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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4

1억℃가 뭐길래… "태양을 만들어라"

이하나   
https://fusionnow.nfri.re.kr/post/kstar/924

“태양을 만져라(Touch the Sun).”

 

 2018년 인류가 최초로 발사한 태양 탐사선의 임무명입니다. 그런데 태양으로 돌진하라, 태양을 품어라 등이 아니라 왜 ‘태양을 만져라’일까요? 엄밀하게 말하면 만지는 것도 아닙니다. 스쳐 지나가는 정도? 태양의 중심 온도는 무려 1,500만℃, 바깥 대기층인 코로나의 온도는 약 100만도 이상에 달합니다. 태양에 620만km까지 접근하는데도 탐사선은 11cm가 넘는 두꺼운 탄소 복합체 보호막으로 중무장했습니다. 프로젝트 이름을 왜 ‘태양을 만져라’로 지었는지 이제 좀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태양을 ‘만지는’ 것도 이 정도인데 태양을 모방해 만드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지 상상조차 어렵습니다. 게다가 지구에서는 온도의 단위가 달라집니다. 태양은 높은 중력으로 인해 1500만도에서도 핵융합 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나지만, 지구에서 구현하는 인공태양은 1억도 이상의 고온·고밀도 플라즈마를 장시간 유지해야 합니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해도 실제로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이죠. 그런데 우리 연구진이 그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초전도 토카막 핵융합연구장치인 KSTAR를 통해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1.5초 동안 유지한 것입니다.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을 만들기 위해 왜 훨씬 높은 온도인 1억도가 필요하고, 도대체 1억도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지구에 태양을 가두기 위한 조건

 

 왜 1억도의 온도가 필요한지 알기 위해서는 우선 핵융합 반응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핵융합에너지는 기본적으로 가벼운 수소 동위원소의 원자핵 두 개가 서로 충돌하여 더 무거운 원자핵이 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입니다. 자석을 생각해볼까요? 같은 극의 자석을 붙이려고 하면 서로 밀어내는 성질(전기적 반발력) 때문에 자석을 붙이기 어려운 것처럼 +극을 띄고 있는 원자핵끼리는 서로를 밀어내는 힘 때문에 융합이 일어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석이 지닌 힘 이상으로 자석을 강하게 밀면 어떻게 될까요? 순간이지만 같은 극의 자석끼리 붙일 수 있는 것처럼 핵융합 역시 원자핵들이 지닌 반발력 이상의 에너지를 가해준다면 서로 밀어내는 힘을 이겨내고 핵융합 반응이 일어날 수 있게 됩니다. 즉 높은 온도로 가열을 시키면 수소 원자핵이 고속으로 움직이며 서로 밀어내는 반발력을 이기고 충돌이 일어나면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죠.

 

 

 

 위 그래프는 온도에 따라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확률을 보여주는데요. 온도가 점차 높아질수록 반응률을 나타내는 곡선도 상승하죠. 그렇다면 가장 정점을 찍는 구간인 x축의 10~102 keV을 섭씨 온도로 환산하면 과연 몇 도일까요? 바로 1억도에서 10억도 사이입니다. 1억도는 단순히 기록을 세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구상에서 핵융합 반응을 활발하게 발생시킬 수 있는 기본 조건인 셈이죠.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확률은 온도 뿐 아니라 원자핵의 종류에 따라서도 차이가 발생하는데요. 비교적 낮은 온도, 즉 1억도 부근에서 핵융합 반응의 가능성이 높은 반응은 중수소-삼중수소(D-T) 반응입니다. 이 때문에 핵융합로(핵융합 발전소)의 연료로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있는 것이죠.

 


스스로 불타오르는 플라즈마?…핵융합의 조건 ‘로손 법칙’

 

 하지만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로 나아가는 여정에서 ‘1억도’의 의미는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또 다른 이유가 숨어있기 때문이죠.

 

 위에서 확인한 것처럼 핵융합 장치들은 핵융합 반응을 활발하게 일어나게 하기 위하여 다양한 가열장치를 활용하여 플라즈마를 가열시킵니다. 하지만 플라즈마가 어떤 특정 온도에 도달하면 더 이상 외부 가열장치를 활용한 플라즈마 가열을 하지 않아도 D-T 핵융합 반응물인 헬륨에 의해 충분한 자체 가열이 일어나는 시점에 도달하게 되는데요. 이것은 핵융합 자기점화(Ignition) 조건 달성을 용이하게 합니다. 핵융합 자기점화(Ignition) 조건이란 외부가열 없이 핵융합 반응 에너지에 의해 연료(D-T)의 지속적 핵융합 반응을 유지할 수 있는 조건, 즉 핵융합 반응이 스스로 일어나는 자생 지점을 의미합니다. 가열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그만큼 주입하는 에너지양이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핵융합에너지의 경제성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데요.

 

 영국 출신의 과학자 로손(John D. Lawson. 1928~2008)은 이미 1957년 이 핵융합 자기점화의 조건을 이론적으로 정리하여 다음과 같이 발표했습니다. 첫째, 원자가 많이 존재해야 하고(밀도), 둘째, 원자가 장시간 함께 오랫동안 존재해야 하고(가둠 시간), 셋째, 원자가 고온으로 빠르게 움직여아 합니다(온도). 이를 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흔히 이 식을 처음 정리한 과학자 로손의 이름을 따 ‘로손 법칙’이라고 부르는데요. 식을 그래프로 표현한 것을 살펴보면 중수소-삼중수소 반응의 경우 약 102 million Kelvin 즉 1억도 이상의 온도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핵융합 점화 조건에 도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로 나아가기 위해 핵융합의 효율, 그리고 경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 최소한으로 도달해야 하는 온도가 1억도인 것이죠.

 


“태양을 만들어라(Make the Sun)”      

 

 한국의 인공태양 KSTAR는 지난 2018년 플라즈마 실험을 통해 플라즈마 이온온도 1억도 상태를 1.5초간 유지하는 데 성공하며 주목을 받았는데요. 이처럼 전 세계가 KSTAR의 성과에 열광하는 이유는 KSTAR가 초전도 토카막 장치로서 1억도라는 조건을 달성함으로써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차원의 핵융합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문을 열어주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만큼 KSTAR 앞에는 더 큰 도전 과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KSTAR 연구진은 2019년 실험을 통해 1억도 조건에서 플라즈마를 세계 최초로 10초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습니다. 1억도 달성 성과와 오랜 시간 갈고 닦아 온 고성능 플라즈마 운전실력이라면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연구진들의 각오입니다.

 

1억도 플라즈마를 발생시키는 KSTAR 장치의 내부 모습

 

 아직 핵융합에너지 상용화까지 갈 길이 멀지만, 이미 고인이 된 로손 박사가 이 모습을 보고 있다면 이렇게 말하면서 흐뭇해하지 않을까요? “내가 말한 3가지 조건을 한국의 KSTAR가 하나씩 구현하고 있네요.”

 

 인류 최초 태양 탐사선의 프로젝트 이름이 ‘태양을 만져라’라고 했던가요? 하지만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위한 인류의 프로젝트 이름을 짓는다면 ‘태양을 만들어라(Make the Sun)'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 엄청난 일의 선두에 우리의 KSTAR가 있다는 사실이 늘 가슴 뿌듯하고 놀랍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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