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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5

슈퍼컴을 만난 핵융합, 카이로스의 시간을 열다

커뮤니케이션팀   
https://fusionnow.nfri.re.kr/post/kstar/1158

 

인류문명이 시작된 이래 도구의 진화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열쇠였습니다. 석기는 농경문화로, 동력장치는 공업사회를, 컴퓨터는 정보화 사회로의 지평을 열었죠. 그렇다면 21세기 인류의 미래를 개척할 새로운 도구는 무엇일까요? 바로 4차 산업혁명은 물론 에너지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끌 슈퍼컴퓨터입니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지난 7월 국가 핵융합 연구의 소프트파워 강화를 목적으로 차세대 슈퍼컴퓨터를 도입했습니다. 지금까지의 핵융합 연구가 핵융합의 가능성을 입증하는 단계였다면 이제 플라즈마의 본질을 찾는 단계에 돌입합니다. 유전자의 본질을 찾아 생명의 근원을 밝히는 게놈 프로젝트처럼 말이죠. 모두가 꿈꾸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고갈 걱정 없는 핵융합에너지의 상용화를 길을 모색할 슈퍼컴퓨터 ‘카이로스(KAIROS)’의 시간을 소개합니다.

 

 국가핵융합연구소의 새로운 슈퍼컴퓨터 카이로스는 핵융합 시대를 여는 새로운 도구이다.

 

 

|고성능 슈퍼컴 ‘카이로스’는 핵융합 상용화의 관문을 여는 열쇠

 

초고온 플라즈마의 움직임에서 규칙성을 찾기란 혼돈의 카오스에서 질서를 찾기처럼 어렵지만, 핵융합 상용화의 필수관문입니다. 카이로스는 그 길을 함께 걸어갈 새로운 도구입니다. 카이로스는 단순히 기존 핵융합 슈퍼컴퓨터의 계산 능력 확장이 아닌 국가 전체의 핵융합 소프트웨어 파워 강화란 큰 임무를 부여받았습니다.

 

새로운 슈퍼컴퓨터의 이름은 대국민 공모를 통해 카이로스(KAIROS)라 명명됐습니다. 카이로스는 그리스 신화 속 제우스의 아들이자 ‘기회의 신’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크로노스가 의지와 무관하게 흘러가는 자연의 시간이라면, 카이로스는 목적의식이 개입된 정성적 시간으로 ‘적절한 때’, ‘기회’란 뜻을 내포합니다. 1995년 KSTAR 개발 사업을 시작으로 우리의 핵융합 연구가 크로노스의 시간을 통해 KSTAR 개발과 플라즈마 물리현상을 탐구해왔다면, 지금부터는 카이로스와 함께 핵융합 상용화를 향한 결정적 기회를 찾겠다는 포부입니다.

 

 

 

슈퍼컴퓨터의 세계에서는 말이 필요 없습니다. 대규모의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계산할 수 있는지 성능으로 보여줄 뿐입니다. 슈퍼컴퓨터의 존재 의의는 데이터처리와 수치해석, 시뮬레이션과 같은 대용량 과학기술 문제를 빠르게 계산하는 데 있으니까요.

 

그럼 카이로스의 성능을 확인해 볼까요? 이론계산성능(Rpeak) 1.56페타플롭스, 실측 성능 Rmax(HPL)은 1.01 페타플롭스입니다. 슈퍼컴퓨터의 성능은 초당 계산할 수 있는 연산의 횟수를 나타내는 플롭스(FLOPS)로 표시하는데요. 페타는 1015를 뜻하며, 페타플롭스는 1초에 1015번, 즉 초당 1000조 번의 계산을 수행할 수 있음을 뜻합니다. 국내 공공기관에 설치된 슈퍼컴 중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누리온, 기상청의 슈퍼컴퓨터 누리, 마리에 이어 세 번째 성능을 자랑합니다.

 

 

|임무가 어려울수록 진가 발휘해 온 슈퍼컴퓨터

 


미국은 세계 첫 엑사플로스급 슈퍼컴퓨터 도전과제로 핵융합 분야를 택했다. <사진출처=intel>


 

지난 2018년 초당 1퀸틸리언(100경=1018) 회를 계산하는 미국 최초의 엑사플롭스급 슈퍼컴퓨터 ‘오로라’가 택한 첫 번째 프로젝트는 프린스턴 플라즈마 물리연구소(PPPL)의 핵융합 연구용 인공지능(AI) 시스템입니다. 핵융합이야말로 세계 최고 슈퍼컴퓨터가 도전할 만한 중요한 연구임을 뜻합니다. 반대로 핵융합 연구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세계적인 슈퍼컴퓨터가 동원됐지만, 핵융합 연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토카막 속 단위 부피당 100경(1019)가 넘는 플라즈마 입자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최적의 운전조건과 제어방법을 찾는 일은 슈퍼컴퓨터도 쉽지 않은 도전이기 때문입니다. 핵융합은 두 개의 원자핵이 충돌해 하나로 합쳐지는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방출됩니다. 아인슈타인의 질량과 에너지 등가방식 즉, E=mc2에서 핵융합의 가능성을 본 과학자들은 이미 1950년대 핵융합 조건인 로손의 법칙 등 관련 이론이 정립되었지만, 하지만 실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여정은 예상보다 험난했습니다.

