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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2

괴짜가 세상을 바꾼다? ‘엉뚱한 상상력’ 기리는 이그노벨상

커뮤니케이션팀   
https://fusionnow.nfri.re.kr/post/nuclear-fusion/1004

 

2019년 10월 7일, 올해로 119회째를 맞은 노벨상의 수상이 시작되었습니다. 올해 노벨상에는 생리의학, 물리학, 화학, 문학, 평화, 경제학 등 6개 분야를 아우르는 14명의 수상자가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인류에 길이 남을 명예의 전당에 올라 전 세계인의 축하를 받았죠.

 

이처럼 어느덧 세계인의 축제로 자리 잡은 노벨상은 스웨덴의 발명가 노벨의 유언에 따라 최초로 시작되었습니다. 스웨덴의 발명가였던 노벨은 사망하기 직전 그의 유산 3,200만 크로네와 함께 ‘인류 복지에 가장 크게 이바지를 한 사람에게 상을 수여하라’는 유언장을 남깁니다. 이에 따라 1901년부터 인류에 공헌한 업적을 인정받는 사람이나 단체에 노벨상을 수여해, 오늘날까지 그 유언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계인의 찬사와 주목을 받는 진짜 ‘노벨상’과 달리 많은 이들에게 색다른 재미와 정보를 선사하는 또 하나의 ‘노벨상’이 있습니다. 바로 기상천외한 연구 업적을 기리는 ‘이그노벨상입니다. 과연 이그노벨상이 무엇인지 함께 살펴볼까요?

 


|기상천외한 연구와 업적을 기리다, ‘이그노벨상’

 

매년 노벨상 수상이 이뤄지기 전, 하버드대학 샌더스 극장에는 한 유쾌한 시상식이 열립니다. 이 시상식이 유난히 흥미로운 이유는, 상을 받는 이들의 연구 성과가 조금 독특하기 때문인데요. 양파 껍질을 벗기면 눈물이 나는 이유, 군 생활과 변비의 상관관계, 비스킷을 커피에 찍어 먹을 때 가장 맛있게 먹는 법 등 그 연구주제 또한 기상천외합니다. 이 상은 바로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으로, 1991년 미국 하버드대 유머 과학잡지인 ‘황당무계 리서치 연보(Annals of Improbable Research, 이하 AIR)’가 노벨상의 이름을 따 제정했는데요. AIR은 매년 ‘반복할 수 없거나 반복해선 안되는’ 연구를 한 사람에게 상을 수여하고 있습니다. 사뭇 장난스러울 법한 이 시상식에는 실제 노벨상 수상자도 대거 참여해 그 업적을 기리기도 하죠. 이그노벨상은 ‘재미’라는 위상에 걸맞게, 시상식을 진행하면서 웃음을 터뜨릴만한 순간도 많이 연출되는데요. 수상자가 수상 소감을 길게 말할 경우 ‘미스 스위티 푸’라는 한 8살 소녀가 나타나 ‘그만하세요, 지루해요!’라 말하며 손을 잡아 내리끌곤 합니다.

 

 

 이그노벨상 후보의 발표를 위해 시상식에 참여한 관객에 발표자에게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사진 출처=Improbable Research Youtube>

 

 

올해 이그노벨상은 설치류의 일종인 웜뱃이 네모난 똥을 싸는 이유가 장의 유연성에 있음을 밝힌 미국의 데이비드 후 교사와 퍼트리샤 양 연구원, 이탈리아 피자를 먹는 것이 암과 심근경색의 위험을 줄일 수 있음을 밝혀낸 이탈리아의 실바노 갈루스 연구원, 펜을 입에 물고 웃으면 실제로 행복해진다는 것을 밝혀낸 독일의 프리츠 스트라크 심리학자 등 10개 팀의 연구자가 상을 거머쥐었습니다. 이 수상자에게는 10조 짐바브웨 달러의 상금 또한 수여되는데요. 얼핏 들으면 정말 어마어마한 돈 같지만, 사실상 화폐 가치를 거의 잃어버린 짐바브웨 달러를 사용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약 4천 원에 불과합니다. 이그노벨상은 대중에게 단지 황당무계한 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주최 측의 의도는 이러합니다. ‘사람들을 일단 웃기고, 그리고 생각하게 해주기’.

