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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6

[연재] 남박사의 세시풍속 3화 –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시스템 관리자   
https://fusionnow.nfri.re.kr/post/peoples/106

  월드컵 시즌이죠. 2002년에는 저도 거리 응원에 한 몫 껴서 대한민국을 외쳤었는데 올해는 영 분위기가 예전같지 않네요. 게다가 올해는 예선 세 경기가 있는 기간에 딱 해외 출장이 걸려서 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여기서도 중계를 볼 수는 있지만 사람들과 같이 모여서 응원을 할 수 없으니 기분이 나질 않습니다.

 

그래도 오기 전에 우리팀 예선 세 경기의 점수를 맞추는 내기는 걸고 왔죠. 그런데 내기를 하다보니 재미있는 점이 있더군요. 우리 나라의 경기력이 별로라는 점에는 모두의 의견이 일치했지만 내기를 거는 방식은 다 제각각이었습니다. 우리 나라가 질 것 같으니 지는 쪽에 거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질 것을 알면서도 오히려 이기는 쪽에 거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덕분에 한 쪽으로 몰리지 않고 예상 점수가 골고루 분배되었죠. 


물론 우리가 어디에 돈을 걸든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죠. 예상은 예상일 뿐이니까요. 게다가 돈을 거는 건 예상과도 또 다릅니다. 돈을 거는 건 희망이죠. 예상과는 다른 쪽에 돈을 걸어도 상관 없는 겁니다. 어차피 내기는 돈 벌자고 하는게 아니고 재미로 하는 거니까요. 우리가 이기는 쪽에 돈을 건 사람들은 그래도 우리팀이 이기기를 바랬던 거고, 우리가 지는 쪽에 돈을 건 사람들은 이 기회에 우리가 충격적인 패배를 당해서 한국 축구가 근본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랬던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핵융합에 대해서도 비슷한 관점들이 있습니다. 핵융합이 대체 언제 실현되는 거냐고 많은 사람들이 물어봅니다. 금방 될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고, 오래 걸릴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아예 안 될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연구원들은 순진한 면이 있어서 누가 저런 질문을 했을 때,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고 예상을 이야기 합니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라는 말이 있죠. 개인적인 이익에 휘둘리지 않고 차가운 머리로 객관적인 예상을 하는 것은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희망까지 버릴 필요는 없겠죠. 객관적인 판단은 유지하되 주관적인 희망은 잃지 않는 건 어떨까요. 핵융합이 조만간 실현될 거라는 희망을 갖는거죠.

 

월드컵 이야기로 돌아가면, 저는 어중간하게 비기는 쪽에 걸었습니다. 저 혼자 러시아와의 경기 결과를 맞춰서 내기에서 이기게 되었죠. 그런데 기분은 영 좋지 않더군요. 다음에 또 내기를 하게 된다면 이기는 쪽에 걸어야 하겠습니다. 희망은 항상 예상보다는 좀 더 높은 쪽에 두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 Fusion Now 블로그에서는 '남박사의 세시풍속'을 매월 한 편씩 연재하고 있습니다. 남용운 박사님은 현재 KSTAR 연구센터 플라즈마수송연구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2013년 네티즌과 함께하는 '핵융합 토크 콘서트'에서 김태양 박사 役을 맡아 참가자들의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풀어주며 큰 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또한 국가핵융합연구소 내부 채널 토러스(Torus)를 통해 핵융합 연구자로서 느끼는 연구소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전해왔는데요. 그 중 발췌한 일부와 다양한 새로운 주제들로 국가핵융합연구소 공식 블로그를 통해 여러분과 함께 소통하겠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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