 

지구의 인공태양은 1억℃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269℃의 극저온 초전도 자석으로 가두는 극한의 조건에서 출발합니다. 연구자들은 핵융합 플라즈마를 300초 이상 안정적으로 운전해야 비로소 상용화의 문턱에 다가설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려면 플라즈마의 움직임을 설명할 규칙을 찾아 온도, 압력, 자기장 등 무한대에 가까운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 합니다. 계산해야 할 데이터가 너무 많습니다.

 

 국가핵융합연구소의 1호 슈퍼컴 크라켄은 10년의 도전과 성과를 뒤로하고 지난 1월 퇴역했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플라즈마 수송과 난류와 같은 난제 해결을 위해 2011년 60테라플롭스급 슈퍼컴퓨터 ‘크라켄’을 도입한 바 있습니다. 그 결과 온도, 압력, 밀도, 자기장 분포 등 다양한 플라즈마의 시뮬레이션 연구를 통해 성과를 얻어왔습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1억도℃ 넘는 핵융합 플라즈마는 높은 온도와 자기장 구조의 특성상 일반 유체역학 모델이 아닌 5~6차원의 동력학적 모델을 이용한 시뮬레이션이 요구됩니다. 또한, 가상공간에 핵융합 장치를 만들어 핵융합에너지 개발을 위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는 ‘버츄얼 데모’를 준비하기에는 기존의 슈퍼컴퓨터로는 역부족입니다. 바로 카이로스를 도입한 배경입니다.

 

 

|카이로스의 시간이 열리면 핵융합에너지의 시대도 열린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1호 크라켄보다 성능이 25배 향상된 카이로스와 함께 ‘최적의 운전조건’을 찾아 나설 채비를 마쳤습니다. 바로 핵융합 시뮬레이션 연구를 통해서입니다. 시뮬레이션은 핵융합로의 다양한 작동조건을 정교하게 조절하고 플라즈마의 불안정성과 난류 현상을 이해하는 핵심 도구입니다. 플라즈마의 복잡한 패턴을 분석해 이론을 정립하고, 나아가 이론 모델이 실제 물리적으로 타당한지 판단하는 것도 중요 임무죠.

 

지금까지 시뮬레이션 연구자들이 플라즈마의 정전기 현상을 중심으로 핵융합의 큰 그림을 그렸다면, 이제 전자기적 현상을 반영한 정밀 지도를 그려야 합니다. 플라즈마는 중성화된 기체에서 전자가 떨어져 이온화된 기체를 뜻하는데요. 가까이 보면 이온과 전자가 따로 움직이지만 멀리서는 하나의 중성체로 보입니다. 중량과 움직임이 큰 이온이 수송 현상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반면 전자는 작고 날쌥니다. 관찰도 쉽지 않죠. 전자가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플라즈마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려되어야 합니다.

 

10년 전 플라즈마 발생이 목표였을 때는 정전기 현상에 대한 이해만으로도 충분했지만, 핵융합 상용화가 목표인 지금 고성능 플라즈마의 장시간 운전이 가능하려면 플라즈마의 정전기 현상과 전자기 현상을 종합적으로 이해하여아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온도, 압력, 밀도, 자기장 분포 등 핵융합 장치의 작동 조건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이 데이터 분석과 계산을 통해 이뤄집니다. 끝없이 움직이는 공기와 바닷물에서 규칙적인 패턴을 찾는 여정과 같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슈퍼컴퓨터 도입 시 가장 신경 쓴 부분 중 하나는 연구소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또 앞으로 개발할 코드들을 얼마나 안정되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려였습니다.

 


플라즈마의 최적의 운전조건을 찾아 슈퍼컴의 도전이 본격화 된다. <사진출처=ITER>


 

‘gKPSP’는 연구소가 개발해 사용 중인 대표적인 코드입니다. 핵융합 플라즈마의 미세 난류와 이로 인한 비정상적인 에너지 수송 현상을 시뮬레이션하죠. 3차원 유체 모델을 사용한 Gyrofluid 코드는 핵융합 플라즈마 난류 및 수송 현상의 장시간 거동을 연구하고요. POCA 코드는 입자 궤도 추적, 특히 수백 keV 이상의 고에너지 입자 궤도 추적을 담당합니다. 이 밖에도 시험 입자 코드 개발과 연구를 비롯해 국제 협력을 통한 여러 종류의 코드 도입도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KSTAR와 ITER의 운전능력과도 직결되는 다양한 연구도 수행합니다. 중성자는 구조체를 방사화하는데요. 피해 규모를 밝히고, 예방법을 찾는 연구가 ITER한국사업단을 통해 진행됩니다. 또한, KSTAR연구센터는 플라즈마의 거시적인 움직임과 가열, 수송 등과 관련한 고속입자 계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우리나라 핵융합 전반의 소프트 파워 강화도 카이로스의 주요 목표입니다. 대학을 비롯해 산업체 등 우리나라 핵융합 커뮤니티에도 카이로스를 개방할 예정입니다. KSTAR 캠페인이 내외부 공모로 실험주제를 결정하듯 카이로스의 자원도 외부에 할당하여 국가 전반의 핵융합 연구 역량 강화에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핵융합 최강 하드웨어 인공태양 KSTAR와 소프트웨어 파워를 보여줄 슈퍼컴퓨터 카이로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21세기를 대표하는 가장 혁신적인 두 장치의 결합을 통해 본격적인 핵융합의 시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핵융합에너지를 밝힐 카이로스의 시간이 열리는 순간, 우리는 새로운 에너지 시대로 진입하리란 기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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