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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5

포도, 네 안에 플라즈마 있다

이하나   
https://fusionnow.nfri.re.kr/post/plasma/945


1.2㎝ 지름에 불과한 포도 한 알에도 우주의 원리가 담겨있다.


포도를 전자렌지에 돌리면 불빛이 발생한다?
잘 씻어 먹기만 해도 새콤달콤 맛있기만 한 포도를 전자렌지에 돌린다는 것도 의아한데, 포도알에서 불빛이 발생한다니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인데요. 사실은 다수의 영상을 통해 네티즌 사이에서 화재가 되었던 포도 전자렌지 실험의 이야기입니다.

 

먼저 어떤 실험인지 영상으로 확인해볼까요?

Make Plasma With Grape In The Microw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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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전자렌지가 포도를 태우면서 불꽃이 발생하는게 아닐까 싶지만, 자세히 보면 마치 포도를 덮고 있는 컵이 전구가 된 것처럼 컵 안을 불빛이 가득 채우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일반 불빛이라면 공기 중에 불빛이 떠다니듯 발생하는 것은 불가능하죠.

 


불꽃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렇다면 포도에서 발생하는 불꽃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포도에서 발생하는 불꽃의 정체는 바로 물질의 네 번째 상태 ‘플라즈마’입니다. 고체-액체-기체, 물질의 3가지 상태에서 더 강한 에너지를 가해주었을 때 원자에서 전자가 떨어져 나가며 ‘플라즈마’ 상태가 되는데요. 기체가 플라즈마 상태로 변화하면서 불빛이 발생하는 것이죠.

 

‘플라즈마’라는 단어부터 다소 낯설게 느껴지지만, 알고 보면 번개, 오로라도 자연에서 관측할 수 있는 플라즈마 현상의 일종입니다. 또한, 우주의 99% 이상이 모두 플라즈마 상태로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지구 밖 환경에서 플라즈마는 매우 흔한 물질의 상태이죠.

 

사람들은 플라즈마 상태를 이용하여 다양한 제품을 만들거나 첨단 산업에 적용하기도 하는데요. 형광등, 네온사인 같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물들 속에, 혹은 우리 눈에 직접적으로 보이진 않지만 디스플레이나 반도체의 제작 공정 속에 플라즈마는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환경, 농식품, 의료, 미용 등과 같은 분야에서도 플라즈마를 이용한 응용기술 개발은 지금 이 순간에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요.

 

그런데 이렇게 첨단기술 속에서만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플라즈마를 단 몇 센티의 포도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니, 포도 전자렌지 실험이 더욱 흥미롭게 느껴지는데요. 포도알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걸까요?

 

포도알 간격에 따른 온도 변화와 플라즈마 발생<이미지 출처=Trent University>


자연이 선물한 플라즈마 발생장치 ‘포도’

 

사실 가정용 전자레인지에서 나오는 마이크로파는 플라즈마를 만들 정도의 세기는 아닙니다. 전자레인지는 마이크로파로 음식이 함유한 물 분자를 진동시켜 따뜻하게 데워 주는 도구입니다. 진동할 때 나오는 운동 에너지가 열로 전환되면서 음식을 데우죠. 평소에는 플라즈마 발생은커녕 햇반 하나 데우는데도 2분 가까이 소요됩니다.

 

그런데 포도알에서는 어떻게 플라즈마가 발생할 수 있는걸까요? 최근 캐나다 트렌트대 물리천문학부 아론 슬렙코브 교수와 콘코디아대 물리학부 파블로 비아누치 교수가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그 이유를 자세히 밝혔습니다. 논문의 내용을 함께 살펴볼까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포도 플라즈마’ 논문 바로가기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포도 플라즈마는 포도알의 크기와 포도알이 함유한 70%의 수분, 이 두 조건이 만나 이뤄진 마술 같은 현상입니다. 우연의 일치일까요? 수분 70% 물질을 만난 마이크로파 파장 길이와 포도알의 지름은 1.2㎝ 정도로 거의 같습니다.

 

연구팀의 설명에 따르면 전자레인지 마이크로파의 파장 길이는 12㎝입니다. 하지만 파동은 통과하는 물질마다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데요. 70% 정도의 수분을 함유한 포도알 안에서 마이크로파의 파장 길이는 1.2㎝정도로 약 10배 가까이 짧아집니다.

 

전자레인지의 동작 버튼을 누르면 마이크로파가 1.2㎝ 크기의 포도알 안에 갇혀 이리저리 튕기면서 포도알을 안쪽부터 가열합니다. 마이크로파는 마이크로파가 포도알에서 계속 튕기기 때문에 포도알 중앙에 가장 쎈 전자기장이 형성돼요. 포도알 속 전해질을 충전한 후 포도 반쪽에서 다른 반쪽으로 흐르는데요. 포도는 전자파를 잡기에 적절한 굴절률과 크기를 갖고 있으며 이등분한 포도를 가까이 두면 이 사이에 에너지가 집중되는 핫스팟이 생깁니다.

