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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3

권 박사의 특별했던 연구연가… 비밀의 섬 '마그네틱 아일랜드'

이하나   
https://fusionnow.nfri.re.kr/post/nuclear-fusion/834

 지난해 미국 프린스턴 플라즈마물리연구소(PPPL)로 연구연가를 떠났던 국가핵융합연구소 권재민 박사가 특별한 지도 한 장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플라즈마 가둠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마그네틱 아일랜드, 이른바 ‘자기장 섬’ 현상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찾은 것이지요.

 


핵융합 상용화의 난제 중 하나인 마그네틱 아일랜드 현상의 비밀이 풀리고 있다. 사진은 벨리즈 해안의 산호섬과 그레이트 블루홀.

<사진 출처=travelbelize.org> 

 


플라즈마 불안정성의 원인을 찾아 떠나다
  
 마그네틱 아일랜드(magnetic islands)는 플라즈마를 가두는 자기장 중 일부가 섬처럼 고립되는 현상입니다. 세계의 핵융합장치들은 태양처럼 핵융합에너지를 만들기 위한 환경인 초고온 플라즈마를 자기장 안에 가두고 있는데요. 초고온 플라즈마를 가둘 수 있는 지속적이고 강력한 자기장의 유지는 핵융합 발전 실현을 위한 아주 중요한 전제조건 중 하나입니다. 한국의 태양이라 불리는 초전도핵융합장치 KSTAR의 경우 30개의 초전도자석으로 자기장 울타리를 형성해 플라즈마 입자가 튀어나가지 않도록 단단히 잡아두고 있지요.

 

 세계 최초의 신소재 초전도 토카막인 KSTAR는 무려 지구 자기장의 14만 배인 7.5테슬라의 자기장 세기를 자랑합니다. 동전 크기 자석이 딱 달라붙어서 손으로 떼기 힘들 때가 대략 0.1테슬라 정도라고 하니 KSTAR의 자기장이 얼마나 센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KSTAR 연구진은 이런 강력한 초전도자석의 자기장 세기를 거리와 위치에 관계없이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는 뛰어난 제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세심히 관리해도 자기장과 플라즈마는 수시로 변하는 고산지대의 날씨처럼 변덕스러운 때가 많습니다. 핵융합로 내외부의 큰 온도와 압력차, 또한 자기장을 만드는 대용량 전류로 인해 불안정해지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지요.

 

 이런 불안정성을 막기 위해 KSTAR 연구진은 핵융합로의 다양한 작동조건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운전기술 뿐 만 아니라 불안정성 그 자체에 대한 이해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전자가 증세를 관리하는 대증요법(對症療法)이라면, 후자는 원인균을 찾아 항생제나 백신을 개발하는 원인요법(原因療法)인 셈인데요.

 


권재민 위상공간물리연구팀장


 

마그네틱 아일랜드, 자기장 바다의 갈라파고스
 
 권재민 박사가 PPPL(Princeton Plasma Physics Laboratory) 연구연가 중에 실마리를 잡은 ‘마그네틱 아일랜드’는 핵융합 상용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대표적인 불안정성 중 하나입니다. 고요한 자기장 바다 한가운데서 난데없이 불쑥 솟아오르는 마그네틱 아일랜드는 태평양의 외딴 섬 갈라파고스처럼 온도, 압력, 밀도, 자기장 분포 등이 바깥 환경과 사뭇 다른 양상으로 진화합니다.

 

 물리학자인 권 박사는 그간 KSTAR를 이용해 플라즈마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한 연구를 해왔습니다. ‘핵융합 이론 및 모델링’이라 불리는 분야입니다. KSTAR가 보여주는 플라즈마의 복잡한 패턴을 분석해 이론적인 모델로 정립하는 일이지요. 더불어 전산으로 실험 데이터를 모사하는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해 이론 모델이 실제 물리적으로 타당한지를 판별하는 것도 중요한 임무입니다.    

 

 특히 핵융합 상용화의 선결과제인 불안정성의 이해가 주요 관심영역이었던 권 박사는 최근 기존의 가설을 뒤집을 수 있을 만한 KSTAR의 독특한 실험결과에 큰 호기심을 느꼈다고 합니다.

 

 “KSTAR에서는 불안정성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도넛 모양의 자기장 구조를 빠르게 회전시키며 플라즈마를 섞습니다. 레미콘 차량이 계속해서 돌아가며 콘크리트 경화를 막는 것과 비슷하지요. 그런데 다른 모양과 성질을 가진 자기장 섬은 플라즈마가 골고루 섞이는 것을 어렵게 합니다.”

 

 일반적으로 마그네틱 아일랜드는 플라즈마의 가둠성능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KSTAR 연구진은 그동안 알려진 바와 달리 자기장 섬 구조가 거꾸로 플라즈마 붕괴 현상을 억제하고 가둠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지난해 연구진 중 한 사람인 최민준 박사가 이 연구결과로 아시아-태평양 수송그룹회의(플라즈마 난류 연구학회)로부터 신진연구자상을 수상하기까지 했는데요. 

 

최민준 박사의 연구내용이 궁금하다면? ☞ 핵융합(연) 최민준 박사, 플라즈마 수송현상 규명

 

 

마그네틱 아일랜드 현상이 플라즈마 가둠성능을 향상시키는 모습. 
      

