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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1

핵융합 초전도 자석 산업현장에서도 초인기!

커뮤니케이션팀   
https://fusionnow.nfri.re.kr/post/kstar/1113

|0.2% 고순도 규사 생산 장치 개발한 이현정 박사의 R&D 재발견

 

바닷물이 핵융합의 원료가 되듯 모래를 정제한 규사는 다양한 산업 원료로 사용된다.<사진 출처 = pixabay>  바닷물이 핵융합의 원료가 되듯 모래를 정제한 규사는 다양한 산업 원료로 사용된다.<사진 출처 = pixabay> 

 

광활한 해변, 집 앞 놀이터, 공사현장에 이르기까지 모래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재료입니다. 그 자체로는 부가가치가 높지 않지만, 모래에 포함된 철(Fe)과 같은 불순물을 걸러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고가의 유리액정은 물론 실리콘의 원료인 규사로 거듭나고요. 규사를 한 번 더 가공하면 화장품과 특수 도료의 원료로 재탄생합니다. 작고 무수한 모래 알갱이들 사이에서 불순물을 걸러내리란 쉽지 않은 일일 텐데요. 하지만 철의 특성을 생각하면, 어린 시절 추억과 함께 작은 아이디어가 번뜩 떠오릅니다. 바로 ‘자석’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죠.

 

어린 시절 철로 된 클립과 못, 종이, 플라스틱, 나무 등 다양한 재료를 뒤섞은 뒤 막대자석으로 철 성분의 물체들만 쏙쏙 골라냈던 경험 있으신가요? 막대자석은 클립 정도의 작은 물체만 끌어당길 수 있지만, 한국의 인공태양 KSTAR의 초강력 초전도 자석은 거대한 항공모함도 끌어당길 수 있는 7.5T(테슬라)의 자력을 자랑합니다. 국가핵융합연구소 KSTAR운전팀 이현정 박사가 KSTAR의 초전도 자석 기술을 바탕으로 산업용 자력분리기 원천기술을 개발해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힘을 보탰습니다.

 

KSTAR 초전도 기술을 바탕으로 0.2% 고순도 규사 분리 장치 개발한 이현정 박사. KSTAR 초전도 기술을 바탕으로 0.2% 고순도 규사 분리 장치 개발한 이현정 박사.

 

 

|중소기업이 독자 개발하기에 너무 벅찬 상대, 초전도 자석

 

“자석으로 불순물을 거르는 상용 규사분리장치는 일반적으로 0.3테슬라의 힘을 갖는 영구자석을 사용합니다. 상용 제품 중 세계 최고 성능은 1.5테슬라 수준인데요. 이 장치 속에 모래를 3회에 걸쳐 통과시키면 철분함량 0.4% 순도의 규사가 됩니다. 하지만 고품질 액정 같은 첨단산업 소재 제작을 위해 보다 순도 높은 규사를 전량 수입하는 실정이었습니다.”

 

이현정 박사는 함께 상용화 과제를 진행한 ㈜한미테크윈과의 만남이 운명적이라고 설명합니다. ㈜한미테크윈은 입자가속설비와 상전도 자석 분야에서 실력을 쌓아온 중견기업인데요. KSTAR 열차폐장치 디자인 과제에 참여하며 KSTAR의 초전도 자석을 눈여겨보았습니다. 초전도는 전기 저항이 0으로 일반자석에 비해 매우 적은 전력으로도 강한 자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워낙 까다로운 물성 탓에 작은 충격에도 초전도성이 깨지는 퀜치(Quench)가 발생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초전도 자력분리기가 상용화된 사례가 없습니다.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연구 개발하기에는 너무 벅찬 상대였죠.

 

KSTAR는 30개의 초전도 자석이 수평과 수직을 넘나들며 자기장을 발생시켜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도넛모양의 진공용기에 가둡니다. 

KSTAR는 30개의 초전도 자석이 수평과 수직을 넘나들며 자기장을 발생시켜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도넛모양의 진공용기에 가둡니다.

 

반면 이현정 박사는 대학원에서 고체물리이론을 전공한 후 25년간 극저온에서의 초전도 자석 물성을 연구해 온 전문가입니다. KSTAR 캠페인 기간 동안 우주선 항해를 이끄는 선장처럼 KSTAR 실험을 총괄하는 12명의 CMO(chief machine operator) 중 한 명으로 활약할 만큼 거대 장치와 각종 핵융합 관련 주요 이슈를 한눈에 꿰고 있는 실력파 연구원이기도 합니다.

 

이들의 만남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이현정 박사는 중소기업지원을 위한 패밀리기업 대상 교육 프로그램의 강사로 나섰는데요. 마침 강연에 참석한 ㈜한미테크윈 관계자가 초전도 자석 전문가인 이 박사에게 고민을 상담했습니다. 둘은 KSTAR의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자력분리기 산업으로 진입이 가능하다는 판단에 의기투합했고, 핵융합연구소 성과확산팀의 지원 속에 산업통상자원부의 R&D 재발견 프로젝트가 닻을 올렸습니다.

