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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5

핵융합 극한 환경에도 로봇이 필요하다?

이하나   
https://fusionnow.nfri.re.kr/post/nuclear-fusion/957

 

2015년 재난 로봇 대회서 우승한 KAIST 로봇 '휴보'

<사진출처=CBC NEWS>

 

인간의 활동 영역이 확대되면서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극한 환경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우주와 심해저 등에서는 인간이 견딜 수 없는 압력과 온도를 극복해야 하고요. 또 원전 내부나 사고 현장, 폭발물 해체, 폐수 오염원 제거와 같은 위험한 작업에도 직면하게 됩니다. 사람의 손과 힘으로는 엄두도 내지 못할 그야말로 극한 작업 환경인데요. 이런 극한 환경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임무를 완수하는 든든한 친구가 있습니다. 바로 로봇입니다.

 

극한 환경으로 치자면 핵융합 장치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입니다. 초전도, 초고온, 고진공, 극저온, 초정밀 등 핵융합의 세계를 표현하는 단어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연구 장치 수준을 벗어나 국제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 정도만 되어도 차원이 달라집니다. 핵융합 연료가 달라지고 장치의 규모 자체가 커지면서 사람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극한 환경의 세계가 펼쳐지는데요. 결국 핵융합 장치에서도 로봇의 도움이 필수적입니다. 핵융합 장치에는 어떤 로봇이 필요하고, 또 어떤 로봇이 개발되고 있을까요?

 

핵융합 장치의 진공 용기 내벽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하지만 핵융합 실증로 정도의 규모가 되고

일단 운전에 들어가면 사람이 직접 작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진 출처=ASDEX Upgrade>

 

 
| 중수소-삼중수소 핵융합 반응 장치는 로봇이 필수

 

국가핵융합연구소가 운영 중인 ‘인공태양’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는 높이 10m, 직경 10m 크기의 초전도핵융합장치입니다. 핵융합에너지 개발을 위해 초고온 플라즈마 실험을 수행하는 연구 장치인데요. KSTAR 장치에서는 로봇의 도움 없이, 장치의 수리나 설치 등 모든 일을 사람이 직접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국에서 가동하고 있는 유럽공동핵융합장치 JET(Joint European Torus)나 현재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에 건설하고 있는 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는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영역과 들어가지 못하는 영역이 뚜렷이 구분됩니다. 사람 대신 장치를 점검하고, 부품을 교체하는 등 유지·보수에 투입되는 로봇이 필요하죠. 그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핵융합에 쓰이는 연료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KSTAR는 중수소-중수소(D-D)를 연료로 써 실험을 하는 핵융합장치입니다. 이와 달리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는 중수소-삼중수소(D-T)를 연료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지요. 중수소-중수소도 핵융합 반응을 일으킬 수 있지만, 중수소-삼중수소 방식에 비해 핵융합 반응이 일어날 확률이 낮습니다. 여기에 중수소-삼중수소 방식보다 에너지 효율도 훨씬 떨어집니다. 플라즈마의 장시간 운전 등 핵융합 연구 개발에 목적을 둔 KSTAR는 중수소만 이용한 실험으로 충분하지만, 대용량의 핵융합에너지 발생 연구를 목표로 하는 ITER나 실제 핵융합 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상용로를 위한 연료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핵융합 연료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물론 중수소-삼중수소 핵융합 반응의 경우 치명적인 단점도 존재합니다. 바로 방사능인데요. 삼중수소의 경우 보통의 수소에는 없는 방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반감기가 12.5년으로 많게는 수십억 년에 달하는 핵분열 연료인 우라늄에 비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입니다. 그만큼 해롭지 않을뿐더러 관리도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도 방사능이 발생한 지역에서 사람이 들어가 작업하는 것은 위험하고 불가능합니다. 사람을 대신해 작업할 수단이 필요하죠. 바로 로봇입니다.

