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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9

별이 빛나는 이유를 알았던 유일한 남자

이하나   
https://fusionnow.nfri.re.kr/post/nuclear-fusion/810

별이 빛나는 이유를 알았던 유일한 남자
핵융합연구의 스승 한스 베테(Hasn Bethe, 1906~2005)

 

 어떻게 별은 항상 반짝이는 걸까? 인류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별이 반짝이는 이유를 알지 못했습니다. 뜨거운 여름에도, 코가 시린 겨울에도 까만 밤하늘엔 늘 별이 수를 놓았고, 사람들은 그 까닭을 궁금해했죠.

 

 어느 날 한 청년은 약혼녀와 함께 바닷가를 거닐고 있었습니다. 모래사장에서 서로의 발자국을 따라 걸으며 사랑을 속삭였죠. 약혼녀는 서녘 밤하늘을 가리키며 청년에게 말했습니다.

 

별이 빛나는 이유를 알고 있던 유일한 남자. 그는 그날밤 어떤 이야기를 그녀에게 속삭였을까?

 

“저기 반짝이는 별들 좀 보세요. 오늘 밤 별이 참 예쁘네요.”
“정말 예쁘네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저는 별이 빛나는 이유를 알고 있는 세상에서 유일한 남자랍니다.”

 

 별들이 아름답게 빛나는 이유를 알았던 유일한 남자, 그는 미국의 물리학자 한스 베테였습니다. 약혼녀와 거닐던 그 날 밤은 별이 빛나는 이유를 세상에 발표하기 바로 전날이었죠.

 

 그날 베테는 그녀의 귀에 대고 별의 비밀을 몰래 알려주었을까요? 아니면 비밀을 간직한 채 달콤한 사랑의 말들을 속삭였을까요? 아름다운 연인만이 그날 밤의 진실을 알고 있겠죠.

 

 훗날 ‘별이 빛나는 이유’를 아는 유일한 남자였던 한스 베테는 약혼녀를 평생 함께하는 인생의 반려로 맞이하고, 별의 비밀에 관한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도 거머쥐는 최고의 행운아가 되었습니다.

 


까만 밤하늘, 빛나는 별의 비밀

 

 우주가 존재할 때부터 까만 밤하늘에는 별이 가득했습니다. 낮에는 늘 태양이 인류를 밝혀주고요. 누구에게나 원초적이고 당연한 현상이지만, 살면서 한 번쯤은 궁금증을 품게 됩니다. 이 별들이, 또 태양이 빛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태양은 90%가 수소이고, 8%가 헬륨으로 되어 있습니다. 지구보다 약 33만배 더 무거운 태양은 내부의 온도가 1천5백만℃에 이릅니다. 비교적 온도가 낮은 표면의 온도도 6천℃인 화염 덩어리죠. 태양을 이루고 있는 기체들은 태양의 뜨거운 온도 때문에 고체도, 액체도, 기체도 아닌 물질의 네 번째 상태 ‘플라즈마’ 상태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즉, 플라즈마는 기체에서 더욱 에너지를 가했을 때 원자핵과 전자가 따로따로 떨어져 제멋대로 움직이는 상태죠.

 

태양은 지금 이순간도 끊임없이 핵융합 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플라즈마로 이루어진 뜨거운 불덩어리의 깊숙한 내부에서는 수소의 원자핵이 충돌해서 헬륨 원자핵으로 바뀌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약간의 질량이 줄어드는데, 줄어든 질량이 곧 빛과 열이라는 에너지가 된 것입니다.

 

 태양 내부에서는 초당 4백만 톤의 수소가 사라지면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데 이때 나오는 에너지가 바로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를 살아 숨쉬게 하는 것이죠. 태양은 50억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빛과 열을 방출해주었고, 앞으로도 약 50억 년 이상 지속될 전망이라고 합니다.

