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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0

핵융합 유망기술, 사업화 날개 달다

이하나   
https://fusionnow.nfri.re.kr/post/plasma/872

 핵융합은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고 인류의 가능성을 넓히는 거대과학(Big Science) 연구 분야입니다. 대규모 인력과 자본의 투입, 그리고 KSTAR라는 세계적인 연구시설의 건설과 운영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터닝 포인트가 되어 왔지요. 이는 비단 대한민국 기초과학만의 성공이 아닙니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핵융합에너지 개발 과정에서 나오는 우수 기술을 활용해 민간 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찾으려 힘써왔는데요. 특히 매년 이맘때쯤 개최되는 거대과학과 산업현장의 소통 무대 ‘핵융합·가속기 산업체 상생한마당’은 수시로 탄생하는 굵직한 기술사업화 성과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되어 왔습니다. 올해는 특히 핵융합 상용화의 전제조건이자 필수기술인 플라즈마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공사례가 많이 배출되었는데요.

 

지난 9월 국가핵융합연구소에서는 중소기업과 상생전략 실현을 위해 마련한 '패밀리기업 데이' 행사가 개최되었다.


산업 활용도 높은 플라즈마 독특한 성질

 

 고체도 액체도 기체도 아닌 ‘제4의 물질’ 플라즈마는 아주 독특한 특성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다른 물질의 성질을 바꿔 놓는다는 것인데요. 플라즈마와 함께하는 물질들은 전에 없던 새로운 성질들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과 잘 어울리던 친수성 물질이 어느 날 갑자기 물에 뜬 기름처럼 비친수성 물질로 바뀌는 것처럼 말이지요.

 

 플라즈마가 핵융합에너지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산업계에서도 쓰임새가 점점 다양해지는 것도 바로 이런 ‘물성변화’의 성질 때문입니다. 플라즈마는 특히 압력으로만 제어가 가능한 기체와 달리 전자기장이란 물리적 에너지로 운동성과 방향, 속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대상물질의 변화와 세기, 위치 등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산업적 활용도가 더욱 큽니다.

 

 재료의 표면 특성을 바꾸는 플라즈마는 내구성, 내식성을 강화하거나 내열성, 전도성, 자기특성, 윤활성, 광반사성처럼 다양하고 새로운 기능을 더하는 ‘표면처리’ 기술 분야에서 무척 쓰임새가 많습니다. 제품의 표면에 코팅소재를 밀착시키는 용사(thermal spraying, 溶射)는 표면처리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기술입니다. 그래서 핵융합(연)은 플라즈마를 이용해 더욱 치밀하고 균일하면서도 빠르게 코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관련 산업체들에 이전해왔는데요.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용사에 사용되는 코팅용 분말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분사 과정에서 뭉치거나 엉기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인데요. 전북 전주의 중소기업 ㈜세원하드페이싱 역시 같은 문제로 오랜 기간 골치를 썩여 왔습니다. ㈜세원하드페이싱은 1997년 설립되어 산업부품에 필요한 표면처리를 20년 넘게 전문적으로 연마해온 기업입니다. 세라믹, 금속, 합금 같은 250여 가지의 코팅소재로 산업부품의 각각의 용도에 맞게 피막을 형성하는 일을 주로 해왔지요. 

용사분말로 재료에 코팅막을 형성하는 과정

 

 

애로 해결하고 회사 신성장동력까지

 

 ㈜세원하드페이싱은 동종업계의 오랜 숙원이자 애로사항이었던 용사분말의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핵융합(연)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가 제공하는 ‘플라즈마 기술 R&D 지원프로그램’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홍용철·천세민 연구원을 만나게 되지요. 두 사람은 마침 5~25㎛(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매우 미세한 용사분말을 플라즈마로 처리해 뭉침이나 엉김을 방지하는 ‘마이크로웨이브 플라즈마를 이용한 용사분말의 유동성 향상 기술’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의기투합한 핵융합(연)과 ㈜세원하드페이싱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플라즈마를 이용해 용사분말을 구형화 하고 유동성을 향상시킨 플라즈마 스프레이(plasma spray) 장비를 개발하게 되지요. 현재 제품출시를 준비 중인 ㈜세원하드페이싱은 국내 고밀도 용사분말 시장의 3% 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요. 지난 11월 28일 열린 상생한마당에서 다시 핵융합(연)의 우수기술이전 사례로 뽑혀 당당히 장관상을 수상하며 이 같은 전망을 더욱 확실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물질의 특성을 변화시키는 플라즈마 기술은 수처리와 폐기물 건조·악취제거와 같은 환경산업 분야에서도 아주 중요한 기술입니다. 특히나 기후변화로 녹조와 적조, 각종 수자원의 오염이 심해질수록 플라즈마 수처리 기술은 더욱 각광을 받고 있는데요. 핵융합(연)은 그동안 플라즈마를 이용해 물을 정화하는 기술로 지구환경 보호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국내 유일의 정부출연 플라즈마기술 전문연구기관인 국가핵융합연구소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


수처리·공기정화 등 환경문제도 플라즈마 기술로

 

 ㈜에이이지가 최근 시제품 개발에 성공한 플라즈마 모듈도 바로 이런 ‘플라즈마 수처리 기술’의 집약체입니다. NFRI는 플라즈마를 액체 안에서 직접 발생시킨 뒤 플라즈마에서 발생되는 자외선과 활성 라디칼로 오염된 액체를 정화하는 기술을 개발한 바 있는데요. 라디칼은 다른 물질과 반응하기 쉬운 상태로 강한 살균력과 함께 자연 분해성을 갖고 있어 2차 환경오염의 우려가 있는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고도 친환경적으로 정화할 수 있게 해줍니다. 또 녹조의 원인이자 독성물질을 생산하는 마이크로시스티스를 5분 내에 90% 이상 제거할 수 있지요.

 

 30년 가까이 공기정화장치 개발에 매진해온 중소기업 성보인더스트리와 핵융합(연)의 기술이전 역시 이번 상생한마당에서 많은 주목을 받은 사례입니다. 성보인더스트리는 그간 광촉매 기술을 활용한 공기정화장치로 축사, 하수종말처리장, 음식물쓰레기처리장과 공단 등에서 발생하는 악취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분해 등을 처리해왔는데요. 올해 핵융합(연)으로부터 연료절감형 플라즈마 버너와 이를 이용한 악취제거 시스템 신기술을 수혈받아 더욱 완벽한 공기정화기 제조업체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그간 정부가 선정하는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은 물론 기술이전 우수기관으로도 선정되며 기초과학 연구와 기술사업화의 좌우 균형이 잘 맞는 연구기관으로 평가받아왔습니다. 거대하고 어려운 것으로만 알았던 핵융합이 이렇게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사이에 생활 속으로 가깝게 다가서고 있는데요. 앞으로도 핵융합 연구개발이 미래 에너지는 물론 현실 곳곳의 문제에서도 해결사로 활약하는 모습을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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