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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2

[남박사의 세시풍속] 14화 - 밥과의 대화

시스템 관리자   
https://fusionnow.nfri.re.kr/post/peoples/500

 

 

미생물 혹은 무생물이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에게 좋은 말을 해 주면 결정 모양이 예쁘게 바뀐다는 책을 써서 베스트셀러까지 된 경우도 있었죠. 최근에는 밥을 밀폐용기 두 개에 담고 하나에는 좋은 말을, 다른 하나에는 나쁜 말을 해주면 좋은 말을 해 준 밥에는 예쁜 하얀 곰팡이가, 나쁜 말을 해 준 밥에는 검은 곰팡이가 생긴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밀폐 상태가 안 좋거나 밥을 넣을 때 미생물이 섞여 들어가거나 하면 서로 다르게 곰팡이가 생길 수도 있는 일이고 우연히 나쁜 말을 해 준 밥에 검은 곰팡이가 필 수도 있는 거죠. 하지만 항상 그런 결과가 나올 수는 없습니다. 만일 그랬다면 그걸 발견한 사람은 노벨상을 받았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주장들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사람들이 믿고 싶은 주장이기 때문이겠죠. 바른 마음과 좋은 말이 세상을 바꾸고 심지어 미생물까지 바꿀 수 있다는 걸 믿고 싶은 걸 겁니다. 설령 그게 사실이 아닐지라도 사람들이 그걸 믿는 것 만으로도 좀 더 좋은 세상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저 같은 골수 과학빠들에게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생각이지만요.


하지만 제가 이 주장을 진짜로 싫어하는 이유는 단지 비과학적이기 때문은 아닙니다. 이 주장에 숨어있는 자기 중심적인 생각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거죠. 밥에게 좋은 말을 해주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밥에게 말을 하려면 밥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해야죠. 나 혼자만 떠드는 것은 대화가 아닙니다. 적어도 애완동물이라면 말을 알아 듣지는 못하더라도 주인의 표정과 어조에서 충분히 감정을 전달받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밥은 아니죠. 상대방이 알아듣든 말든 나 혼자 떠들어 놓고 그 감정을 상대방이 전달받기 바라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겁니다.


게다가 이 주장은 인간 중심적이기 까지 합니다. 검은 곰팡이가 생긴 밥이 안 좋은 거라고 전제하고 있으니까요. 인간 기준에서야 곰팡이가 싫겠지만 곰팡이도 엄연한 생물입니다. 단순한 생물이 아니라 지구 생태계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인간보다 훨씬 중요한 생물입니다. 인간이 모두 사라져도 지구에는 아무런 타격이 없겠지만 곰팡이가 모두 사라진다면 지구 생태계는 붕괴되어 생명이 살 수 없는 행성이 될 겁니다. 곰팡이의 색이 하얀 색이냐 검은 색이냐 하는 것은 곰팡이의 이런 중요한 역할에 비하면 아무 의미가 없죠.


좋은 말이 좋은 세상을 만든다는 메시지는 좋습니다. 올바로 적용하기만 한다면 분명한 사실이고요. 괜히 밥을 괴롭히지 말고 주변 사람에게 좋은 말을 하는 건 어떨까요. 나쁜 말을 건네는 것 보다는 좋은 말을 건네는 게 주변 사람과 자신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이건 과학적으로도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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