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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1

새로운 초전도 토카막 운전 레시피가 탄생하다

이하나   
https://fusionnow.nfri.re.kr/post/kstar/907

[인터뷰] 10살 KSTAR와 함께 뛰는 NFRI 3인

 

 지난 2018년 12월 28일. 120개 실험주제를 2000샷의 선도적인 실험으로 진행한 2018 KSTAR 캠페인이 6개월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캠페인 종료 불과 4일 전인 12월 24일 KSTAR는 초전도 토카막 최초로 플라즈마 이온온도 1억 도를 돌파하며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이뤘으며, 12월 26일에는 7천만도 약 90초의 고성능 플라즈마 운전 대기록을 세우며 핵융합 상용화로 가기 위한 고성능 연속운전의 기반을 다졌습니다. KSTAR가 1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초전도 토카막의 초고온, 장시간 운전 기록을 경신하기까지, 10살 KSTAR와 함께 달려온 세 명의 연구자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라고 외치는 이들의 유쾌한 대화를 소개합니다.

 

KSTAR 연구성과의 의미에 대하여 함께 이야기를 나눈 정진일, 김현석, 고원하 박사(왼쪽부터)

 

고원하 책임연구원(KSTAR 연구센터 플라즈마안정화연구부 Pedestal안정화연구팀장)
: 엉킨 실험 스케줄을 풀어내고 연구자의 마음까지 다독이는 핵융합계 최고의 코디네이터
정진일 책임연구원(KSTAR 연구센터 고성능플라즈마연구부 고성능시나리오연구팀장)
: KSTAR 플라즈마 1억 도 달성을 주도하며 다양한 운전 레시피를 개발하는 메인쉐프
김현석 선임연구원(KSTAR 연구센터 고성능플라즈마연구부 고성능시나리오연구팀)
: KSTAR 고성능 H-모드 장시간 운전 미션인 90초 성공을 이끈 학구파 조리장

 


|2018년 KSTAR 캠페인 성과를 한마디로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정진일 : 고성능 플라즈마 장시간 운전이 가능한 새로운 레시피 개발이죠. 같은 식자재라도 요리법에 따라 영양소의 손실 여부는 물론 요리의 맛과 모양도 달라집니다. 핵융합 역시 어떤 재료를 어떻게 손질하고 어떤 순서로 넣는지, 불의 세기를 언제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플라즈마 운전 결과가 전혀 달라집니다.

 

김현석 : 고성능시나리오연구팀은 해마다 더 좋은 조리법을 연구하고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는 부서입니다. 해마다 KSTAR 캠페인 전 NFRI 연구자뿐만 아니라 국내외 대학과 연구기관의 구성원들과 함께 테스크포스를 꾸리고 지금까지의 방법과 성과 등을 검토해 시험할 레시피를 작성해요. 특히 2018년도에 제시한 레시피가 주효했습니다.

 

정진일 : 새로운 레시피를 적용하자 초전도 토카막 장치의 한계라고 여겨졌던 플라즈마를 원하는 모양으로 발생시키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됐어요. 지금까지는 KSTAR 토카막에 플라즈마를 균일하고 안정적으로 확장하여 펼치는 최단 시간이 1.5초였지만, 0.5초로 줄였죠. 피자도우로 예를 들어 볼게요. 도우를 넓고 균일하게 펼치는 건 맛있는 피자를 만드는 출발점이에요. 도우가 한쪽에 뭉치면 식감과 맛이 떨어져요. 도우를 빠르게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찢어지면 안 돼요.

 

김현석 : 토카막 안에 안정적이고 균일한 플라즈마 형상이 더 빨리 만들어질수록 고온, 장시간 운전과 같은 고성능 플라즈마의 다양한 운전을 시도할 수 있는 만큼 1초 단축은 큰 의미를 가집니다. 일상의 시간으로 1초는 찰나에 불과하지만 핵융합 장치에서 1초는 큰 차이에요. 스포츠 세계에서 0.001초 차이로 승부가 결정되는 것과 같아요.

 

고원하 : KSTAR에 사용된 초전도 자석은 상전도 물질인 구리 자석에 비해 전류의 반응속도가 느려 1.5초가 한계라고 생각했던 고정관념을 이번에 깨버린 거죠. 레시피를 바꾸자 성과도 좋아졌어요. 핵융합 상용화를 위한 관문이라 여겨졌던 고성능 플라즈마 1억 도 달성, 그리고 90초 운전도 새로운 레시피가 있어 가능했습니다.

 

플라즈마 이온온도 1억도 달성이라는 연구성과를 발표하며 KSTAR는 다시 한 번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새로운 레시피가 KSTAR 장치의 잠재력도 찾았다?