 


| 영국·프랑스 핵융합 장치에 적용된 로봇팔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일부 핵융합 선진국에서는 1990년대 초부터 로봇을 이용한 원격 유지보수 연구를 수행해온 바 있습니다. 영국에 있는 현존 세계 최대 규모의 핵융합 장치인 유럽공동핵융합장치 JET(Joint European Torus)는 지난 1991년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비율을 9대1로 섞은 혼합연료로 핵융합 실험에 나섰으며, 1997년 16MW의 핵융합에너지를 출력하면서 핵융합 상용화의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JET는 이러한 중수소-삼중수소(D-T) 핵융합 반응 실험에 착수할 때부터 로봇 팔을 이용한 원격작업을 수행했는데요. 처음에는 단 2명으로 시작한 원격 유지보수 연구는 지난 2014년 ‘RACE’라 불리는 120명 규모의 별도 조직을 만들 정도로 규모가 커졌습니다.

 

 

진공 용기 내부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로봇팔 시뮬레이션 장면. <사진 출처=JET>

 

이곳에서 사용되는 원격조종(remote control) 로봇 ‘MASCOT’는 3개의 팔로 물건을 잡고 토카막 내벽에 붙이고 나사를 조이는 등 사람을 대신해 유지보수에 필요한 모든 일을 수행합니다. 사람이 컨트롤 룸에서 동작으로 로봇을 조종해 작업하는 방식인데요. 지금은 물건의 무게감이나 나사의 조임 정도를 운전하는 사람이 판단하게 되지만, 인공지능(AI)이 결합하면 이 모든 것을 사람의 피드백 없이 로봇 스스로 판단해 작업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 핵융합장치에서 작동하는 로봇팔 영상: Introduction to RACE

 

핵융합 장치에 로봇 기술을 적용한 또 다른 곳은 프랑스의 핵융합 토카막 장치인 토레수프라(Tore Supra)입니다. 프랑스 원자력청(CEA)이 지난 1980년 구축한 토레수프라는 1988년 첫 플라즈마 발생에 성공했고, 25년 동안 각종 핵융합에 필요한 실험을 수행한 후 지금은 WEST로 이름을 변경하고 ITER 디버터 연구용으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프랑스 CEA는 2007년 뱀처럼 기다란 모양의 로봇팔 ‘AIA’를 개발해 진공 용기 내부 진단에 활용해 왔습니다. 토레수프라에 적용된 로봇팔 AIA는 영국 JET에 사용된 원격조종 로봇 MASCOT와 달리 부품을 수리하거나 설치하는 작업은 하지 못하고, 내부 상태를 점검하는 데 주로 사용되었어요. 반면 AIA는 MASCOT와 달리 진공 상태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습니다.

 

프랑스의 핵융합 토카막 장치인 토레수프라(Tore Supra)에 장착된 로봇팔. <사진 출처=CEA>

 


| 디버터·블랭킷 등 ITER 핵심 부품에도 원격 기술이

 

이처럼 유럽을 중심으로 진행된 핵융합 장치용 로봇 개발은 ITER 구축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ITER 장치는 높이 30m, 직경 30m 크기에 설치가 끝나면 두꺼운 콘크리트로 덮이게 되는데요. 일단 콘크리트로 감싸게 되면 안으로는 사람이 들어갈 수 없습니다. 설사 사람의 접근이 가능해도 내부로 들어가서 작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데요. 결국 핵융합 장치에서도 로봇을 통한 원격 유지보수가 필수적입니다.

 

특히 ITER 운전이 시작되면 진공용기 내부의 토카막 구성품이나 부품을 검사하고 교체하거나 수리하는 것은 불가능해지는 만큼 원격 처리(Remote handling)를 통한 유지보수가 매우 중요합니다. 전문가들은 ITER 장치의 원활한 작동은 원격 처리 장치의 신뢰성에 크게 의존할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요. 이를 위해 ITER 개발진은 토카막 핵융합 장치의 진공 용기 내부에 남은 열에너지를 배출시키고 불순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중요한 부품인 디버터(divertor)의 원격 처리 장치를 핀란드 기술진에 맡겨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ITER의 디버터 원격 처리 장치는 핀란드 기술진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출처=ITER>