 

 금성, 화성, 목성과 같은 태양계 행성들은 단순히 태양빛을 반사하여 빛나 보이는 것일 뿐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은 아닙니다. 하지만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별(항성)은 대부분 태양처럼 부피와 질량이 매우 커 별 내부에서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많은 양의 열과 빛을 발생시킵니다. 매일 밤하늘에서 별이 반짝일 수 있는 이유는 지구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진 어딘가에서 별들이 스스로 핵융합을 통해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인거죠.

 


태양과 별이 빛나는 원리를 이해한, 지구상의 첫 번째 사람

 

 한스 베테가 있기 전 핵융합 반응에 대해 무지했던 과학자들은 태양이 수소로 가득 채워져 있으며, 이 수소가 산소와 결합하여 연소하면서 에너지를 방출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가정대로 라면 태양의 수명이 수백~수천 년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맞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에도 태양이 만들어내는 에너지를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은 계속되었지만, 그 누구도 명쾌하게 답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젊은 시절의 한스 베테

 

 1939년 한스 베테는 ‘항성에서 에너지 생성(Energy Production in Stars)’이라는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32살 젊은 과학자의 논문을 통해 인류는 마침내 ‘어떻게 오랜 시간 동안 태양이 계속 빛과 열을 방출 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태양 뿐 아니라 우주에 존재하는 수많은 항성에서 일어나는 모든 에너지 발생의 원리, 즉 ‘별이 빛나는 이유’를 명쾌하게 이해하게 되었죠.

 

 베테가 이 연구성과를 통해 노벨상을 받기까지는 약 30여 년이 걸렸습니다. 1967년 노벨상 시상 연설에서 과학자들은 한스 베테의 성과를 이렇게 평가합니다. “베테 교수의 연구는 수년 동안 발전한 태양과 항성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하는 데 가장 근간이 되었습니다.”

 

 모든 일에는 명과 암이 있듯이, 한스 베테의 생애에도 암은 있습니다. 별의 에너지 생산 과정을 밝혀낸 젊고 유망한 과학자였던 한스 베테는 동료 연구자들의 영향으로 원자 폭탄을 개발하는 ‘맨하탄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한스 베테는 핵무기를 제작하고 사용하는 일에 부정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연구를 수행하였기에 결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베테는 핵실험 중지 운동에 참여하여 핵무기를 반대하는 의견을 꾸준히 피력하였습니다. ‘폭탄은 많은 생명을 앗아갈 것이며, 인간의 가치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말이죠.

 

우리나라는 어떤 종류의 대량 살상 무기도 더 이상 개발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때가 왔습니다. 나는 각 나라의 모든 과학자들에게 더 이상의 핵무기는 물론이고 생화학 무기의 개발을 그만둘 것을 요구합니다.
                                                          -한스 베테가 클링턴 대통령에게 쓰는 편지 中

 

노벨상 수상 당시 한스 베테<이미지 출처=nobelprize.org>

 


한스 베테가 남긴 자산

 

 한스 베테가 밝혀 낸 태양과 항성의 에너지 생성 메커니즘, 그리고 그가 평생 이룩한 수많은 연구 성과들은 20세기 기초물리학의 중요한 업적이자 우주와 별을 이해하는 천문학 연구, 그리고 인류의 미래에너지로 각광받는 핵융합에너지 연구에까지 중요한 기점이 되었습니다.

 

 한스 베테의 연구를 통해 알려진 태양 핵융합의 구체적인 조건과 반응 경로에 대한 이해가 있었기에 과학자들은 ‘인공태양’ 장치를 이용해 인류를 위한 에너지를 만드는 연구를 비로소 시도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베일에 쌓여 있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베테가 쏟아부은 과학자로서의 열정과 그로 인한 결실이 없었다면 핵융합에너지를 향한 여정이 지금보다 더 험난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지구상에서 최초로 별이 빛나는 이유를 알아낸 낭만적인 남자이자, 핵융합 연구의 기원을 만든 과학자 한스 베테가 우리에게 남긴 자산은 앞으로 무한 청정에너지인 핵융합에너지의 실현을 통해 더욱 위대하게 기억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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