 


|이그노벨상 수상한 ‘핵융합’ 연구자가 있다?

 

그리고 이그노벨상의 역사 속에는, 한 핵융합 연구자 또한 이름을 올린 바 있습니다. 프랑스의 물리학자 루이스 켈브란은 1993년, 각종 연구 분야를 융합해 계란 껍데기 속 칼슘을 통해 상온 핵융합을 구현시켰다고 밝혀 이그노벨상을 수상했는데요. 이론상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1천만 ℃에서 1억도 ℃에 이르는 초고온이 필요하지만, 루이스는 상온의 환경에서 원자의 변화를 통해 핵융합 반응을 구현시켰다고 주장했죠. 하지만 수많은 연구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그를 질타했고, ‘괴상한 연구’를 대표해 이그노벨상을 수상하기까지에 이른 것입니다. 하지만 루이스는 굴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죠.

 

 

달걀 껍데기를 통해 상온 핵융합을 성공시켰다고

주장해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루이스 켈브란.
<사진 출처=babelio.com>

 

당신들은 ‘죽어있는’ 물체만 가지고 연구를 하지만, 나는 ‘살아있는’ 생물을 연구합니다.
‘죽어있는’ 물체만 보고 있으면 상온 핵융합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질지도 모르죠.
그러나 ‘살아있는’ 생명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핵융합을 하고 있습니다.
닭은 칼륨을 칼슘으로 바꾸어 달걀 껍데기를 만들어 내고,
돼지의 창자는 질소를 탄소와 산소로 바꾸며,
양배추는 산소를 황으로 바꾸고, 복숭아는 철을 구리로 바꿉니다.
이렇게 ‘살아있는’ 생명체에게는 한 종류의 원자를 다른 종류의 원자로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죠."

 

물론 이러한 루이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상온 핵융합은 지금까지도 과학적 근거나 증명이 부족해 ‘비주류 과학’으로까지 치부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온 핵융합을 증명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는 과학자 또한 여전히 존재하고 있죠.

 


|엉뚱한 상상력에서 태어난 아이디어, 세상을 바꾸는 동력 되다

 

 

하지만 현 이치에 어긋나는 연구를 ‘말도 안 된다’며 극심히 질타하는 것은 시기상조입니다. 실제로 과거 이그노벨상을 수상했던 한 연구자는 10년 만에 노벨상을 받는 쾌거를 이룬 바 있는데요. 2000년 개구리를 자기부상 시켜, 공중에 띄우는 것으로 대중에게 재미를 줬던 연구자로 주목받았던 한 연구자는, 단 10년 만에 인류를 빛낸 성과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손에 거머쥐었습니다. 그는 스카치테이프의 접착력을 이용, 흑연의 표면층을 벗겨 육각형 탄소화합물 그래핀을 발견해냈죠. 그래핀은 단 0.2나노미터라는 두께를 갖고 있어 머리카락 한 올 굵기의 50만분의 1에 불과한, 세상에서 가장 얇은 물질인데요.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고,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도가 강하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더욱이, 늘리거나 구부려도 전기적 성질을 잃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세대 나노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죠.

