며 “다행히 이번 연구 과제에서 돈은 국제협력을 통해 어느 정도 확보되었지만, 시간과 사람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김 박사는 “이러한 악조건에서도 ITER와 KSTAR 장치의 빠듯한 스케줄에 맞춰 일을 끝내기 위해 연구진들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우리 연구진이 누구입니까?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너희가 할 수 있겠느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때 KSTAR 장치를 완성하고, 전 세계 핵융합계가 깜짝 놀랄 만한 성과를 지속해서 도출한 연구진 아니겠습니까. 임무가 내려졌지만, 기존의 매뉴얼만 따라간 것이 아니라 불가능을 가능한 일로 바꾸는 창의성을 발휘했기 때문인데요. 이번 ITER 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우리 연구진의 각오 역시 단순 명료합니다. “시키면 하지만,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다.” 여러 악조건과 난관 속에서도 한 손에는 ‘정면 돌파’, 다른 한 손에는 ‘창의성’을 무기로 어려운 연구 과제를 반드시 완수해낼 것으로 믿습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APAM 연구팀. 아래 맨 우측이 스티븐 사바흐 교수, 두 번째 줄 오른쪽이 박영석 박사. <사진 출처=apam.columbia.edu>

 

 

| 미국 컬럼비아대학도 KSTAR 연구에 투자 

 

KSTAR와 우리 연구진에 러브콜을 보내는 곳은 ITER 국제기구만이 아닙니다. 미국의 에너지부(DOE)에서도 KSTAR 연구 참여를 위한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미국 에너지부는 국제 보조금을 통해 미국 컬럼비아대학 응용물리 및 응용수학과(APAM, Applied Physics and Applied Mathematics)의 스티븐 사바흐 교수가 컬럼비아대학, 프린스턴 플라즈마물리연구소(PPPL) 및 노바 포토닉스 등과 함께 추진하는 총 760만 달러(약 89억 원)의 과제를 KSTAR에서 진행하게 됩니다.

 

연구 과제는 KSTAR를 통해 고성능 토카막 플라즈마 붕괴를 예측하고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인데요. 이를 위해 연구진은 핵융합 물리 연구, 실시간 데이터 수집, 플라즈마 제어 장치를 추가한 토카막 핵융합 장치에서의 플라즈마 발생 중단 현상을 획기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한 연구 등을 수행하게 됩니다. 핵융합 장치에서 플라즈마 발생을 정지시키는 플라즈마 붕괴의 예측 및 회피 연구는 플라즈마 붕괴 완화와 마찬가지로 핵융합 상용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인데요. 이 난제를 해결하는 연구 과제에 세계적인 연구진이 자신들이 규명한 이론을 우리의 KSTAR에 적용해 실현 가능성을 실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컬럼비아대학 APAM과 PPPL은 지난 20세기부터 21세기에 걸쳐 핵융합과 플라즈마 물리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배출하고 있는 유서 깊은 핵융합 연구기관입니다. 특히 PPPL의 경우 세계 최고 성능의 초전도 토카막인 KSTAR를 보유한 우리나라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에 대해 이해와 공감대의 폭을 넓혀 왔습니다. 이곳에서는 지금도 수백 명의 연구팀이 매년 우수한 핵융합 관련 이론과 실험 결과를 내놓고 있는데요. 이러한 이론과 실험을 구현할 수 있는 장치로 우리의 KSTAR를 선택했다는 것은 KSTAR가 그만큼 우수한 초전도 토카막 핵융합 장치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지난 2008년 KSTAR의 플라즈마 발생 장면. 

 

 

| 왜 KSTAR냐고? “우수한 핵융합 장치니까”

 

실제 콜롬비아대학 APAM도 KSTAR에 대한 평가와 투자의 의미를 분명히 하고 있는데요. APAM은 홈페이지(https://apam.columbia.edu)를 통해 관련 뉴스를 소개하면서 “이 장치(KSATR)는 현재 전 세계에서 고성능 토카막의 가장 큰 가로세로 비율을 나타내며, 이 중요한 장치의 넓은 매개 변수 범위에서 (우리의) 플라즈마 이론을 검증할 수 있다”면서 “또 이 장치에는 세계적 수준의 진단 및 다중 MW(메가와트) 보조 가열 시스템도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이번 연구의 임무를 설명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얻은 플라즈마 안정성, 수송 및 제어에 관한 물리 지식을 플라즈마 중단 특성 및 예측(DECAF, Disruption Event Characterization and Forecasting) 코드에 직접 적용해 연구를 발전시켰다”며 “KSTAR 장치를 통해 각 기관의 연구원이 수행한 노력으로 독창적인 세계 최고의 기능을 개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표시했습니다. 해당 연구진이 KSTAR를 통해 진행하는 연구는 크게 4가지 분야인데요. 우선 고성능 초전도 토카막의 운전 중단을 초래하는 요인을 분석하고 예측합니다. 그리고 관련 물리 모델을 실시간으로 적용·구현하고, 관련 진단계를 실시간 운용한 뒤, 끝으로 실시간 제어시스템을 구축하게 됩니다.

 

KSTAR 건설 당시 내부 모습.

 

| 10년 전 0.1초에서 핵융합 상용화 기적 이끈다

 

이러한 ITER 국제기구나 세계적인 핵융합 연구기관이 KSTAR 연구를 위해 기꺼이 투자하는 것은 이미 KSTAR가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도출해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KSTAR는 현재 60%의 공정률을 훌쩍 넘어선 ITER의 초기 운전을 위한 핵심 기술 개발에 성공한 바 있기도 합니다. ITER 초기 단계에서 달성해야 하는 플라즈마 모양, 성능, 유지 시간, 그리고 플라즈마 경계면 불안정성(ELM) 제거 등 플라즈마 운전 조건 4가지를 KSTAR가 2017년 세계 최초로 달성했던 것이지요. 이른바 ‘ITER 기준 운전 시나리오’로 불리는 조건 4가지를 KSTAR에서 구현하는 데에 성공하면서, ITER 운영 준비를 위해 KSTAR에 거는 기대는 더욱 커졌습니다.

 

'KSTAR 운전 10년사, 에너지 새 시대 문 열다' 바로가기

 

여기서 그치지 않고 KSTAR는 중성입자빔 가열 장치(NBI-Ⅱ)를 새롭게 추가하고 새로운 단계의 핵융합 실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요. 2018년 실험에서는 초전도 토카막 핵융합 연구장치로는 세계 최초로 중심 이온 온도 1억℃ 이상의 초고온 고성능 플라즈마를 1.5초간 유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기존보다 한 단계 올라선 초고온 플라즈마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8년 6월, 0.1초라는 찰나의 불꽃을 일으키며 시작된 KSTAR의 기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핵융합 상용화라는 인류의 꿈을 향해 맨 선두에서 달리고 있는 KSTAR를 향한 해외 핵융합 연구기관의 러브콜은 어찌 보면 당연하지 않을까요? 전 세계 핵융합계가 KSTAR와 손잡고 연구를 진행하고 싶은 이유는 장치의 우수성 못지않게 연구진의 우수성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시키면 하지만,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다”는 도전 정신과 열정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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