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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31

항공모함·비행기 동력을 핵융합으로?미니핵융합로 향한 록히드마틴의 꿈

이하나   
https://fusionnow.nfri.re.kr/post/nuclear-fusion/843

 2014년 가을, 국제 핵융합 연구계는 놀랄 만한 외신을 접하게 됩니다. 미국 기업 록히드마틴이 트럭에 실릴 만큼 작은 핵융합로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더불어 이 프로젝트의 관계자는 “5년 후 원형모델 개발, 10년 내 상용화”라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밝혔는데요. 대다수 과학자들이 핵융합발전의 가능 시점을 2050년대로 전망하고 있던 만큼, 이들의 발표는 충격적으로 들리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자세히 보기 ☞ 록히드마틴의 핵융합에너지를 향한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그로부터 4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록히드마틴이 원형모델의 공개시점으로 언급한 2019년도 한 해 앞으로 다가왔는데요. 타임지 선정 ‘올해의 발명품’에 선정될 만큼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던 초소형 핵융합로, 이른바 CFR(Compact Fusion Reaction)을 향한 꿈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요? 

 

초소형 핵융합로를 개발하는 록히드마틴의 스컹크웍스 그룹. <이미지 출처=lockheedmartin.com>

 

 


컨테이너보다 작은 핵융합 엔진?


 록히드마틴은 보잉, 노스롭그루먼과 함께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세계 3대 방위산업체입니다. 전 세계 임직원 수만 13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주요 연구개발 영역은 전투기, 헬리콥터, 인공위성부터 로켓까지 항공우주 전반에 걸쳐 있습니다. 현재 우리 공군의 주력기종인 F-16과 차세대 전투기인 최신예 스텔스기 F-35도 이들의 작품입니다.

 

 한편 초소형 핵융합로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임을 밝힌 곳은 록히드마틴의 개발부서 중 하나인 스컹크웍스(Skunk Works) 그룹입니다. 직원들도 정확한 위치와 업무를 모른다는 구글의 비밀연구소 ‘X’처럼 극도의 보안 속에 당대 최고의 첨단 군사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곳이라고 하는데요. 이들이 무기체계와 동떨어져 보이는 핵융합로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도 실은 자사의 주력사업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스컹크웍스가 개발하고 있다는 100MW급의 핵융합로 CFR은 무엇보다 작은 몸집 때문에 큰 관심의 대상이 됐습니다. 가로세로 2.12×3.04m의 크기는 기존의 핵분열 원자로는 물론 여느 핵융합실험장치보다도 작습니다. 하지만 컨테이너보다 작은 크기로 8만 가구 규모의 도시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또 연간 연료 소모량은 중수소와 삼중수소 11kg이면 충분하다는 게 스컹크웍스의 설명이었습니다.

 

 록히드마틴은 특히 군 관계자들을 겨냥해 이 소형 핵융합로가 장기간 작전을 수행하는 핵추진 항공모함과 잠수함의 새로운 동력원으로도 손색없다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사고의 위험성이 잠재된 원자력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안전하고 깨끗하면서도 작고 강력하기 때문에 미래 전쟁의 양상은 물론 지정학적인 힘의 균형까지 근본에서부터 뒤흔들 수 있을 만한 일입니다.  

 

록히드마틴은 CFR의 응용분야로 핵융합발전소와 함께 운송수단의 혁신을 제시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lockheedmartin.com>

 

 

자세히 보기 ☞ 록히드마틴의 CFR 프리젠테이션

 

 

회의론에 부딪힌 자기거울 방식 핵융합로


 하지만 전 세계의 핵융합 과학자들은 이 비밀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에 강한 의구심을 품었습니다. 너무도 빠른 상용화 계획도 그렇지만 핵융합로의 방식이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동작 원리나 작동방식에 대한 설명 없이 한 장의 개념도만 제시된 점도 회의적인 견해에 힘을 실었습니다.

 

 지난 2014년 록히드마틴이 공개한 CFR은 현대 핵융합연구의 주류인 토카막(Tokamak)이나 스텔러레이터(Stellarator)가 아닌 ‘자기거울’ 방식의 핵융합로입니다. 도넛 모양의 밀폐된 공간 안에 플라즈마를 가두는 토카막과 달리, 자기거울 핵융합 장치는 개방형 구조로 플라즈마를 가두는 방식입니다. 이론상 토카막보다 구조가 단순하고 낮은 자기장에서도 높은 플라즈마 압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1950년대부터 자기거울 방식을 연구해온 미국과 구소련, 유럽, 일본은 1980년대 들어 모두 연구를 중단합니다. 토카막과 달리 자기거울의 열린 구조로는 원하는 수준의 플라즈마 감금 효율을 얻을 수 없다는 게 판명됐기 때문입니다. 핵융합발전용으로 적합하지가 않았던 것이지요.

