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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1

‘반도체 해결사’ 플라즈마, 이번엔 ‘소재 독립’ 지원군?

커뮤니케이션팀   
https://fusionnow.nfri.re.kr/post/plasma/977

 

 한여름 날씨만큼이나 반도체가 뜨겁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 산업인 데다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플라즈마 온도만큼이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일본을 규탄하는 목소리만큼이나 반도체 소재 기술의 국산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소재 기술과 함께 반도체 산업 발전에 중요한 또 하나의 요소가 공정 기술입니다. 소재와 공정 기술은 반도체라는 거대한 마차를 달리게 하는 양쪽 수레바퀴와도 같지요.

 

그리고 이러한 반도체 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이 바로 플라즈마입니다. 플라즈마를 사용하는 반도체 공정 비율이 80%를 넘어설 정도입니다. 반도체와 플라즈마는 실과 바늘의 관계인 셈인데요. 국가핵융합연구소는 출범 때부터 플라즈마 기술 개발에 주력해 왔습니다. 플라즈마가 반도체 공정에서 왜 그토록 중요하고, 우리는 그동안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을까요? 일본의 수출 규제로 ‘기술 독립’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반도체 공정의 핵심인 플라즈마 기술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 자르고 깎고 연결하고 포장하는 반도체 공정

 

일본의 수출 규제로 그동안 알지 못했거나 관심 없던 사람도 반도체 공정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뉴스에서 그만큼 자주 언급하니까요.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를 개시한 품목은 포토레지스트와 불화수소인데요. 이러한 소재는 반도체 전(前)공정에 해당하는 포토 공정이나 식각 공정에 필수적입니다. 이뿐 아니라 패키징과 같은 반도체 후(後)공정에도 여러 첨단 소재가 사용하는데 이 역시 일본 제품이 많다고 해요. 이번 일본의 경제 도발을 계기로 ‘소재기술 독립’ 선언을 준비하자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입니다.

 

본격적으로 반도체 공정에서의 플라즈마 기술을 언급하기 전에 반도체 공정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볼까요. 전자 부품 등에 사용하는 반도체 집적회로는 손톱만큼 아주 작고 얇은 실리콘 칩처럼 보이는데요. 하지만 그 안에는 수만 개에서 수십억 개 이상의 전자 부품이 들어있습니다. 이러한 전자 부품이 연결되어 소자 역할을 하게 되는데요. 이러한 반도체 집적회로가 탄생하기까지는 크게 8개의 공정을 거치게 됩니다.

 

 반도체 집적회로는 까다로운 공정을 거치게 된다. <사진 출처=www.waferpro.com>

 

우선 반도체 재료인 단결정 실리콘(Si)을 디스크 모양으로 얇게 잘라 만드는 웨이퍼를 만들고요. 웨이퍼에 산화막을 입히는 산화(Oxidation), 웨이퍼 위에 반도체 회로를 그려 넣는 포토(Photo Lithography),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고 불순물 제거하는 식각(Etching) 공정이 차례로 이어집니다. 그런 다음 웨이퍼 위에 원하는 분자나 원자 단위의 물질을 박막 두께로 입혀 전기적인 특성을 갖게 하는 증착(Deposition), 회로 패턴을 따라 전류가 흐를 수 있게 금속 선을 이어주는 금속 배선(Metalization) 공정을 거치게 되고요. 이어 웨이퍼 상태인 칩이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는지 점검하는 EDS(Electrical Die Sorting) 테스트와 외부환경으로부터 보호하고 단자 연결을 위해 전기적인 포장을 하는 패키징(Packaging)을 통해 최종 제품이 생산됩니다.

 


 반도체 난제 해결의 1등 공신 플라즈마

 

반도체 공정에서 처음부터 플라즈마 기술이 필요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기술 발전으로 1980년대 중반부터 반도체의 집적도가 급격히 높아지기 시작합니다. 높은 형상비(Aspect Ratio), 선폭 미세화 등 정밀한 반도체 공정 기술이 절실했죠. 이때부터 플라즈마가 해결사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플라즈마는 가스 상태이기 때문에 식각이나 증착 공정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했고요. 그만큼 부산물도 적어 청정도를 생명으로 하는 반도체 공정에 제격이었죠.

