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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7

[남박사의 세시풍속 9화] 과학으로 풀 수 없는 것들

시스템 관리자   
https://fusionnow.nfri.re.kr/post/peoples/302


얼마 전에 인터스텔라를 보고 왔습니다. 영화를 극장에서 안 본지 꽤 오래 되었는데 실제 입자물리학자가 참여하여 과학적인 부분을 감수하였다길래 관심이 생겨 챙겨보게 되었네요. 호평만 듣고 갔다면 좀 실망했겠지만 다행히 기대 이하라는 평을 많이 듣고 가서 그런지 세 시간이라는 상영 시간 동안 별로 지루하지 않게 잘 보고 왔습니다.

 

전반적으로 옛날에 참 감명깊게 보았던 영화 <콘택트>를 떠 올리게 하는 영화더군요. 냉정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과학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다가 과학으로 풀 수 없는 문제에 맞닥뜨리게 하는 부분도 비슷했습니다. 물론 주변 연구원들은 그 부분이 실망스러웠다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 점은 저도 마찬가지였지만 과학적으로만 영화를 끝내버렸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는 없었겠죠.

 

많은 과학자들은 과학으로 세상을 설명하고 싶어합니다. 저 역시 과학 특히 물리학이 세상의 근본 원리를 풀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관련 학과에 진학했구요. 하지만 정작 제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은 과학으로 풀리지 않더군요. 국제 정세가 돌아가는 일에서 여자친구를 사귀는 일까지 어느 하나 공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어떤 하나의 입자가 평균적으로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는 과학으로 정확히 설명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입자들이 모여 움직이는 것도 통계적인 방법으로 정확히 설명할 수 있고요. 사회학적인 문제도 마찬가지 입니다. 어떤 한 사람이 특정한 상황에서 평균적으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대중들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내가 혹은 내 주변 사람이 어떻게 움직일 지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주사위를 던져 1이 나올 확률은 1/6 이고 600번 던지면 대략 100번 정도 1이 나온다는 것은 알 수 있지만 지금 당장 주사위를 던지면 다음에 무슨 숫자가 나올 것인지는 알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주사위를 던지는 힘과 각도, 바닥의 특성들을 모두 계산하면 알 수 있다고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식으로 깊이 들어가봐야 결국에는 불확정성의 원리에 부딪히게 됩니다.

 

이처럼 과학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과학이 더 발전하면 더 많은 것을 설명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분명히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혹은 설명할 필요가 없는 부분들은 남을 겁니다. 그런 부분을 믿음이나 사랑 같은 것으로 설명하는 걸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과학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비과학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과학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억지로 과학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도 어리석기는 마찬가지겠죠. 영화의 비과학적인 결말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라는 주제에서 전해져 오는 감동은 저 역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영화를 끝까지 과학적으로 밀어 붙이지 않은 감독의 선택이 옳았다는 뜻이겠죠.

 * Fusion Now 블로그에서는 '남박사의 세시풍속'을 매월 한 편씩 연재하고 있습니다. 남용운 박사님은 현재 KSTAR 연구센터 플라즈마수송연구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2013년 네티즌과 함께하는 '핵융합 토크 콘서트'에서 김태양 박사 役을 맡아 참가자들의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풀어주며 큰 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또한 국가핵융합연구소 내부 채널 토러스(Torus)를 통해 핵융합 연구자로서 느끼는 연구소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전해왔는데요. 그 중 발췌한 일부와 다양한 새로운 주제들로 국가핵융합연구소 공식 블로그를 통해 여러분과 함께 소통하겠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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