 

정진일 : 지난 10년 시행착오의 결과입니다. KSTAR는 수많은 요소가 결합한 거대 장치에요. 10년간 각 요소의 조건을 달리하며 어떤 경우 플라즈마가 안정되고, 장시간 운전이 가능해지는지, 반대로 어떤 경우 플라즈마가 불안정해지는지 경험과 데이터가 축적됐어요. 이를 기반으로 2018년 초전도 자석에 전해지는 전류의 양을 조절하는 새로운 방식의 레시피, 즉 실험 시나리오가 완성됐고, 그 결과 지금까지 몰랐던 KSTAR의 잠재력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김현석 : 초전도 토카막 내 플라즈마는 가열되기 시작해 1초 정도가 지나야 대부분의 진단장치를 이용해 형상을 좀 더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어요. 0.5초 단계에서는 플라즈마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어요. 눈을 가리고 최적의 플라즈마를 찾는 과정이었기에, 과거 축적된 경험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고원하 : 부연하자면 토카막 안에는 플라즈마 형상을 만드는 여러 자석이 존재해요. 이들 자석에 보내는 전류의 양에 따라 플라즈마 형상과 성능이 달라지는데 이 전류량을 조절하는 게 굉장히 어렵습니다. 또 토카막 안 자석이 만들어 내는 자기장뿐만 아니라 플라즈마가 만들어 내는 자기장과 전기장까지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시도인데요. 플라즈마의 상태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기장이 최적화되도록 재구성 하는데 성공한 거죠.

 

 

|2018년 대표 성과인 플라즈마 이온온도 1억 도 돌파와 고성능 플라즈마 90초 운전 의미는?

 

 

 

고원하 : 1억 도와 장시간 운전은 핵융합 상용화로 가는 중요한 관문이에요. 앞서 1억 도를 달성한 장치가 있었지만 KSTAR는 초전도 토카막 중 최초로 이온온도 1억 도를 달성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어요.

 

정진일 : 12월 24일 플라즈마 이온온도 1억 도가 달성됐어요. 실험 당일 동원 가능한 가열 장치의 용량이 전년도에 비해서 오히려 낮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뻤습니다. 또 12월 26일에는 초고온 상태로 약 90초간 고성능 플라즈마를 운전하는 결실도 보았고요. 불과 1~2년 전만 해도 40초, 70초 연속운전이 어려웠는데, 2018년엔 어렵지 않게 달성하고 있어요. 2017년 최고치였던 7000만 도의 운전시간도 훨씬 길어졌고요. 이처럼 평균 운전능력이 향상되고 장치의 달성 한계치가 높아졌다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김현석 : 캠페인 기간 중 장시간 운전을 시도한 샷이 10개라고 가정하면 그중 8개는 지금까지 길고 짧은 운전들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해결해보는 실험이에요. 이들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장시간 운전실험의 조건과 시나리오를 최종 수정·보완합니다. 진짜 장시간 운전을 위해 90초까지 가는 실험 기회는 10개 중 1~2개인 거죠.

 

 

|캠페인 중단이란 절체절명의 위기 극복에 기여한 코디네이터의 힘?

 

 

 

정진일 : 캠페인 중반에 KSTAR 장치 노후화 이슈가 발생하며 몇 주간 실험이 중단됐어요. 연구소 내외부에서 올해 계획을 마치지 못할 것이라 우려했지만 10년의 경험과 각 부서, 각 팀의 팀워크로 잘 이겨냈고요.

 

김현석 : KSTAR는 핵융합 선진국이 만들어 파는 걸 사 온 게 아니라 우리 힘으로 처음 지은 초전도 토카막 장치예요. 10년이 되면 노후화되는 부품들이 생기게 되는데, 이런 경험 자체가 다 중요한 데이터가 되죠. 장치에는 충격을 주지 않고 안정적으로 고장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기술이고 실력이에요. 예측하지 못한 문제로 캠페인이 지연됐지만, 무사히 마치기까지 고원하 팀장님의 역할이 컸습니다.

 

고원하 : 캠페인 실험 스케줄을 조정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했지만, 공식직책은 아니에요.(웃음) 연구자로서는 1억 도를 측정하는 진단장치를 운영하고 있어요. 진단장치가 측정한 미가공(RAW) 데이터를 분석해 실제 도달한 온도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검증을 통해 공식 확인하죠. 또 캠페인 기간 매일 오전 9시 연구진, 엔지니어들이 모여 당일 실험을 브리핑하고 전날 실험 결과를 연구 테마별로 리뷰하는데, 코디네이터는 이 회의를 주재하는 역할도 해요.

 

정진일 : 캠페인 기간에는 하루 평균 4개의 실험테마가 20~30번의 플라즈마 샷을 통해 진행돼요. 실험별로 운전시간, 온도, 밀도 등이 모두 다르기에 해당 실험이 장치와 전후 실험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서 실험 순서를 정해야 최상의 연구결과가 나올 수 있어요. 특히 지난해처럼 장치 상황에 따라 계획된 실험을 진행할 수 없을 때 새로운 실험일정을 조율하는 큰 역할을 해주셨어요. KSTAR 장치 특성과 실험의 전체 진행을 꿰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죠.

 

김현석 : KSTAR 캠페인 기간 중 플라즈마 실험은 다른 국외의 연구장치에 비해 3개월 남짓으로 매우 짧아요. 이는 굉장히 짧은 시간이라 계획한 실험이 실패해도 재실험이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수많은 실험 스케줄을 어떻게 조절해야 실험이 잘 진행되고 좋은 실험 결과를 도출할지 늘 고민하신 결과가 오늘의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2018년 KSTAR를 빛나게 한 성과가 있다면?