 

☞플라즈마로 만드는 얇은 세상 https://blog.naver.com/nfripr/221303155553

 

최근 반도체 공정은 더 정밀해졌습니다. 최대한 얇고 가늘며 작게 만드는 것이 생명이죠. 마이크로미터(1µm=100만분의 1m) 이하의 박막에서 나노미터(1nm=10억분의 1m)의 초박막 세계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일례로 단결정 실리콘 기둥인 잉곳(Ingot)을 잘라 웨이퍼를 만들 때 쓰이는 장비 자체가 달라집니다. 이전에는 다이아몬드 톱이나 레이저로 잘랐지만, 마이크로미터나 나노미터 두께로 자르기 위해서는 플라즈마 기술이 필수적입니다. 또 웨이퍼의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해 반도체 회로 패턴을 만드는 식각(Etching)에서는 균일도와 속도가 생명인데요. 미세하고 정밀한 가공을 통해 회로의 수율을 높이기 위해 플라즈마를 사용합니다.

 

이와 함께 머리카락 굵기 1,000분의 1 두께의 나노미터급 단위의 미세공정으로 기판을 만들고, 반도체 칩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미세한 구멍을 뚫어야 하는데요. 이 구멍이 조금이라도 삐뚤어지거나 오차가 발생하면 반도체가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반도체 기판에 구멍을 뚫는 일도 플라즈마의 몫입니다. 그야말로 플라즈마가 없다면 반도체 공정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고민과 난제를 해결해주는 ‘반도체의 해결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반도체 집적도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반도체 공정에 플라즈마가 사용된다. <사진 출처=Fermilab> 

 

 

| 플라즈마 분석으로 반도체 공정을 바꾸다

 

이러한 반도체 공정 개발은 산업이 주도적으로 이끌어왔습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대의 반도체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도 산업체가 반도체 공정 개발에 나서고 철저하게 관리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반도체 장비 국산화를 위해서는 플라즈마 물성을 분석할 수 있는 기술과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플라즈마 물성 분석이 바로 국가핵융합연구소와 산업체와 함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국가핵융합연구소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는 이미 상당한 성과도 올렸는데요. 특히 우리 연구진이 산업체 및 유관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개발한 ‘K-SPEED’라는 이름의 소프트웨어는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계산 시간을 100배 이상 획기적으로 단축시켰습니다. K-SPEED는 반도체 공정 중 플라즈마 공정에서 최적화된 조건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정 예측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반도체 칩에 구멍을 깊게 파는 식각 공정 과정을 예측해보며, 플라즈마 환경에 딱 맞는 조건을 찾아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죠. 이 시뮬레이터를 활용하면 원하는 결과를 매우 빠르게 계산해서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당히 정확한 값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실제 공정에서의 활용도가 높습니다.

 

 반도체 공정 중 식각 및 증착 공정을 시뮬레이션해 실제 공정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K-SPEED

 

