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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9

핵융합 시뮬레이션 대부가 한국에 온 이유는?

이하나   
https://fusionnow.nfri.re.kr/post/nuclear-fusion/949

[인터뷰] 한국의 버츄얼 데모 자문역 Dr. Bastiaan Braams
 “한국의 버츄얼 데모, 상용화로 가는 다양한 가능성 예측하는 큰 그림 그려야”

 

 지금 세계는 미래청정에너지 핵융합의 ‘상용화 불꽃’을 지피기 위한 노력이 한창입니다. 각국의 핵융합 장치에서 싹튼 경험은 핵융합에너지 상용화 가능성을 밝혀줄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개발의 씨앗이 되었고, ITER 건설을 통해 진일보한 기술은 실제 핵융합에너지의 전기 생산을 보여줄 각국의 핵융합실증로(DEMO) 건설의 추진제가 되어 핵융합 르네상스를 견인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도 ‘한국의 태양’이라 불리는 핵융합장치 ‘KSTAR’와 ‘ITER’ 참여를 발판으로 핵융합발전을 실현할 수 있는 ‘한국형핵융합실증로(K-DEMO)’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중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상공간에 핵융합 장치를 만들어 핵융합에너지 개발을 위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도록 하는 ‘버츄얼 데모(virtual-DEMO)’ 기획은 그 첫 단추라 할 수 있습니다.

 

 ITER 장치의 설계는 물론 막스클랑크연구소, PPPL, 뉴욕대학 등 세계 각국의 핵융합장치 시뮬레이션에 참여해 온 Dr. Bastiaan Braams(이하 바스 박사)가 지난 5월 국가핵융합연구소를 방문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탄탄한 이론과 실전을 바탕으로 한국형 버츄얼 데모, 궁극적으로 K-DEMO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바스 박사를 만났습니다.

 

 1980년대부터 핵융합 시뮬레이션 연구를 이끈 바스 박사가 국가핵융합연구소를 방문했다.

 

 


실험-이론-시뮬레이션 선순환이 핵융합 발전 견인

 

 컴퓨터사이언스를 기반으로 핵융합 발전을 이끈 바스 박사는 특히 핵융합 장치의 언저리에 해당하는 솔(Scrape off Layer, SOL)영역의 플라즈마 물성을 예측하는 시뮬레이션 ‘B2코드’ 개발자로 유명합니다. 운전 중인 플라즈마는 뜨거운 중심부와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SOL 영역으로 나뉘는데요. SOL 영역은 뜨거운 플라즈마와 차가운 중성입자들이 혼재해 있어 실험 분석뿐 아니라 시뮬레이션 코드 개발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습니다. 1989년, 바스 박사가 프린스턴대학 플라즈마물리연구소(PPPL) 연구원 시절 개발한 B2코드는 지금 현재도 핵융합계에서 널리 활용되는 교과서적 존재입니다.

 

 올해로 만 64세가 된 바스 박사는 연구자로서의 경력 대부분을 핵융합 발전을 위한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왔다고 스스로를 소개합니다. 컴퓨터와 핵융합이 막 태동하던 시기 성장한 청년이 두 영역을 동시에 아우르는 전문가로 성장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데요. 네덜란드에서 최초로 플라즈마 사업을 시작한 주인공이 그의 아버지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어린 시절 응용수학과 컴퓨터사이언스에 흥미를 느꼈어요. 또 플라즈마 회사를 운영하신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플라즈마 특성연구를 시작했어요.”