 

이그노벨상에 노벨상까지 2관왕을 거머쥔 주인공은 바로,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물리학자 안드레 가임입니다. 그는 평소 ‘엉뚱하다’는 평을 주로 들어왔고, ‘재미있는 과학’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조금 독특한 면모를 지닌 과학자였습니다. 그는 매주 금요일 밤 동료 연구자와 모여 앉아 엉뚱한 실험을 벌이기도 했죠. 이처럼 상상력에 제한을 두지 않고 연구에 임해오던 가임은 수차례의 연구를 통해 개구리의 생체조직이 반자성을 띤다는 점을 주목했는데요. 이내 그는 다소 엉뚱한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반자성이 있는 개구리의 몸에 자기력을 부여한다면, 개구리는 공중부양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상상에 그칠법한 이 아이디어를 실현시켰고, 이그노벨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이그노벨상을 수상한지 10년 만에 ‘그래핀’의 발견을 통해 노벨상을 수상한 안드레 가임. <사진 출처=blogs.fco.gov.uk>

 

하지만 그래핀의 발견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첨단 장비가 넘쳐나는 21세기, 가임은 정밀하고 고도화된 장비를 통해 그래핀의 발견을 도모하는 대신 스카치테이프를 붙잡고 며칠 동안 골몰했죠. 이 또한 ‘테이프의 적절한 점성을 이용하면, 그래핀을 추출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가임의 엉뚱하고 기발한 생각에서 기인한 것이었죠. 이 작은 상상력으로부터 인류는 자연과학계의 길이 남을, ‘그래핀’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꿈의 신소재로 칭송받는 그래핀은 현세대에 유용하게 쓰이는 웨어러블 기기는 물론, 갖은 연구를 통해 더 훌륭한 산물을 얻어낼 수 있는 물질로 이용될 수 있습니다. 가임은 노벨상 수상 소감을 밝히며, 자신의 엉뚱한 발상은 연구자로서 뽐낼 수 있는 하나의 자질이라며 자랑스레 여겼습니다.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한다고 이상하거나 틀린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남들과 다른 호기심이 위대한 과학적 반응을 가능하도록 만들었죠."

 

라이트 형제가 처음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만들겠다고 선언할 때, 사람들은 두 형제를 비웃었습니다. 미국의 전기공학자였던 니콜라의 최초 목표였던, AC 인덕션 모터로 스포츠카로 만들겠다는 포부는 어느덧 전 세계를 아우르는 전기자동차로까지 뻗어 나가 자율주행차의 실현까지 앞두고 있죠. 이처럼 세상을 뒤흔들 모든 산물은 아주 작은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돼, 차근차근 성과를 쌓아 올린 결과입니다. 때때로 누군가가 그 아이디어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질타했더라도, 자신을 믿고 연구에 매진했기에 거둘 수 있던 소중한 결실이죠.

 

    

<사진 출처=desispeaks.com / wvxu.org>

 

지난 2011년, 이그노벨상의 화학상을 받은 일본 연구진은 화재경보 소리를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아이디어를 탄생시켜 그 공을 인정받았습니다. 한밤중 불이 났을 때 공기 중에 와사비 가루가 나오도록 해, 듣지 못해도 후각을 통해 바로 불이 났음을 인지하도록 하는 것이죠. 이는 듣지 못한다는 이유로 소중한 생명을 위협받을 수도 있는 사람들의 희망이 되어주었습니다. 이처럼 엉뚱한 상상은 때론 기발함을 넘어서 그 가치를 세상에 전하기도 합니다.

 

핵융합에너지 개발 역시 과거에는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이들이 많았습니다. 첫 인공 핵융합 반응 실험을 수행했던 영국의 물리학자 러더퍼드조차 핵융합 반응의 확률이 너무 낮아 핵융합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은 망상에 가깝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 과학자들이 핵융합 연구를 계속 이어온 결과 핵융합 발전 가능성을 확인하고,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최종 검증하기 위한 국제 공동 프로젝트(ITER)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망상으로 남을 뻔했던 핵융합에너지가 인류의 희망에너지로 실현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지금은 웃고 넘길법한 이그노벨상 수상자의 숱한 연구도, 세상을 바꾸는 힘으로 도약할 날이 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때때로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어나갈 씨앗은 아주 사소한 상상력으로부터 탄생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기억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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