사실 이러한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선 방대한 데이터와 플라즈마에 대한 이해, 이 두 가지 요소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는 플라즈마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플라즈마 관련 빅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 송미영 기반기술연구부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지금까지 2009년까지 발간된 국내외 사이언스 저널에서 데이터 10만건을 발췌해 꾸준한 정제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2020년까지 신규로 400건의 데이터를 추가하는 등 지속적으로 연구를 위한 데이터를 확장하고 있죠. 이렇게 구축된 데이터들은 ‘K-SPEED’ 시뮬레이터를 돌리기 위한 중요한 풀(Pool)이 되며, 더 나아가 플라즈마 원천 기술들을 더욱 단단하게 하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우리 연구진은 더 큰 도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반도체 후공정에서 웨이퍼를 절단하는 웨이퍼 다이싱 공정이 있는데요. 종전에는 레이저 휠이나 다이아몬드 톱으로 웨이퍼를 절단했습니다. 지금까지 다이싱 장비는 일본 회사가 거의 독점하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반도체 고집적화를 위해서는 얇은 막을 겹겹이 쌓아 패키징해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반도체 칩이 얇아야 하므로 종전의 절단 방식으로는 기계적인 손상을 입기 쉬웠습니다. 원래 780마이크로 두께를 50마이크로 수준으로 낮췄고요, 이제 25마이크로 두께로 줄이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 단계에서는 플라즈마 장비가 필수적입니다.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사업을 통해 플라즈마로 웨이퍼를 자르는 플라즈마 다이싱을 개발했고요. 내년에는 양산화가 가능할 전망입니다.

 

플라즈마는 최적화된 소재를 찾고 분석하는데 활용된다. <사진 출처=위키피디아> 

 

☞반도체 플라즈마 공정 난제에 도전하다 https://blog.naver.com/nfripr/220976401271
☞플라즈마로 반도체 공정 바꾸다 https://blog.naver.com/nfripr/221196859309

 

 

| 플라즈마로 국내산 반도체 부품·소재 성능 향상도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화두가 되고 있는 반도체 소재 개발에 우리 연구소도 기여할 수 있도록 방법들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직접 소재를 개발하지 않더라도 플라즈마를 이용해 소재와 재료의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용사 분말이 미세할수록 코팅 효과가 좋지만, 균일한 코팅이 말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플라즈마로 분말을 녹여 코팅할 경우 균일하고 치밀한 코팅이 가능합니다. 소재의 질을 높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와 함께 어떤 반도체 부품을 만들었을 때 그 부품이 반도체 플라즈마 공정에서 얼마나 잘 버티는지 확인하고 평가하는 것도 우리 연구소의 역할입니다. 실제 국가핵융합연구소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에서는 플라즈마 내식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으며, 간단한 실험장비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반도체 부품과 소재를 사용하는 것은 상위 기업의 입장에서 매우 큰 위험입니다. 새로운 요소로 하여금 결과가 좋지 않다면, 오염된 장비들을 전부 교체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서 검증된 결과를 받아왔을 땐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정밀하고 체계화된 플라즈마 평가를 통과하고 온 부품이라면 신뢰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더군다나 플라즈마 자체에 이해가 높은 전문가와 함께 실험하며, 제품을 개선하면 소재의 활용처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중간다리 역할이 바로 우리 연구소와 같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일본의 수출 규제와 같은 상황들을 자력으로 조금 더 빨리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 최용섭 융복합기술연구부장의 설명입니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부품을 개발했을 때, 이를 검증할 수 있도록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테스트를 지원하고 신뢰성 높은 결과물을 검증할 수 있다면, 반도체 부품 국산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 연구진은 반도체 소재 독립의 지원군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 반도체 소재 국산화의 든든한 지원군

 

정밀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반도체 공정은 그동안 여러 난관에 봉착했었습니다. 반도체 칩의 성능과 직결되는 대표적인 난제가 미세화와 균질성이었죠.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바로 ‘플라즈마’였습니다. 막을 깎아내는 습식 식각은 플라즈마 건식 식각으로 대체되었고, 얇은 박막과 균질한 막 역시 플라즈마를 이용한 공정으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연구진은 이런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플라즈마를 분석하고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여 반도체 공정의 난관을 하나씩 정복하고 있습니다.

 

또한 반도체 소재를 직접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반도체 소재와 부품이 공정에 필요한 플라즈마에 얼마나 최적화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 역시 우리 연구진이 도전에 나서고 있는 분야입니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당장은 우리 반도체 산업에 여러 우려를 가져왔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연구기관과 산업체들의 노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소재 자립화와 독립의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날을 위해 국가핵융합연구소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는 반도체 소재 국산화의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하며, 플라즈마 연구에 매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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