 

한국대표 KSTAR와 미국대표 PPPL의 콜라보
 
 때마침 연구연가 시기를 맞게 된 권 박사는 마그네틱 아일랜드 현상을 더욱 깊고 차분하게 파헤쳐 보고 싶었습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처럼 양면성을 지닌 자기장 섬이 어떻게 태어나고 성장하며 주변 플라즈마와 관계를 맺어 가는지 궁금했던 것이지요. 그러자면 무엇보다 좋은 장비가 필요했습니다. 바로 고성능 슈퍼컴퓨터입니다.

 

 슈퍼컴퓨터는 통상 100억 개가 넘는 플라즈마 입자들의 움직임을 일일이 계산하고 분석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도구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도 핵융합 연구에 특화된 슈퍼컴퓨터 도입을 서두르고 있지만 큰 예산이 소요되는 까닭에 언제 사용할 수 있게 될지 예단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방대한 실험데이터를 상대하는 핵융합 물리학자들은 공통적으로 항상 더 좋은 슈퍼컴퓨터에 대한 갈망이 있습니다. 성능이 높으면 높을수록, 연산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더 정밀한 모델링과 검증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국내외 대부분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슈퍼컴퓨팅 인프라는 연구자가 원한다고 해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성질의 자원이 아닙니다. 권 박사도 휴가를 앞두고 세계 여러 곳의 연구기관에 슈퍼컴퓨터 이용 여부를 타진했습니다. 그중 가장 적극적으로 반응한 곳이 그가 박사후 연구원 시기를 보내기도 한 PPPL이었는데요.

 

 PPPL은 미국 에너지부(DOE)와 프린스턴 대학이 운영하는 국립연구소입니다. 20세기와 21세기에 걸쳐 핵융합과 플라즈마 물리학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배출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유서 깊은 연구기관이지요. 주목할 점은 이곳이 우리나라와도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덕에 KSTAR 연구진의 실험에 대해 이해와 공감대의 폭이 넓었다는 점입니다.

 


프린스턴 플라즈마물리연구소
  

 

새롭게 밝혀진 자기장 섬-플라즈마 상호작용 

 

 권 박사의 실험제안에 흥미를 느낀 PPPL 시뮬레이션 그룹의 연구자들은 자신들에게 배정된 슈퍼컴퓨터 사용 시간을 흔쾌히 할애했습니다. 이들이 사용하는 장비는 미국 국립에너지연구과학컴퓨팅센터(NERSC)가 운영하는 세계 8위의 슈퍼컴퓨터 코리(CORI)입니다. 이 고성능 슈퍼컴퓨터 덕분에 권 박사는 데스크톱 컴퓨터로 1,000년 가까운 시간이 걸리는 계산을 1년 만에 끝낼 수 있었는데요.

 

 결과는 그가 예측한 대로였습니다. 시뮬레이션으로 형상화된 마그네틱 아일랜드는 플라즈마 가둠성능을 떨어뜨리기만 한다는 과거의 가정과 현저하게 달랐습니다. 특정조건 아래서 자기장 섬의 발생과 성장은 오히려 플라즈마 성능을 향상시키는 방아쇠가 되는 원리를 발견한 것입니다.

 

 “마그네틱 아일랜드 내부와 바깥의 차이가 중요한 관심사였습니다. 기존의 통념과 달리 외부의 플라즈마가 자기장 섬으로 인해 흐름에 변화가 생기며 더 좋은 성능을 발휘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지요. 또한 자기장 섬 내부도 변화가 없는 구조로 알려져 왔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끊임없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마그네틱 아일랜드가 더 성장할지 안 할지를 예측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은 것입니다.”

 

PPPL 홈페이지 게시된 내용이 궁금하다면?

New model sheds light on key physics of magnetic islands that halt fusion reactions

 


권 박사의 연구성과를 비중있게 전하고 있는 PPPL  홈페이지 


 

 국제 학술지 ‘플라즈마 물리학(Physics of Plasma)’은 권 박사의 논문을 편집자의 선택(editor’s choice)으로 게재했는데요. 최민준, 이형호, 윤혜성, 김현석 박사 등 KSTAR의 동료들도 그와 함께 이름을 올렸습니다.

 

 지난 3월 국가핵융합연구소로 복귀한 권 박사는 요즘 다시 시작되는 KSTAR 캠페인 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올해 캠페인에서는 그가 연구연가에서 찾아온 성과를 더욱 확장하는 실험이 계획되고 있습니다. 권 박사는 “플라즈마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수단이 필요하다”면서 “무조건 막기 바빴던 자기장 섬 현상을 거꾸로 고성능 플라즈마 운전 시나리오의 새로운 수단으로 제시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합니다.  

 

 공교롭게도 호주에서는 요즘 자기장 섬과 똑 같은 이름의 섬 마그네틱 아일랜드가 새로운 관광명소로 부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을 발견한 쿡 선장이 연안을 탐험하다 나침반이 제멋대로 도는 것을 보고 이렇게 이름을 붙였다고 하는데요. 아직 사람의 손때가 덜 탄 이 천연의 섬은 조용히 휴가를 즐기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 원하는 이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잘 쉬어야 일도 잘 한다”고 하지요. 휴가가 주는 가장 큰 묘미는 역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입니다. 반복되는 출퇴근, 습관적인 일과에서 벗어나 맞게 되는 잠시의 여유는 종종 뜻밖의 영감과 신선한 아이디어를 선물하곤 합니다. 연구연가를 보내는 동안 멋진 성과를 얻은 권재민 박사처럼 다가오는 여름 휴가가 누구나 자기 삶의 새로운 지도 한 장씩은 건져 올리는 귀한 시간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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