 

 

|0.2% 고순도 규사 생산이 가능한 세계 최초 초전도 자석 규사분리장치

 

 ‘콘형 스프링 서포트’가 설치된, 퀜치에 강한 저온 초전도 자석 및 이를 기반으로 한 고순도의 규사를 생산할 수 있는 규사분리장치 

 

KSTAR가 자랑하는 초전도, 열차폐체, 진공용기 관련 요소기술들이 모여 세계 최초로 초전도 자석을 이용한 자력선별기 원천기술이 탄생한 것입니다. 이름하여 ‘콘형 스프링 서포트’가 설치된, 퀜치에 강한 저온 초전도 자석 및 이를 기반으로 한 고순도의 규사를 생산할 수 있는 규사분리장치입니다.

 

중앙에 구멍이 뚫린 원통형으로, 모래가 지나는 통로의 구경은 약 250㎜입니다, 자성은 3테슬라에 달해 기존의 영구자석으로 제작한 장치보다 2배 이상 강력한 성능을 자랑합니다. KSTAR의 원천기술을 응용하되 제품의 사용 목적과 사용 환경에 맞게 최적화하는 과정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현정 박사의 설명을 들어보실까요?

 

“저온 초전도자석은 -269℃에서 강한 자성을 발휘합니다. KSTAR는 액체 헬륨으로 냉각시스템을 구현해 절대온도를 맞춥니다. 하지만 액체 헬륨은 1ℓ에 3만 원 정도로 비싸고, 상온에서는 800배에 달하는 부피 팽창이 진행돼 상용화 시스템에 도입하기엔 무리가 있었습니다.”

 

초전도 자석의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269℃ 환경을 유지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했는데요. 핵융합의 고진공, 극저온, 고자기장 환경에서의 초전도를 연구해 온 이현정 박사는 액체 헬륨 대신 컨덕션 쿨링을 채택한 극저온 냉각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열전도가 뛰어난 물질로 냉동기 한쪽에 붙여 전체를 차갑게 유지하는 방법이죠. 더불어 초전도자석 내부는 전기적 특성이 뛰어난 무산소동으로 제작되어있습니다. 초전도 자석의 취약점인 진동에 퀜치가 발생하는 단점을 KSTAR 진공용기 내 인베셀 크라이오 펌프에 적용했던 스프링 타입의 서포트를 적용함으로써 예방했습니다. 완성된 기술은 2019년 겨울 ㈜한미테크윈에 기술이전 하였습니다.

 

 KSTAR 진공용기를 완성한 다양한 요소기술이 규사분리장치에 접목되었다. KSTAR 진공용기를 완성한 다양한 요소기술이 규사분리장치에 접목되었다.

 

 

|산업현장의 구원투수로 활약하는 최첨단 핵융합 R&D 성과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규사는 칼라유리 제작 등에 사용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에 쓰이는 고순도 규사는 해외에서 전량 수입해 왔어요. 이번에 개발된 초전도 규사분리장치가 상용화되면 규사의 수입대체 효과는 물론 제련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전망입니다.”

 

초전도 자석 R&D 성과를 산업현장에 접목한 이현정 박사는 1995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핵융합연구사업단에 합류하여 우리나라 핵융합 발전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 온 주인공입니다. 25년 전 그가 처음 맡은 미션은 저온에서 고온까지, 저자기장부터 고자기장까지 다양한 물질의 전기적, 자기적 특성을 밝히는 것이었습니다. 핵융합연구사업단 이후 핵융합연구센터를 거쳐 국가핵융합연구소로 승격되었고, 이현정 박사는 수많은 난제를 해결하며 쌓아온 R&D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현장의 어려움에 귀 기울이는 중견연구자로 성장했습니다.

 

국가핵융합연구소 KSTAR연구센터 이현정 책임연구원 

 

“KSTAR는 가장 미래지향적인 초전도 연구가 진행되는 최전선이에요. 늘 최고의, 극한의 기술을 추구하는 보람도 컸지만 관련 성과를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작아 이방인 같은 외로움도 있었어요. 반면 산업계는 커뮤니티가 굉장히 넓어요. 어떤 선택을 하든 관련 분야별로 잘하는 그룹이 있고요. 기존에 잘하시는 분들과 협업을 하고 현실에 응용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굉장한 즐거움이었어요.”

 

이현정 박사는 주 미션인 KSTAR 캠페인 업무를 수행하면서 과외로 규사분리장치 개발을 진행해야 했기에 어려움도 많았지만, 산업용 초전도 규사분리장치는 국내외 최초 사례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이 기대되는 만큼 보람도 크다고 말합니다.

 

“핵융합연구자는 의지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아직까지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는 명확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 많은 분야이기 때문에 끊임없는 호기심과 의문을 품고 밝혀내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그 의지를 잃어버리는 순간 누군가 시키는 대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존재로 전락하게 돼요.”

 

그는 초전도와 핵융합의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되 한두 가지에 특히 깊은 관심을 갖는 연구자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최고보다 최선을 다하는 연구자가 되겠다는 25년 전 스스로와의 약속은 여전히 그를 앞으로 나가게 하는 나침반입니다.

 

세계 최고, 최초의 첨단 기술을 지향하지만, 그 기술이 우리 사회 전반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언제든지 자신의 기술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준비된 연구자들! 그들이 바로 한국의 인공태양을 만드는 국가핵융합연구소의 주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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