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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7

[남박사의 세시풍속 6화] “남박사의 헝가리 리포트”

시스템 관리자   
https://fusionnow.nfri.re.kr/post/peoples/236

플라즈마수송연구부의 남용운입니다. 저는 2010년 9월부터 지난 8월까지 4년간 헝가리 연구진과 KSTAR에 필요한 진단장치를 개발하기 위한 공동 연구를 수행하였고 그 과정에서 여러 번 연구소가 위치한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를 방문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 연구를 맡기 전에는 부다페스트는 영화나 소설에서나 접하던 동화 속의 도시였지 실제로 볼 수 있으리라고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지난 4년간 서울보다 더 자주 부다페스트에 머물다보니 어느덧 그 거리와 풍경들이 눈 감고도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익숙해져 버렸네요. 게다가 그 과제를 통해 새로운 연구 주제도 찾고 영어 울렁증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게 된 걸 생각하면 저에게 헝가리는 참 고맙고도 친근한 나라입니다.

 

헝가리에 대해 조금 아시는 분들은 민족적, 언어적으로 우리나라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물론 헝가리가 중앙아시아에서 이동한 민족과 관련이 있고 성을 먼저 쓰고 이름을 나중에 쓰는 등 문화적인 공통점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만 정작 헝가리 사람들은 한국이라는 나라와 특별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언어적으로 유사하다는 말을 했더니 그런데 왜 헝가리 말을 못 알아듣느냐며 아직까지 놀리곤 합니다. 특히 헝가리가 훈족의 후예 아니냐는 말을 했더니 극구 부인하더군요. 실제로도 별로 연관이 없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정설인데다가 훈족의 이미지가 유럽에서는 아주 안 좋거든요. 헝가리인들은 훈족이 아닌 마갸르족의 후손이며 우리나라를 대한민국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헝가리인들은 자신들의 나라를 마갸르라고 부릅니다. 또한 나라의 기원을 1000년경 가톨릭왕인 이슈트반의 건국에서 찾고 있죠. 한 마디로 헝가리는 아시아와는 별로 관련이 없는 유럽 국가입니다.

 

하지만 같이 일하며 친해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여러 면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제가 만나본 사람들이 주로 연구소 사람들이니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겠지만 대체로 호의적인데다가 성격이 약간 급하고 눈치가 빨라서 굳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금방 상황을 이해해서 같이 일하기 매우 편했습니다. 물론 낙천적인 면이 있어서 일을 꼼꼼히 준비하기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대처하는 식이라 가슴을 졸이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책임감이 있어서 결국에는 문제를 해결해 내곤 하더군요. ITER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느긋한 프랑스인 때문에 속이 탄다는 말을 가끔 듣는데 그런 면에서 보자면 헝가리 사람들이 같이 일하기에는 훨씬 우리와 손발이 잘 맞는 편입니다.

 

한 가지 부러운 점은 기초 학문이 아주 탄탄하다는 것입니다. 헝가리는 작은 나라이지만 노벨상 수상자만 14명에 달하는 등 기초 과학 및 교육의 수준이 매우 높습니다. 연구소의 이름인 위그너 물리연구센터도 1963년에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핵물리학자인 유진 위그너에서 따 온 거죠. 무슨 일을 하던지 기초부터 탄탄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결과를 빨리 얻기 위해 기초를 간과하기 일쑤였던 저로서는 가장 부러운 점이었습니다. 연구소의 분위기도 매우 자유로워서 출퇴근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매 주 정해진 근무 시간만 채우면 되며 연구하는 주제들도 매우 다양했습니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하고 있는 연구를 진심으로 즐기고 있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예전에는 헝가리에도 작은 토카막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력적, 재정적으로 토카막을 운영하기가 부담스러워지자 연구소는 토카막을 포기하는 대신 진단장치 개발에 집중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미 유럽 내에 다른 토카막들이 많이 있고 공동 연구가 활성화되어 굳이 자체적인 토카막을 운영하지 않아도 핵융합 연구를 할 수 있었던 거죠. 그 결과 유럽 대부분의 토카막에 헝가리에서 개발한 빔방사분광계가 설치되었고 우리나라를 시작으로 중국, 일본에도 해당 진단장치를 설치하기로 하는 등 사실상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 모든 빔방사분광계를 도맡아 개발할 정도로 독자적인 기술 수준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세계적인 수준의 초전도 토카막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아주 좋은 협력 파트너인 셈이죠.

 

하지만 무엇보다 헝가리와의 공동 연구가 마음에 드는 이유는 연구진들이 한국을 아주 좋아한다는 점입니다. KSTAR 실험이 있을 때면 어떻게든 이유를 만들어서 서로 오려고 할 정도죠. 이제는 다들 젓가락질도 익숙해지고 웬만한 매운 음식도 즐길 줄 아는 등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이것저것 챙겨주느라 신경 쓴 보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와는 함께 일하기 어렵다며 투덜댈 때는 뿌듯하기까지 하더군요. 비록 공동 연구 과제는 끝났지만 앞으로도 계속 협력을 이어나가며 KSTAR가 세계적인 토카막이 되는데 일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헝가리 위그너 물리연구센터에 설치된 한-헝가리 공동연구실과 공동연구자들


 * Fusion Now 블로그에서는 '남박사의 세시풍속'을 매월 한 편씩 연재하고 있습니다. 남용운 박사님은 현재 KSTAR 연구센터 플라즈마수송연구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2013년 네티즌과 함께하는 '핵융합 토크 콘서트'에서 김태양 박사 役을 맡아 참가자들의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풀어주며 큰 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또한 국가핵융합연구소 내부 채널 토러스(Torus)를 통해 핵융합 연구자로서 느끼는 연구소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전해왔는데요. 그 중 발췌한 일부와 다양한 새로운 주제들로 국가핵융합연구소 공식 블로그를 통해 여러분과 함께 소통하겠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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