 

또 핵융합로의 내벽에서 플라즈마를 감싸는 부품인 쉴드 블랭킷(Shield Blanket)의 원격 처리 장치는 일본의 조달품목 가운데 하나인데요. 핵융합 반응에서 발생한 중성자의 운동에너지를 열에너지로 추출하는 핵심 장치인 블랭킷에 관한 연구는 우리나라 등 여러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만큼 블랭킷 교체 등에 필요한 로봇은 여러 나라가 공동으로 개발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가핵융합연구소 DEMO기술연구부 홍석호 부장은 “ITER가 완공되고 삼중수소를 사용하는 순간부터 사람이 접근할 수 없어 원격 조종 로봇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조달품목에 상관없이 원격 조종 장치를 공동으로 개발할지, 조달품목을 맡은 국가별로 할지는 미지수지만, 어떤 상황이든 이에 필요한 로봇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핵융합 장치는 이제 연구 장치와 실험로 단계에서 실증로(DEMO) 구축, 나아가 상용로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실제 전기를 생산하게 되는 핵융합 상용로 수준에 이르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극한 환경의 세계에 직면하게 됩니다. 더 높아지는 플라즈마 온도와 방사능은 진단장치를 주변에 설치하는 것조차 힘들게 하고요. 또 짧은 주기로 실험과 점검이 반복되는 연구 장치나 실험로와 달리 상용로는 1년 365일 중단 없이 돌아가야 합니다. 가동 중에도 이상이 생기면 즉시 수리하고 부품을 교체해야 합니다.

 


| 원자력·항공우주 분야의 로봇 활용 벤치마킹

 

우리나라는 로봇 기술의 발전에 비해 핵융합 장치 로봇 개발은 상대적으로 늦은 편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는 KSTAR 운전과 ITER 개발 참여를 통해 핵융합 기술의 우수성과 신뢰성을 대내외에 입증해 왔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핵융합 장치 로봇 분야에서도 앞선 나라를 추격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또 핵융합 장치보다 훨씬 크고, 고도의 신뢰성을 요구받는 원자력 분야에서 로봇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던 것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 원자력 분야에서는 다양한 첨단 로봇이 개발되거나 이미 활약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폐수 속을 헤엄치면서 방사능 물질인 세슘을 제거하는 초소형 로봇이 국내에서 개발되었고요. 원자력발전소 사고 시 방사능으로 오염된 사고 현장을 사람 대신 샅샅이 살펴볼 수 있는 무인 로봇도 개발되었습니다. 또 원자력 시설의 유지보수, 원자로 해체, 제염 작업 등 원자력 분야에서 로봇의 활용 범위가 점차 늘어남에 따라 이러한 임무를 수행할 로봇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핵연료 점검 로봇. <사진 출처=한국원자력연구원>

 

홍석호 부장은 “핵융합 분야의 로봇은 자동차 조립 현장에서처럼 로봇이 있으면 조금 더 편리하고 효율적인 수준이 아니라 실증로(DEMO) 이후에는 무조건 있어야 하는 필수 장치”라며 “원자력계에서 개발된 로봇 기술을 적용하여 KSTAR 주장치실 내부의 3차원 방사선량 지도 작성, KSTAR 진공용기 내부 상태 점검 및 유지보수 기능을 갖는 AIA형 로봇팔 연구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협력을 모색해 나가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국제우주정거장(ISS)도 로봇팔을 장착하면서 훨씬 많은 임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사진 출처=NASA>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캐나다에서 개발한 로봇팔(Canadarm)이 장착되면서 ISS의 활동 반경과 임무 수행 능력이 배가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인류의 미래를 밝힐 핵융합로에 로봇팔이 적용되면 훨씬 더 안정적이고 성능이 높아진 핵융합 발전이 가능해지겠죠? 체계적인 지원과 연구개발로 우리의 기술로 만든 로봇팔이 미래 핵융합로 가동의 든든한 발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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