 

고원하 : 저희 부서에서는 3차원 자기장을 이용해서 플라즈마의 불안정성을 없애는 연구를 하고 있어요. 지난 실험에서 중성입자가열과 전자공명가열인 ECH가 추가 인가된 플라즈마에서 3차원 자기장을 이용한 불안전성을 제어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찾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현재 깊이 있게 해석 작업을 진행하는 중입니다.

 

정진일 : 1억 도 달성, 90초 연속운전은 모든 진단장치와 가열장치를 비롯해 50여 가지가 넘는 구성요소 모두가 90초 운전이 가능한 성능을 보유했다는 의미를 내포해요. 특히 전자온도와 전자밀도를 측정하는 톰슨진단장치가 지난해 좋은 성능을 보여줬는데, 앞으로 초전도 토카막에 장착될 톰슨 장치는 KSTAR가 세계적인 기준이 되리라 생각될 정도죠.

 

고원하 : 미국 물리학회에서는 3년째 KSTAR 세션이 별도로 진행되고 있어요. 또 해마다 우리가 주최하는 KSTAR 컨퍼런스도 열리고요. 짧은 캠페인 기간이지만 그만큼 KSTAR 실험을 통해 유의미한 결과들이 많이 나왔다는 증거이기도 해요.

 

 

|벌써 10년 아닌, 이제 10년! 2019년 KSTAR의 도전은? 

 

고원하 : ‘이미 10년 했잖아 이제 뭔가 보여주어야 하잖아?’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사실 막막하고 부담돼요. 이미 10살이 아닌 이제 막 10살이 됐어요. 10살도 유럽과 일본과는 다른 10살이에요. 우리나라는 핵융합 기반이 약한 상황에서 중간진입 전략으로 KSTAR를 건설해 스스로 성장해왔고 큰 시행착오 없이 10살이 되었다는 점 자체가 연구자로서 굉장한 자부심을 느껴요. 이제 막 10살 됐으니 본격적으로 뛰어야죠.

 

김현석 : 10년의 경험치가 쌓여 한 해 한 해 더 좋은 성과를 도출하고 있어요. 해마다 작년보다 더 나은 결과, 통합된 결과, 그리고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새로운 결과를 도출하려고 노력해요. 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를 비롯해 전국에서 핵융합을 전공하는 대학원생들의 새로운 연구 도전도 큰 힘이 돼요. 기존의 과제를 잘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혀 새로운 접근법과 아이디어가 더해질 때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거든요. 새로운 것을 하려면 새로운 인력이 투입돼야 하는 만큼 핵융합 인재들이 많이 양성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진일 : 혁신은 한 번에 이뤄지지 않아요. 시나리오 분야, 장치 분야, 이론연구 분야 등이 각자의 역량을 키우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며 서로가 향상된 퍼즐 조각을 갖고 모일 때 가능하죠. KSTAR가 2018년 달성한 성과는 지난 10년 각 분야에서 노력한 결실입니다. 지난해 3MW였던 가열장치의 용량이 올해는 8MW로 향상돼요. 하지만 가열 파워가 높아진다고 플라즈마 성능도 당연히 높아지는 것은 아니에요. 500㎖ 컵에 1ℓ의 물을 담는 미션과 같아요. 어려워도 그 방법을 찾는 게 KSTAR 연구진들의 역할이죠. 우리는 앞으로 더 길고, 더 안정된,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거예요.

 

고원하 : 1억 도에서 1.5초 운전한 결과를 바탕으로 2019년에는 10초, 100초를 목표로 상용화로 가는 계단을 넘어설 거예요. KSTAR 설계목표 중 300초 운전은 있었지만 1억 도 달성은 없었어요. 하지만 10년간 실험한 결과 ‘KSTAR라면 1억 도 달성도 가능하겠다’, ‘그럼 해보자!’ 그리고 도전했습니다. 상용화를 향한 길이라면 더 높은 차원의 연구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2018년 12월 24일 KSTAR가 1억도 달성에 성공한 순간의 기록 

 

정진일 : ITER 관계자들이 말하기를 ITER는 국제정세, 예산문제 등 상당한 부담 요소들이 많은데 KSTAR가 걸어온 길을 보면 안정감이 느껴진다고 해요. KSTAR가 단기적으로 보여줄 목표는 ITER가 해야 할 것, 또 하고 싶어 하는 것, 궁극적으로 ITER가 갈 길을 미리 보여줄 것이란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KSTAR가 10년간 축적한 시간과 경험. 10년의 데이터와 노하우는 한국을 넘어 세계 핵융합계의 자산이 되었습니다. 10년 전 탄생해 혼자 힘으로 걸으며 자신만의 길을 만들었고, 이제 선수로서 역량을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 캠페인 이야기를 함께한 세 연구원은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뛸 준비가 돼 있어요. 10살 되었으니 더 빨리,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이들의 환한 웃음과 다짐에서 더욱 빛날 KSTAR의 2019년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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