 

이때 포도는 진동을 증폭시키는 트롬본과 같은 역할을 수행합니다. 트롬본은 소리를 낼 때 특정 파장의 진동만을 증폭시켜 다른 파장을 억제하는데요. 이 같은 현상이 포도에서도 발생한 것이죠. 이등분한 포도에서 증폭된 전자파는 하나의 핫스팟에 집중되고 이 핫스팟에서 원자와 분자가 가열돼 전자와 이온이 분리되면 플라즈마의 빛이 방출됩니다.

 

열경화성 종이로 측정한 핫스팟 단면<이미지 출처=Trent University>

 


포도 플라즈마는 포도알 속 70% 수분과 1.2㎝ 파장 길이가 만든 마술

 

다시 정리해 볼까요? 연구팀은 증폭된 에너지로 인해 물 분자가 쉽게 이온화되고 이들이 사방으로 퍼지는 과정에서 전자레인지 내부의 기체와 부딪히면서 플라즈마가 생성된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마이크로파 대역에서 나타나는 ‘형태 의존 공명(MDR·morphology-dependent resonance)’ 현상이라 명명했습니다.

 

자연의 물체에 힘을 가하면 매초 고유의 진동수만큼 진동을 합니다. 과학자의 언어로는 ‘섭동현상’입니다. 만일 외부에서 가해지는 힘의 주기가 물체가 지닌 고유 진동수와 같으면 물체의 진동은 심해지고 진폭도 평상시보다 커지는 공명(共鳴) 현상이 나타나죠.

 

적외선 이미지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험을 진행한 연구팀은 포도 플라즈마 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한 결과 포도의 기본 원소인 나트륨과 칼륨이 플라즈마로 변했다는 사실도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로 알아낸 플라즈마 발생의 주요조건은 수분이 많은 원형 물체 두개가 가까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포도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포도알과 비슷한 크기와 모양, 수분을 함유한 물질이라면 메추리알을 비롯한 어떤 것이든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플라즈마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함께 해볼까요? 포도 플라즈마 발생실험

 

이제 원리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아보았으니 정말로 포도를 전자렌지에 돌리면 플라즈마가 발생하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지는데요. 그래서 직접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정말로 포도에서 플라즈마가 발생할까요?

 

※ 주의 : 어린이는 안전을 위해 보호자와 함께 해주세요.    

     
전자레인지의 손상 및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실험을 여러 차례 반복하거나

 

오랜 시간 동안 전자레인지를 가동하는 것을 삼가주세요.

 

 

실험 TIP!

포도알에서 공명이 잘 일어나도록 씨없는 포도를 준비해야 하며,

크기도 파장의 길이와 유사한 1.2cm 일때 플라즈마가 잘 발생합니다. 꼭 기억하세요!

 


포도알이 담아낸 플라즈마의 신비

 

사실 포도알은 순간적으로 플라즈마를 발생시킬 수는 있지만 지속적으로 강한 플라즈마를 생성할 만큼 큰 에너지를 공급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이는 포도알을 이용해 플라즈마를 연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연구팀이 이 포도알 전자렌지 실험에 대해 연구한 것은 단순히 호기심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많은 이들이 실험을 통해 포도에서 플라즈마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할 때, 직접 한 번 그 비밀을 풀어보고자 도전한 것이지요.

 

또한, 포도알을 통해 밝힌 플라즈마의 발생 원리가 나노 광학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도 연구팀은 발견했다고 하는데요. 이번 연구 결과가 마이크로칩을 더 작게 만들 수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연구팀의 의견처럼 실제로 나노 광학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연구해야 할 주제가 많이 남아있지만, 호기심에서 출발한 연구가 이러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니 놀랍기만 합니다.

 

국내 유일의 정부출연 플라즈마 연구기관인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의 송미영 박사는 "포도 전자레인지 실험은 많은 사람들의 과학적 호기심을 자극했다는 점이 특히 의미가 있다."며, "이번 실험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플라즈마'를 접하는 기회를 가졌듯이 앞으로도 과학적 호기심을 키워나갈 수 있는 다양한 소재들이 필요하다."며 포도 전자레인지 실험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던 포도알 전자렌지 실험 속에 예상치 못했던 플라즈마의 신비가 담겨있었듯, 우리 생활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플라즈마’에 더욱 관심을 가진다면 앞으로 플라즈마 기술 연구도 더욱 활기를 띄지 않을까요? 플라즈마의 신비가 우리 생활을 앞으로 어떻게 더욱 풍요롭고 편리하게 만들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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