 

자기거울 방식이 궁금하다면 ☞ ‘겨울왕국’ 엘사 장갑과 토카막의 관계 

 

 이런 가운데 록히드마틴이 사장된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을 때 전 세계의 핵융합 연구자들은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전통적인 자기거울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자기장의 모양에 변형을 주긴 하였습니다. 하지만 미디어와 과학계에서 벌어지는 논쟁에 대해 록히드마틴은 더이상 적극적인 언급이나 부연설명이 없었습니다. CFR도 등장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대중의 기억에서 잊혀지게 되었지요.

 

냉전시대 미국과 구소련은 이착륙 없이 상시운용이 가능한 핵추진 항공기 개발을 추진했다. 사진은 1958년 개발이 중단된 미국의 핵추진 항공기 NB-36H. <이미지 출처=USAF>

 

 


CFR이 제시하는 또 다른 핵융합의 미래 ‘교통혁명’


 강력한 회의론에 부딪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CFR 관련 소식이 재부상한 것은 올해 3월 무렵입니다. 미국의 항공엔지니어이자 저널리스트인 스테픈 트럼블은 미국특허청(USPTO)의 자료를 조사하던 중 록히드마틴이 제출한 특허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4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사라진 CFR의 새로운 버전이었습니다.

 

 스테픈 트럼블의 트위터를 통해 공개된 록히드마틴의 특허에는 소형 핵융합발전소와 항공모함 운용 같은 기존 아이디어 외에 CFR을 이용한 전투기 엔진의 기본도식이 새롭게 포함되었습니다. 만약 그들의 구상대로라면 영화 인터스텔라의 초반부를 장식했던 몇 년 동안 하늘을 정찰하던 드론이나 수십 년 간 심우주를 항행하는 핵융합 추진 우주선의 꿈도 괜한 상상만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핵융합 추진 우주선이 궁금하다면 ☞ 영화 속 우주선, 핵융합은 가능하다?

 

 물론 특허를 보유한 기업이 문서에 적힌 기술을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록히드마틴이 지난 4년 간 실제로 CFR과 관련한 연구개발을 상당 부분 지속해 왔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해 보입니다. 

 

록히드마틴의 새로운 특허 발견 소식을 전한 스테픈 트럼블의 트위터


 실리콘리퍼블릭, 넥스트빅퓨처, 더드라이브 등 복수의 미국 과학기술 매체들이 전하는 후속기사 역시 흥미로운데요. 미국 정부는 국가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특허를 공개적으로 삭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록히드마틴의 CFR 관련 특허를 그대로 둔 것은 국가안보에 영향이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역설적인 의미로 이 시스템의 실현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요? 

 

 하지만 반대의 분석도 존재합니다. 스컹크웍스 그룹의 첨단 군사기술을 시험하는 캘리포니아 팜데일 공장에서 이미 CFR의 원형모델이 개발되고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또한, 록히드마틴이 조만간 초소형 핵융합로 CFR에 관한 작고 흥미로운 개념 증명을 통해 미국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이끌어내려 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최근 우주항공 분야는 민간기업에 적극적으로 문호를 개방하며 1960년대 달탐사 시대에 버금가는 새로운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또한 핵융합 연구 분야 역시 인류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사상 최대의 국제공동 연구프로젝트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를 중심으로 아마존, 구글 같은 혁신기업의 영역에서도 핵융합 연구분야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세히 보기 ☞ 우공이산 믿음 보여준 ITER 10년의 길

 

 물론 민간 영역의 연구개발 수준은 인류의 반 이상, 세계 각국의 역량이 총결집되고 있는 ITER에 비할 바가 못됩니다. 하지만 어떤 분야든 한번 자금과 인재가 몰리기 시작하면 발전속도는 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법입니다. ITER와 같은 공공 연구성과와 민간의 기획·실행력이 시너지를 창출하면 핵융합 상용화의 시기 역시 더욱 빨라질 개연성이 높습니다. 록히드마틴이 꿈꾸는 초소형 핵융합로의 실현 여부 역시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ITER로 상징되는 대규모 핵융합발전을 넘어 교통수단 혁명까지, 핵융합이 인류의 또 다른 미래가 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지켜볼 만한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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