 

젊은 시절의 바스 박사. <사진 출처 = https://cims.nyu.edu/ >


 PPPL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그가 있는 곳엔 늘 핵융합장치가 있었습니다. 바늘과 실처럼 말이죠. 오랜 기간 핵융합 시뮬레이션 연구를 수행해 온 그는 2000년대 초반, 재료 시뮬레이션으로 연구영역을 넓혔습니다. 핵융합은 물론 원자력에도 활용되는 다양한 재료의 성질을 연구하고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도 오랜기간 활동했는데요. 현재는 네덜란드 국립수학‧컴퓨터과학연구소 CWI(Centrum voor Wiskunde en Informatica)에서  컴퓨터를 이용한 플라즈마 물리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그가 소개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핵융합로의 다양한 작동조건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운전기술의 밑바탕일 뿐만 아니라 현대과학의 대표적 난제로 꼽히는 플라즈마의 불안정성과 난류 현상을 이해하는 핵심 도구입니다. 플라즈마의 복잡한 패턴을 분석해 이론을 정립하고, 나아가 이론 모델이 실제 물리적으로 타당한지 판단하는 것도 중요 임무이죠.

 


버츄얼 데모도 멀티플레이어가 대세


스 박사는 2002년 KSTAR 프로젝트 참여 등 한국과의 오랜 인연을 맺어왔다. KSTAR의 초기 구성도

 

 서두에 밝힌 것처럼 바스 박사의 한국 방문 목적은 ‘버츄얼 데모’ 개발 자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제3차 핵융합에너지개발 진흥기본계획’에 따라 핵융합발전소 실증모델인 ‘한국형핵융합실증로(K-DEMO)’ 건설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2030년대 건설을 시작해 ITER 운영이 끝나는 2040년경 실증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현재 기초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효율적으로 핵융합 발전 연구를 할 수 있는 버추얼 K-DEMO를 구축하는 것이 그 시작입니다.

 

 “현재의 물리적 이론과 엔지니어링 기술로는 핵융합의 불확실성을 모두 해결할 수 없어요. 완벽한 DEMO 설계도 한계가 있죠. 따라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대한 실제에 가깝게 K-DEMO를 구현해보고 실험을 예측하는 ‘버츄얼 데모’가 중요합니다.”

 

 바스 박사는 현재 기술로 K-DEMO를 설계할 경우 어떤 부분이 불확실한지 확인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과 자원이 무엇인지를 찾아 실제 K-DEMO 설계와 건설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최적의 방법을 찾는 과정이 버츄얼 데모라고 설명합니다.

 

 각국의 핵융합 개발 목표와 우선순위에 따라 핵융합 장치의 특성이 다르듯 버츄얼 데모의 지향점도 각기 다릅니다. 유럽을 비롯한 기존의 버츄얼 데모는 물리적인 DEMO가 먼저 정해지면, 그 DEMO의 성격과 성능을 예측하고 검증하는 연구에 집중해 왔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버츄얼 데모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상용화 시대의 다양성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ITER 등 다양한 핵융합장치 개발에 참여한 바스 박사는 한국의 버츄얼 데모에도 큰 기대를 밝혔다.  


 “지금까지 개발된 핵융합 장치와 ITER 장치는 각국 정부가 연구와 건설을 주도했어요. 상용화 직전 단계인 DEMO 개발 역시 여전히 정부가 투자해야한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핵융합 상용화를 위해서는 K-DEMO부터라도 이 같은 고정관념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바스 박사는 보다 다양한 가능성 검증하는 ‘멀티오브젝트(multi-object)’로서 버츄얼 데모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요.  ITER 까지는 정부가 주도했지만, 전기 생산을 본격적으로 시도하는 DEMO는 민간과 시장도 함께 움직일 것이란 판단입니다. 따라서 한국의 버츄얼 데모는 물리적인 현실 K-DEMO를 준비하는 첫 단추인 동시에 상용화의 다양한 가능성을 확인하는 열쇠가 되어야 한다는 당부입니다.

 

 “이미 미국의 트라이알파 같은 많은 핵융합 벤처기업이 시장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각자가 생각하는 DEMO의 형태를 고민하고 있어요. 상업성을 전제로 한 DEMO 설계는 지금까지의 정부주도의 개념과는 다를 수도 있음을 인정해야 해요.”

 

 마치 우주개발이 안전성에 방점을 두고 정부주도로 추진돼 오다 최근 다양한 민간 기업들이 뛰어 들며 우주상업화를 촉진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예견되는데요. 바스 박사는 버츄얼 데모의 역할과 범위를 고민하는 국가핵융합연구소가 다가올 미래를 대비할 것을 조언했습니다.

 

 

|KSTAR 넘어 K-DEMO로! 가상핵융합로구축으로 미리 만나다
 

한국의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STAR. 한국의 버츄얼 데모 구축은 KSTAR 넘어 K-DEMO로 가는 관문이다. 


 “한국의 KSTAR는 하드웨어적 측면에서 큰 진보를 이루었습니다. 이 같은 장점을 바탕으로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진단하는 ‘핵심장치’로서의 역할도 기대됩니다.”

 

 바스 박사는 KSTAR 장치가 세계 핵융합 발전에 기여하는 바를 높이 평가했는데요. 그의 설명에 따르면 시뮬레이션 코드는 개발하는 것만큼 예측결과가 실제와 맞는지 진단하고 검증하는 절차도 중요합니다. 코드를 개발했는데, 현실을 예측하지 못하고 엉뚱한 답을 주면 의미가 없죠. 하지만 시뮬레이션 결과를 실제 핵융합 장치에서 검증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KSTAR는 장치의 완벽성과 진단장치의 완성도를 모두 갖춘 만큼 시뮬레이션 예측 결과와 실제 운전결과를 비교 검증하여 정밀한 시뮬레이션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플라즈마를 비롯해 다양한 핵융합 재료 시뮬레이션, 플라즈마 운전과정 시뮬레이션과 운전의 모든 구성요소를 다 담은 콘트롤 시뮬레이션, 또 시뮬레이션 예측과 실제 실험결과를 비교하는 진단 능력 등 물리적 K-DEMO를 구성하는 모든 구성요소가 포함하는 버츄얼 데모 개발은 실제 K-DEMO 개발만큼이나 많은 준비와 투자가 필요한 과정입니다. 기본적으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개발 능력이 중요하며, 개발된 프로그램이 실제 실험 결과처럼 현실을 잘 반영하는지도 중요합니다. 때문에 수준 높은 연구개발 인력과 슈퍼컴퓨터와 같은 강력한 컴퓨팅 자원이 요구됩니다.

 

 KSTAR 개발과 연구에 국제협력이 중요했듯 버츄얼 데모 구축으로 국내외 대학 및 세계적 연구소들과 협력은 더욱 긴밀해질 전망입니다. 특히 세계 7개국이 참여하는 ITER 건설은 핵융합로 운전을 위한 모든 소프트웨어와 절차의 국제 표준이 마련되는 장이 될 전망입니다.

 

 

끊임없는 호기심으로 난제 도전하는 핵융합 안내자


ITER의 핵융합 토카막 상상도 <사진출처 = ITER>

 

 “20년 전만해도 지금쯤이면 플라즈마 난류나 수송 등 핵융합 분야의 이론적 난제는 다 풀리고 장치개발 이슈 정도가 남았을 거라 생각했지만 여전히 도전적인 문제가 많습니다.”

 

 바스 박사는 평생을 컴퓨터사이언스 외길을 걸어왔지만 아직도 연구자로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말합니다. 호기심은 그가 변함없는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2주 간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바스 박사는 컴퓨터와 이론, 실험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젊은 연구자들이 KSTAR와 ITER, 나아가 버츄얼 데모와 K-DEMO를 통해 핵융합의 미래를 열어달라는 바람을 전했는데요.

 

 “어제의 나를 경쟁자로 생각하며 끊임없는 자기개발로 오늘도 쉼 없이 새로운 과제에 도전한다”는 노장의 메시지가 한국의 젊은 핵융합 연구자들에게 큰 울림으로 전해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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